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의 서부 로드트립도 이틀 일정만이 남았다. 샌프란시스코로 들어와 L.A에서 떠나는 일정을 비행기 티켓을 끊었기에 마지막 일정은 L.A에서 마무리하기로 했다.
조슈아 파크 트리와 샌디에이고를 뒤로하고 다시 L.A로 돌아가는 길, 아름다운 캘리포니아 바다를 끼고 달리고 또 달리던 이 길이 거의 끝나간다 생각하니 아쉬움이 몰려온다.
스티키리키 미국인 단골손님 커플이 서부 로드트립을 간다고 하니 Long Beach Cremary를 추천해주었어서, L.A로 들어가는 길 잠시 들러 리서치 겸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L.A로 돌아와 할리우드 쪽에 위치한 마지막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페어팩스 플리마켓과 시네마를 둘러보았다.
우리의 로드트립 마지막 저녁은 100년 된 Musso & Frank에서 피날레를 장식하기로 했다. 할리우드에 위치한 이 레스토랑은 찰리 채플린부터 시작해 지금도 수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찾는 단골 집이다. 'Once upon a time in Hollywood'같은 영화에도 자주 등장한다. 피날레 디너답게 레스토랑 문을 열고 들어오자 정말 Once upon a time in Hollywood에 온 것만 같았다.
스테이크 하우스이지만 세계 최고 마티니로도 유명하여, 스테이크와 사이드 메뉴 마티니를 시켰다. 마티니도 최고였지만 마티니보다 더 좋았던 것은 노련한 바텐더의 서비스였다. 한 편의 연극 혹은 쇼를 보는 것처럼 우리를 포함한 모든 손님들을 케어하는 것이 'Hospitality'가 무엇인지 'Service'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끔 하는 시간이었다.
피날레 디너를 즐겁게 만들어준 바텐더 분께 팁도 두둑하게 드리고, 배도 부르고 기분 좋게 레스토랑을 나섰다. 근처 레코드샵에서 마지막으로 레코드 디깅을 했다. L.A에서 만든 데이빗 보위의 Station to Station을 꼭 찾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끝내 찾을 수 없었다.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밤 비행기라 마지막 날을 조금 여유롭게 보낼 수 있었다. 공항으로 향하기 전 필리 치즈 스테이크를 먹고 그레이스톤 맨션에서 마지막 피크닉을 즐기기로 했다.
베버리힐스에 위치한 그레이스톤 맨션은 영국에서 이민 온 석유재벌인 에드워드 도헤니가 아들 가족에게 선물하기 위해 지은 대 저택인데, 대지 2만 평에 건물만 1300평이 넘을 정도로 현대판 궁궐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았다. 영국식 건축과 유럽식 정원 때문에 유럽의 궁에 온듯한 느낌이었다.
아들 식구가 이 집에 들어와서 4개월 정도 지나서 아들하고 아들친구인 비서가 권총 자살을 했고, 그 후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었다가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건물이다 보니 결국 베버리힐즈 시에서 구입하여 지금까지 공공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베트맨, 보디가드, 러시아워 (성룡 주연), 고스트 바스터, 맥가이버, 스타트랙, 스파이더맨, 그리고 최근 엑스맨까지 약 70편이 넘는 영화의 배경으로도 등장을 하고 있는 곳이라니, 할리우드에 온 것이 실감이 났다.
대학시절 독문학을 전공하기도 했고, 독일과 영국에서 공부를 하면서 막연히 미국은 전통이 없는 나라라는 편견을 오랫동안 가졌었다. 천천히 그레이 스톤 맨션을 둘러보고 있자니 미국은 살아있는 역사가 되어가고 있는 듯 한 생각이 들었다. 100년이 훌쩍 넘은 여러 가게, 장소들이 여전히 사랑받고 건재하다니.
그레이 스톤 맨션 잔디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책도 한참 읽고 나니 오후 늦은 시간이 다 되어갔다. 여행을 마무리하고 공항으로 갈 시간이다. 공항으로 천천히 돌아가는 길에 차이니즈 레스토랑에 들러 조금 이른 저녁을 먹었다. 로드트립의 첫 저녁식사도 차이니즈 레스토랑에서 했었는데, 우연찮게 마지막도 차이니즈 레스토랑에서 하게 되었다.
식사를 마치고 여행 첫 저녁식사에서 그랬던 것처럼 포춘 쿠키를 뽑았다. 여행을 마치고 일상에 돌아갈 우리들에게 던져주는 메시지인 것만 같았다. You will make many changes before settiling down. 그리고 You are a bundle of energy, always on the go.
여행을 마치고 돌아간 일상에서 마주할 변화들도 힘을 내 잘 살아보자며 공항으로 향했다. 2주간 우리와 한 몸처럼 함께한 Gold Nugget이라 이름 붙인 렌터카를 반납하는 것으로 우리의 로드트립 여정은 끝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