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Sentimental Vagabond Mar 10. 2019

3. 스티키리키의 시작과 다섯 번의 팝업스토어

팝업스토어를 통해 가능성을 엿보기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2018년 자영업자 폐업률은 90% 이상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높은 폐업률에도 음식점 창업에 도전하는 이들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추세이다. 자영업자 폐업률이 높은 데에는 부동산, 인건비 등 다양한 환경적인 요인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환경의 탓으로만 돌리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외식산업의 문턱이 유난히 낮기도 하고, 비즈니스의 정확한 검증을 거치지 않고 짧은 준비기간과 함께 쉽게 시작을 하는 것도 폐업률의 요인이 될 수 있다.


하루에도 몇수십 개의 새로운 가게와 브랜드들이 생겨나고 있는 세상에 정확한 검증과 준비의 시간이 더욱더 필요하다. 우리는 가게 자리를 계약하기 전 약 2년 정도 다른 일을 병행하며 마켓 리서치와 레시피 개발, 다섯 번의 팝업스토어를 통해 가능성의 검증 시간을 가졌다.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보자는 마음을 먹고 아마존에서 가정용 아이스크림 머신을 구입했고, 머신을 사고도 한동안은 아이스크림의 시작인 베이스만 한참을 만들었다. 아이스크림에 여러 맛을 내기 전에 원하는 퀄리티의 베이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다른 브랜드의 우유와 크림, 재료들의 서로 다른 배합들을 여러 번 시도해 본 끝에 짝꿍이 원하던 아이스크림다운 맛있는 아이스크림 베이스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베이스가 완성이 되었을 때쯤 우리가 원하는 '미국식 아이스크림'의 마켓 리서치를 위한 뉴욕 & 필라델피아 아이스크림 여행을 다녀왔다. 그리고 그곳에서 맛본 여러 가지 아이스크림들과 우리가 만든 아이스크림을 비교해보며 가능성을 엿보게 되었을 때쯤부터 팝업스토어를 열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주변에 레스토랑, 카페 등을 하는 친구들이 좋은 기회를 제공해 주었고 친구들의 가게인 소월길의 '더 로열 푸드 앤 드링크', 연남동의 '온 어락 소다', 경리단길의 '맥파이' 'mmmg' 등 에서 약 다섯 번의 팝업스토어를 진행했었다. 팝업스토어를 열만 한 장소가 주변에 마땅치 않다면 다양한 곳에서 열리는 플리마켓에 참여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 번의 팝업을 준비하기 위해서 보통 3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장소와 날짜가 정해지고 나면 처음 1주일 동안은 그 계절에 맞는 제철과일을 활용한 새로운 아이스크림이나 한국적인 재료들을 혼합한 새로운 콘셉트를 개발하고 메뉴 구성을 선정하는데 시간을 보내게 된다. 포항 이모네 농장에서 직접 따온 산딸기로 소르베를 만들기도 했었고, 가을쯤 진행했던 팝업스토어에서는 알싸한 매운맛이 나는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로 고추장이 들어간 아이스크림을 만들었다.


콘셉트와 메뉴 구성이 끝나고 난 2번째 주는 재료를 구하고 레시피를 개발하는데 시간을 보냈다. 어느 정도의 조합으로 재료들을 배합할지, 어떤 베이스에 어떤 과일 맛을 조합할지 등 촘촘하게 레시피가 짜이고 나면 팝업이 있기 전날까지는 매일매일 새로운 배치의 아이스크림을 만든다. 사용하는 기계가 상업용 아이스크림 기계가 아닌 가정용 기계다 보니 한 번에 만들 수 있는 양이 한정적이라 두세 번을 나누어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이때 배치마다 아이스크림 맛이 달라지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있는 짝꿍을 보면서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한다는 것이 바로 저런 느낌일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곤 했다. 누가 시켜서 혹은 누군가에게 고용되어하는 일이 아니다 보니 자신을 포함한 누군가와 타협을 할 일이 없었다. 기준이 타인에게 있지 않으니 '이만하면 되겠지' 내지는 '이쯤 하면 넘어가겠지'가 아니라 나 자신의 기준을 만족시켜야 완성이 됐다. 늦은 새벽까지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일 끝나고 늦은 시간이나 주말에 재료를 사러 돌아다녀도 '나의 기쁨과 만족'을 위한 일이니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2016년 7월 소월길 친구네 레스토랑 '더 로열 푸드 앤 드링크'에서 열었던 세 번째 팝업


2016년 8월 연남동 On a Lark에서 진행했던 팝업


여러 번의 팝업스토어를 통해 사람들이 아이스크림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어떤 맛이 가장 인기가 많은지, 어떤 부분이 보안되어야 할지를 확인하고 조금씩 더 업그레이드 해 가기 시작했다. 팝업 때 선보였던 고추장 초콜릿 아이스크림은 스티키리키의 가장 인기가 있었던 메뉴로 가게를 오픈한 뒤에도 고추장 초콜릿 때문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게 꾸준히 팝업을 하다 보니 팝업 때마다 찾아주는 분들도 생겨나게 됐고, 팝업스토어를 열어달라는 의뢰를 받게 되기도 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하나둘 묻기 시작했다. '가게는 언제쯤 생겨요?' 이런 질문의 빈도수가 많아질 때쯤 겨울이 찾아왔고 내년에는 가게를 시작해봐도 좋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을 때 부동산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2016년 10월 22일 토요일 남대문 MMMG에서 열리는 위켄드 마켓에 스티키리키의 6번째 아이스크림 팝업이 열린다.


지금은 문을 열면 매일매일 사람들이 찾아오는 번듯한 가게가 되었지만, 사람들이 찾아오기 전까지 반대로 우리는 사람들이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아이스크림을 함께 나눴었다. 조금은 느린 방법일 수도 있지만 타임라인을 조금 여유롭게 잡고 천천히 즐기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람들과 기쁨을 나누고, 그 안에서 이 브랜드가, 가게가, 내가 만든 음식이 과연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확신을 얻는 순간을 마주하길 바라본다. 비록 성대한 시작은 아닐지 몰라도 작은 점들을 찍어 가다 보면 어느새 연결점들이 생겨 무언가가 뚜렷하게 보이는 순간이 생기게 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2. 우리만의 이야기를 담은 브랜딩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