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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ntimental Vagabond Dec 04. 2016

그래서 2017 트렌드는?

2017 트렌드 전망서 리뷰

언제부턴가 해가 바뀌는 연말이 되면 내년도 트렌드들을 분석하는 책들이 눈에 많이 띄기 시작했다. 잘은 몰라도 시작은 '아프니까 청춘이다'로 유명한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가 아니었나 싶다.


올해도 여김 없이 연말이 되니 2017 전망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내가 주로 책을 구입하는 yes24에 들어가 보니 2017 전망서 섹션에 열댓 권이 올라와있다. 전반적인 소비 트렌드뿐만 아니라 모바일, 자영업, 재테크, 라이프 등 좀 더 세분화되어 있는 트렌드 서적들도 눈에 띈다.


yes24 2017 전망서 베스트 섹션


꽤 많은 트렌드 전망서들 중에서 몇 해째 반드시 읽고 있는 책들은 세 권인데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와 KOTRA 전 세계 주재원이 취재하여 발행하고 있는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 그리고, 김용섭 씨가 쓴 '라이프 트렌드'이다. 이렇게 세 권을 읽는 이유는 각각의 책들이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뿐 아니라 세권 모두를 읽고 공통적으로 말하는 키워드를 골라내는 나름의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의 경우 기업의 시각에서 소비자 트렌드를 분석하는 경향이 강한 듯하고, 코트라에서 발행하는 세계 트렌드 시리즈의 경우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활동 중인 주재원들이 그 나라 현지에서 유행하고 있는 것들 중 한국의 시장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것들을 몇 가지의 주제로 모아 세계의 트렌드와 함께 여행을 하고 있는 느낌을 준다. 김용섭 씨의 라이프 트렌드의 경우 새로운 해에 핫해질 만한 동네는 어느 곳일지 등을 비롯해 좀 더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진 느낌이다.



3권의 전망서들을 읽고 3권에서 겹치게 말하고 있는 2017 트렌드와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들을 정리해 본다.



YOLO: You only live once


하루가 다르게 점점 더 불안해져만 가는 세상이다. 나의 개인적인 불안과 더불어 국가의 정치, 경제 나아가 세계의 정치, 경제 상황도 점점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내일만 보고 오늘을 희생하며 살던 사람들이 바뀌고 있다. 오늘을 참고 견디면 더 나은 내일이 올 것이라는 믿음이 무너졌고,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만을 사는 'YOLO' 라이프를 미덕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김난도 씨의 트렌드 코리아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욜로족', 김용섭 씨의 라이프 트렌드에서는 '투데이족'이라고 명명하며 이러한 새로운 트렌드와 트렌드가 가져올 사회적인 전망을 소개한다.


욜로족 혹은 투데이족은 미래에 대한 대비 없이 그저 오늘의 즐거움과 쾌락에만 집중하는 사람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욜로족은 하루하루 충실하다. 최선을 다해 하루를 살면서 그날 누릴 행복을 그날 채운다. 막연히 언젠가 행복이 올 거라는 식의 뜬구름 같은 꿈을 꾸기보다, 오늘의 구체적인 행복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다.


오늘만 사는 사람에는 완전히 다른 두 종류가 있다. 둘 다 오늘에 집중하는 건 맞지만, 하나는 오늘에 충실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오늘을 탕진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욜로족은 오늘에 충실한 사람들이다. 오늘의 행복과 즐거움을 위해 더 집중하는 사람들. 이자, 관성, 형식, 돈에 대해 덜 주눅 드는 사람들이다. 기성세대가 미래만 부르짖으며 오늘의 가치를 소홀히 했다면, 2030은 오늘이 없으면 미래도 없다는 것 자각하고 실천한다. 오늘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은 내일도 행복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행복을 위해 남을 불행하게 만드는 데 동의하지는 않는다.


미래를 지우면 현실에 더 집중하게 되고, 역경이나 고난보다 즐거움이나 낭만에 더 주목하게 될 수 있다. 낭만적 현실주의자가 되는 것이다.


욜로족은 소비의 패턴과 목적도 다르다.  충동소비보다는 목적성이 뚜렷한 소비를, 물질적인 것보다 비물질적인 소비를 추구한다. 쉽게 말해 집, 자동차, 옷, 가방과 같은 '물건'을 소비함으로써 내 인생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남들과 다른 새로운 '경험', 삶을 바꾸는 경험을 추구하며 인생을 충실히 채우는 것이다.


코트라 세계 각국 주재원들이 발행하는 2017 트렌드에는 위와 같은 특별한 '경험'을 판매하고 있는 세계 각국의 여러 사례들을 '호모 루덴스'와 '이터테인먼트' '맞춤형 휴가' 세 챕터에 걸쳐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온천으로 유명한 헝가리의 젊은이들에게 유행이라는 스파에서 즐기는 DJ 파티인 '스파티'열쇠를 찾아야만 들어갈 수 있는 두바이의 레스토랑,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홍콩의 멀티 다이닝, 소셜 다이닝의 형태인 밀라노의 신개념 가정 레스토랑 등 단순히 먹기만 하는 레스토랑에서 즐거운 경험을 추가한 세계 각국의 여러 이터테인먼트 사례들이 인상 깊었다.



한 번뿐인 인생을 위해 현재를 즐기고, 인생을 위한 풍요로운 경험을 하는 것. 2017 트렌드라고 하기에 어쩌면 너무 늦게 찾아온 트렌드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혼자의, 혼자에 의한, 혼자를 위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1인 가구는 총 520만 3000가구로 나타났다고 한다. 전체 1911만 1000가구의 27.2%에 달하는 수치이다. 2인 가구 비율은 26.1%로, 1~2인 가구 비율이 전체의 53.3%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증가하면서 혼밥, 혼술, 혼영 등 혼자만의 문화생활 트렌드는 2016년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혼자의, 혼자에 의한, 혼자를 위한 이 트렌드는 2017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김난도 씨는 1인과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economy)를 합친 '1코노미'라는 신조어와 함께 ‘1인용 상품과 서비스’는 1코노미의 시작에 불과하고, 소비생활뿐만 아니라 인간관계 자체를 줄여가며 나홀로의 삶을 영위하겠다는 얼로너가 급속도로 늘 것이라며 Era of ‘Aloners’(얼로너의 시대)가 도래함을 얘기한다.


김용섭 씨의 라이프 트렌드에서는 이런 얼로너를 '캣 피플'이라는 단어로 설명한다. 캣 피플은 독립적이고 도도하고 내형적이며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고양이를 닮아 가는 사람들을 뜻한다.


1인 가구 혹은 2인 가구들이 증가하며 동시에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 바로 반려동물과 관련된 산업이다. 의도적으로 자녀를 낳지 않는 맞벌이 부부를 일컫는 딩크족(DINK: Double Income, No Kids)에 애완동물(Pet)이 함께 하며 딩펫족이 되었으며 이는 한국뿐만이 아닌 세계적인 추세라고 한다.


브라질 상파울로에서는 출근을 하면서 반려동물을 어린이집처럼 놀이방에 맡기고 퇴근하면서 집으로 데려가는 반려견 놀이방이 성행 중이며, 반려견과 함께 미용을 받을 수 있는 프라하의 미용실, 반려견들을 위한 음식산업이 각광받고 있는 실리콘밸리까지  딩펫족, 펫밀리(Petmily)를 위한 새로운 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타인과의 관계를 멀리 하고 스스로 '자발적인 고립'을 선택하는 사람들, 혼자여도 괜찮은 사회가 아니라 혼자가 되지 않고는 못 버티게 만든 사회가 만든 타의에 의한 자의적 선택은 아닐까 한다.  



불편해도 올바른 것 그리고 따뜻한 기술


올 한 해 우리 사회는 사회 전반의 '믿음'이 무너진 해가 아니었싶다. 정치는 둘째 치더라도 가습기 살균제, 치약, 물티슈 등 오랫동안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던 제품에도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소식은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의 시스템에 대한 불신도 증폭시켰다. 나아가 위험을 알면서도 이윤을 위해 소비자들을 속이며 극단으로 치닫는 기업과 자본의 욕심에 학을 떼게 만들었다.


이는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올바른 가치를 지닌 것들을 선택하도록 소비자들을 진화하고 성숙하게 만들었다. 좀 더 극적으로는 화학제품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노케미족(No Chemistry 族)', 샴푸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노푸족(No Shampoo 族)'도 등장했다. 환경을 생각하여 포장을 없애고 장바구니나 재활용 용기를 활용한 '포장 제로 마켓'이나, 엄마의 정직한 마음으로 안전한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는 할리우드 배우 제시카 알바의 어니스트(honest) 등은 올바른 소비를 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믿음을 충족시켜 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소비와 비즈니스뿐 아니라 일상의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에서도 무조건 빨리빨리 쉽게 얻는 것보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남다른 의미와 가치를 안겨 주는 걸 선호한다. ‘적당한 불편’을 감수함으로써 가치 있는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이들로 인해 입는 것에서는 직접 옷을 만들거나 고쳐 있는 홈패션이, 먹는 것에서는 채식주의자를 비롯한 다양한 가치관이, 사는 곳에서는 직접 고치고 꾸미는 셀프 인테리어가 계속해서 트렌드로 이어진다고 한다.  


기술 역시 마찬가지이다. 소비자는 최첨단 기술에 무조건 열광하지 않는다. 대게의 사람들은 어떠한 기술이 자신의 생활을 실질적으로 얼마나 윤택하게 만들어주느냐에 반응한다. 작은 아이템임에도 이용자의 일상에 실질적인 편의를 제공하는 기기는 환영받지만 구글글라스와 같이 노골적이고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기기는 대중의 마음을 잡을 수 없다.


소비자들은 사람을 위한 따뜻한 기술, 사람을 위해 올바르게 만든 제품, 올바른 가치를 지니고 사람을 위하는 기업을 선택한다. 너무 단순하지만 분명한 이유는 소비자들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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