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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뿐인숲 Mar 24. 2020

프리지아

새벽에 일어나 쓰다만 詩를 본다.

열아홉에 쓰던 시에서는

김치냄새, 간장냄새, 간혹 고기냄새도 났는데

서른 넘어 쓰던 시에서는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는다.

삶은 다양했으나 

아무것도 겪어내지 않았다.

읽다가 외면했으며 보다가 도피했다.

진짜로 겪지 않은 것은 냄새가 없다.

냄새가 나지 않으면 詩가 아니다.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약을 먹는다.

앓다가 우연히 몸이 견뎌낸다. 

그렇게 건강한 사람이 된 줄 알았더니

온갖 균을 뭉친 

괴물이 되었다.     


책을 보다 밑줄을 그었다.

놀라운 생각과 새로운 말들을

기억하려 긋는 줄 알았는데

원했던 것을 발견하고 연필을 든 것이었다.

돈과 위로에 밑줄을 긋던 겨울은 

쉽게 지나가고    

 

프리지아가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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