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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ntimental Vagabond Mar 09. 2019

2. 우리만의 이야기를 담은 브랜딩

스티키리키의 색깔을 만들어 준 미국 동부 해안가 Cape May 여행

가게 자리를 계약하고 2017년 3월 중순쯤 새로운 브랜드 로고 및 CI와 핸드페인팅 사인 등을 위해 디자이너 친구인 케빈과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 이미 '스티키리키'라는 이름으로 팝업을 계속 해왔기도 하고, 짝과 내가 원하는 '남녀노소 누구나,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친구 같은 아이스크림'에 딱 맞는 이름이라 스티키리키라는 이름은 유지하되 새로운 브랜드 로고 등을 만들기로 했다.


브랜드 개성은 브랜드를 사람에 비유했을 때, 어떤 성격을 갖고 어떻게 행동하며 또 어떠한 분위기와 이미지를 지니고 있는지 등 인간적인 특성을 정의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기술의 발달로 제품이나 서비스의 기능적 우위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고객들은 점차 브랜드가 주는 상징적이고 정서적인 편익에 따라 브랜드를 선택하게 된다. 브랜드의 톤 앤 매너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속한 범주나 주요 고객이 누군지에 따라, 혹은 브랜드가 지향하는 이미지에 따라 정해진다. 예를 들어 높은 효능을 지닌 화장품의 경우는 전문적이면서도 세련된 이미지가 필요하고,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하는 은행의 경우는 보다 믿을 수 있고 친근한 이미지가 필요하다.

임태수 - 날마다 브랜드


스티키리키라는 이름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시작해 결국 짝꿍의 아이스크림 브랜드 이름이 되었다. 미국의 PC통신 AOL 시절부터 짝꿍이 써오던 통신상 아이디가 @ricksantino 였는데, 이를 두고 친구들이 장난으로 엉클릭키(Uncle Ricky)라고 부르는 데서 시작이 됐다. 그러다 집에서 조금씩 아이스크림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친구들이 'Uncle Ricky Makes Sticky Ice Cream' 이라며, 장난을 치다가 'Sticky Ricky'까지 오게 된 것이다. 아이스크림가게를 오픈하고 꽤 많은 분들이 짝꿍에게 이름이 '리키'인가 봐요 할 때마다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우리가 원하는 모양과 콘셉트의 레퍼런스들을 모아 미팅을 진행했고, 첫 번째 시안을 받아봤다. 시안을 받아보고 가장 먼저 든 느낌은 '이 색깔이 아니야'라는 것이었다. 전체적으로 블루 계열의 톤을 원한다고 커뮤니케이션했었지만, 우리가 느꼈던 블루의 색감이 케빈이 가져온 시안의 컬러감은 아니었다.

 

스티키리키 디자인의 첫번째 시안


첫 번째 시안을 받아 들고 우리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대체 우리가 원하는 색감이라는 게 무엇인지. 뭐라고 규정지을 순 없지만 굉장히 따뜻하고 밝은 느낌의 블루 컬러를 원했다.


브랜드스러움을 고객이 경험할 수 있도록 실체화하는 것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시각화, 즉 브랜드 디자인을 위해서는 디자이너와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바람직한 디자인 콘셉트를 잡아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디자인은 브랜드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도구이자 그 자체이다. 따라서 브랜드가 지향하는 브랜드스러움을 시각화하기 위한 브랜드 디자인은 어떠해야 하는지, 고객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였으면 하는지를 브랜드 디자이너와 함께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반영한 컬러와 서체, 그래픽 모티브, 픽토그램 아이콘 같은 디자인 구성 요소가 어우러져 브랜드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이미지를 만들게 된다. 따라서 브랜드 정신이나 핵심 가치 같은 본질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을 디자인 표현 원칙이나 디자인 구성 요소로 전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어려운 작업이다. 효과적인 작업을 위해서는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한마음 한뜻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존중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디자이너가 자칫 그래픽 디자인 작업에만 치우치지 않도록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의견을 공유하는 것이 기획자의 중요한 역할이다.

임태수 - 날마다 브랜드


마케팅 & 브랜딩 관련 일을 해오며 기획을 하고, 디자이너와 커뮤니케이션하고, 내가 원하던 구체적인 이미지를 시각화하는 작업을 많이 해왔다. 브랜딩 자체가 단기 매출이나 기업의 성장 등을 위해 브랜드를 이용하는 전략으로서의 브랜딩이 아닌, 진정으로 고객을 위하고 우리의 일상에 가치 있는 변화를 일으키고자 노력하는 올바른 마음, 결국 '진정성'이 바탕이 되어야만 하는 것을 오랜 시간을 통해 배워왔다. 인간관계에서든 브랜드와 고객 관계에서든 본연의 모습과는 달리 가식이 비칠 때는 금세 탄로가 나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우리가 함께 가진 이야기 안에서 스티키리키의 브랜딩을 이끌어내고 싶었다.


짝꿍과 머리를 맞대고 앉아 우리는 어떤 색감을 원하는지 진지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공통적으로 유년시절 매 여름마다 가족들과 해안가 보드워크(Boardwalk)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었던 추억들과 지난여름 미국에 여행 갔을 때 가족들과 함께 동부 해안가 휴양지 도시인 케이프메이(Cape May)에 갔던 시간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케이프 메이는 뉴욕과 필라델피아 근교 동부 해안가에 위치한 바닷가 휴양지 도시로 빅토리아풍 건물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미국 사람들이 자주 찾는 휴양지라고 했다. 부모님은 여름에 가끔씩 썸머 하우스를 빌려 오랫동안 머물기도 하신다며, 데이트립으로 함께 여행을 하게 되었다.



케이프메이는 그동안 미디어나 내 마음속에 그려왔던 미국의 모습과는 좀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미국에서 역사가 깊은 휴양지 중 하나인 케이프메이는 인구가 3,600명 정도밖에 안되지만 여름철이 되면 4-5만 명 정도까지 인구가 늘어날 정도로 인기가 많은 곳이라고 했다.


대서양을 배경으로 맞닿은 파란 하늘과 그 아래 펼쳐진 동화 같은 빅토리아 풍의 크고 작은 집들, 그 속에서 여름을 만끽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나의 마음을 요동치게 했다.



특히 보드워크에서 부모님과 더블데이트를 즐기듯 보냈던 시간은 내 인생 가장 완벽에 가까운 행복한 시간으로 기억한다. 넷이서 함께 관람차와 후룸 라이더를 타고, 오징어 튀김과 감자튀김에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으며 유년시절로 돌아간 듯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다.



짝꿍과 나는 똑같은 마음으로 우리의 가게가 보드워크에 온 듯 따뜻하고 즐거운 가게이길 바랬고 여행사진들을 펼쳐보며 따뜻한 느낌이 드는 파랑과 노랑 계열의 색깔로 로고와 공간을 꾸미기로 마음먹게 되었다.



우리의 기억을 담은 최상의 컬러를 찾기 위해서, 다양한 컬러차트를 보여주는 사이트(http://www.colourlovers.com/)에서 'Summer' 'Ocean' 'Boardwalk'등과 같은 키워드로 검색을 하며 다양한 컬러차트를 저장한 뒤에 여러 가지 색깔을 비교하며 최종적으로 3가지 컬러 조합에 동의하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찾게 된 우리의 세 가지 색깔은 햇살처럼 따뜻한 노란색, 케이프메이에서 보았던 하늘의 색, 그리고 바다색이었다. 이 세 가지 컬러 조합을 케빈에게 전하며 보드워크에 얽힌 우리들의 추억 얘기와 사진들을 함께 전달했다.



그리고 며칠 뒤, 케빈은 우리의 마음에 쏙 드는 디자인 결과물들을 보내왔고, 디자인을 받아보고 짝과 나는 "Yeah, This is it!"이라고 외쳤다. 케빈은 우리가 맘속에 그리던 보드워크같이 따뜻하고 재밌는 그 느낌 그대로 만들어 주었다.



메인 로고와 디자인이 완성되고 난 뒤부터 가게 인테리어와 여러 가지 작업 물든 조금씩 우리 만의 색깔들을 찾아가게 되었고,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다른 브랜드들도 우리와 똑같은 색깔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브랜드와 색깔 안에 담겨있는 우리만의 이야기들과 추억까지는 똑같을 수 없을 것이다.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며 읽어보면 좋을 책들

임태수 <날마다 브랜드>

홍성태 <배민다움>

홍성태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

우승우, 차상우 <창업가의 브랜딩>

마스다 무네아키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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