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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뿐인숲 Jul 03. 2015

먼 집으로 가는 길

-떠남을 추억하는 날

한 철 내내 천장만 보며 부유물질로

떠돌던 그의 영혼은

정작 장마가 시작되기도 전

양수를 쏟듯 자신의 추억을 남김없이 흘려버렸다.

거절당할까

두려웠을까

창백하고 위험한 삶을

이어간 아버지

반 아이들에게 쥐어줄 가정통신문

등사(謄寫)를 위해 밤마다

숙직실에서 매만지던 철필의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던 그날 밤

떠난 뒤에야 찾아올 이유를 챙기던 우리를

용서하고 떠났다.     


     

그의 온기로 불을 지핀 뒷방에서 

우리는 하룻밤을 뒤척이다 또 헤어지리라

오 년째 같은 꿈,

아버지의 꿈에 굵은 장맛비가 내리는 꿈을

꾸기 위해 다시 길 위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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