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예산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개성 있는 공간 만들기
SNS나 블로그에 올라오는 스티키리키의 후기들을 보면 '아이스크림이 맛있다', '특이하다'라는 내용과 더불어 가게 공간이 '귀엽다', '외국 같다'라는 피드백들이 굉장히 많다. 그야말로 초저예산 셀프로 만든 가게 공간이 우리 눈에는 못나 보이는 구석들과 부족한 부분들이 너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공간을 사랑해주고 칭찬해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우리처럼 본인만의 브랜드와 공간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꼭 충분한 예산이 있어야만 사랑받는 공간을 꾸밀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꼭 전하고 싶다.
물론 상상하는 모든 것을 공간에 이룰 수 있을 정도로 경제적 여유가 충분하다면 다행이지만, 부족하다고 해서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개성은 부족함 안에서 달리 해보려고 노력할 때 생겨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나 개체와 구별되는 고유의 특성이 바로 '개성'이다. 어딘가에서 본듯한 비슷한 인테리어, 비슷한 조명, 비슷한 가구로 꾸며진 공간보다는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그 브랜드와 가게만의 이야기와 에너지가 가득 차 있는 곳에 사람들의 마음이 더 머무르게 된다. 이는 비단 '공간' 뿐만 아니라 '사람'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스티키리키의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하며 도화지 같은 6평 남짓의 공간을 어떻게 하면 이 공간 안에 스티키리키만의 캐릭터를 입힐지 깊은 고심에 빠졌다. 그것도 턱없이 부족한 예산으로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다짐과 고민은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이웃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꿈꾸는 스티키리키는 작은 골목길에 동네 이웃들이 부담 없이 올 수 있는 곳이었기에, 어떤 방법이든 그 시작부터 이웃들과 함께하고 싶었다.
부족한 예산이었기에 전체 인테리어를 맡기는 대신 셀프로 진행을 하고, 전문가가 필요한 부분들은 동네에 계신 전문가들을 찾아 맡기기로 했다. 비용의 문제로 바닥, 천장 공사 등을 완전히 새롭게 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기에 기존 공간에서 살릴 수 있는 부분들을 최대한 살리고 브랜드의 '컬러'가 돋보이는 인테리어를 진행하기로 했다.
가게 인테리어는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진행했다.
1. 예산 픽스 : 가게 보증금과 기계 구매 등에 대부분의 예산이 필요했기에 인테리어에 투자할 수 있는 예산을 정리하고 시작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큰 예산이 소요되었던 전기증설, 바닥 에폭시, 목수 비용 등을 총 포함하여 대략적으로 5백만 원선으로 진행을 했다.
2. 레퍼런스 찾고 콘셉트 정하기 : 우리가 원하는 미국 동부 해안가의 Boardwalk에서의 추억을 담은 전반적인 컬러와 콘셉트를 정하고, 여행 사진들이나 핀터레스트 , 구글 검색 등을 통해 레퍼런스 이미지들을 한데 모아 전반적인 인테리어 아이디어 보드를 만든다.
3. 도면, 플랜 짜기 : 키친과 접객 공간을 나누고, 각각 공간 안에서 세부적인 레이아웃을 정하고 정확한 치수를 베이스로 랜더링을 진행했다. 스티키리키 옆 가게인 아나키브로스의 사장님이 건축을 전공하셔서 랜더링에 큰 도움을 주셨다.
4. 셀프로 할 부분과 전문가에게 맡길 부분을 나누기 : 예산이 부족했기에 벽이나 간판 페인트 등 우리 손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우리가 하되, 전문가가 필요한 전기, 목수, 바닥 에폭시 작업등은 모두 가게가 위치한 동네에서 일하고 계시는 남영전기, 후암페인트, 꼴망태 목수 사장님들께 의뢰를 했다. 동네 분들께 의뢰를 했기에 약속을 정하고 의사소통을 하기가 한결 수월했고, 가게 오픈 후에 모든 분들이 우리의 단골손님이 되셨다.
5. 콘셉트에 맞는 가구와 조명 찾기 : 전반적인 목공 작업과 동시에 가게에 설치할 조명과 스툴 등을 찾았다. 이케아, 텐바이텐, 마켓비 등 다양한 인테리어 사이트 등을 뒤져 후보군을 추리고 여러 고심 끝에 라이마스의 하늘색 조명과, 이케아의 블루, 옐로 스툴을 구매하였다.
6. 포토존과 세부적인 소품 등으로 디테일 살리기 : SNS나 블로그를 통한 입소문이 중요한 만큼 음식의 맛도 중요하지만 음식의 프레젠테이션과 손님들이 '인증샷'을 남길 수 있을만한 포토제닉 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 굉장히 중요해졌다. 우리는 전면 벽의 핸드페인팅의 로고 작업과, 아이스크림 콘 로고 모양의 네온사인, 2가지 다른 색깔의 로고 패턴 포스터, 파란 색감이 돋보이는 외부 핸드페인팅 사인 등을 포토제닉한 포인트로 만들었다.
부족한 상태에서 인테리어를 시작을 하다 보니 밖으로 눈을 돌려 무언가를 따라 하기보다는 내가 가진 것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많이 찾으려 했다. 우리가 만든 브랜드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우리만이 알고 있기에. 예컨대 테이블 위에 붙어있는 포스터 2장의 프린팅 가격은 만원이 채 되지 않지만 그 포스터를 배경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다.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주고 사진을 찍는 파란색 간판의 경우 간판을 새로 만들만한 여유가 되지 않아 기존 흰색 간판을 페인트로만 덧 입혀 완성했다. 방수페인트 2통의 가격이 10만 원이 채 되지 않았다. 부족함 안에서 만들어진 유니크함은 그 누구도 카피할 수가 없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공간을 가꾸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두면 무기력하고 에너지가 없는 죽은 공간이 되고 만다. 그래서 시즌이 바뀔 때마다 큰 인테리어 틀을 바꾸기는 어려워도 작은 소품들을 계속해서 바꾸고, MD상품의 디스플레이도 시즌마다 변화를 주며 계속해서 새로움을 주고 있다. 특히 크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 공간 안의 책이나 소품, 식물들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새로움을 더할 수 있다.
6평 남짓의 작은 공간은 우리의 실험실이다.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연구와 함께 더 따뜻하고 개성넘치는 공간으로 만드는 실험 또한 계속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