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ntimental Vagabond Mar 23. 2019

6. 겨울방학이 있는 가게 vol.2

두 번째 겨울방학 이야기 - 1300만 원 사기사건과 태국여행

2018년 두 번째 시즌을 마무리하며 두 번째 방학을 기다리고 있었다. 두 번의 시즌은 기대보다 성공적이었다. 단골손님들이 많이 생겼고, 매출도 많이 성장했다. 'VOGUE' 매거진을 포함한 언론에도 노출이 되기도 하고 여러 방송사의 제의도 받았으며  <2019 자영업 트렌드>라는 책에도 소개가 됐다. 또한 각종 음식 리뷰 사이트나 어플 등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며, 망고플레이트에서 인기 맛집으로 선정되어 배지를 받기도 했다.


2017년과 2018년 두 해에 걸쳐 약 16개월이라는 짧은 오픈 기간에 비하면 놀라운 성장과 안정화였다.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두 번째 겨울방학에는 기계를 업그레이드하고, 인테리어 등의 업그레이드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좌) 보그 매거진에 소개된 스티키리키 (우)망고플레이트 인기 맛집으로 선정된 스티키리키



가게 오픈전부터 갖고 싶었던 우리의 '드림 머신'을 거금을 주고 드디어 장만하기로 결정했다. 1000만 원이 넘는 큰돈이었지만 생산량을 더 늘리고, 더 나은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데에 꼭 필요했다. 첫 번째 방학 때 아이스크림 학교에서 이미 한번 만나적도 있었던 미국 아이스크림 기계사에 연락을 했다. 12월에 주문을 하고 1~2월 내에 새로운 아이스크림 기계를 받아 3월에 새로운 시즌을 오픈하기로 했다. 약 30여 통의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우리가 필요한 스펙과 가격 등을 점검했고, 12월 중순쯤 기계값 1300만 원을 미국으로 송금했다.


크리스마스 연휴가 끝나고 우리 기계 생산이 잘되어 가고 있는지 확인차 기계사에 다시 연락을 했다. 그런데 황당한 이메일 답변을 받았다. 우리 돈을 아직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송금을 한지 일주일이 넘었는데 말이다. 자초지종을 확인해보니, 우리는 해킹 사기를 당한 것이었다. 여러 번의 이메일을 주고받은 끝에 마지막 은행 정보를 보내는 이메일이 해커가 보낸 이메일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우리는 해커가 보낸 계좌로 돈을 보낸 것이었다. 확인 전화를 한 번이라도 했었더라면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은행에 자금 반환 신청을 해봐도 이미 일주일이 지난 일이라 소용이 없었다. FBI 리포트도 제출을 하고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 해봤지만 결과적으로 우리는 돈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그토록 바라왔던 기계도 물거품이 되어 사라져 버렸다.


처음엔 왜 이런 일이 우리에게 생긴 건지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 이런 일은 뉴스에서만 보던 일인데. 그러고는 분노가 솟구쳤다. 한 일주일을 넘게 잃어버린 돈과 어이없는 이 상황을 두고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고, 이 모든 것이 거짓말인 것만 같았다.


조금 시간이 흐르고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우리가 잃은 게 무엇인지. 너무나 다행히도 우리가 잃은 것은 '돈'밖에 없다. 그렇게 생각하니 되려 마음이 많이 편해졌다. 그리고는 이번 방학은 더 멀리, 오래가기 위해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지금까지의 시간들을 돌아보고, 겸손하게 마음을 비우고 제대로 된 휴식을 통해 새로운 시즌을 위한 긍정적인 에너지를 모으기로.




잠시 내려놓기 위한 여행을 떠났다. 약 2주 동안 태국 푸껫과 크라비 사이에 위치한 코 야오 야이, 코 야오 노이, 코 란타 3개의 섬을 여행했다.



관광이 많이 발달되지 않아 붐비지 않는 작은 섬들을 여행하며 정말 오랜만에 자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과, 즐거움, 행복함을 마음껏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해가 뜨고 지는 일에도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정말 많은 태국 음식들을 맛보았다. 팬시한 고메 스타일의 태국 음식, 퓨전 스타일, 길거리에서 동네 할머니들이 만드는 타이 음식까지. 자연이 풍부하고 소울이 가득한 음식이 주는 행복감은 너무도 컸다. 게다가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기까지 하니.



약 2주간의 섬 여행을 마치며 백 프로는 아니지만 마음을 많이 치료하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웃으면서 해킹 사건을 얘기하게 되었다. 물론 원하는 기계도 갖지 못하고, 돈도 잃어버린 것이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쓰라림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모든 위대한 스토리엔 드라마틱한 반전과 클라이맥스가 필요한 법이니 이번 해킹 사건이 훗날 스티키 리키의 역경과 클라이맥스의 소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여행에 돌아와 가게 내외부 대청소를 하며 새로운 시즌을 준비했다. 페그보드를 달아 머천다이즈 존을 새롭게 정비했다. 그리고 태국여행에서 영감을 얻은 '태국 그린 카레' 아이스크림과 파인애플 베이스에 검게 그을린 피부를 연상시키는 발사믹 비네거 시럽을 넣은 '탠 라인' 아이스크림을 시즌 오프닝 메뉴로 새롭게 선보였다. 



비록 계획대로 두 번째 겨울방학에 원하는 기계를 구매하진 못했지만 충분한 휴식을 가지게 되었고, 2019년의 새로운 시즌을 활기차게 보내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