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는 브랜드로 만들어주는 MD상품개발 이야기
처음 스티키리키를 방문하는 손님들이 종종 '미국에서 온 프랜차이즈 브랜드인가요?'라고 묻곤 한다. 직접 만든 브랜드라고 대답을 하면 놀라며 '브랜딩이 너무 잘되어있어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줄 알았다'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리고 최근에 도시 콘텐츠 미디어 <아는동네>의 인터뷰에서 '연필과 에코백, 티셔츠 등 다양한 굿즈를 제작하셨는데요, 덕분에 손님들에게 단순한 아이스크림 가게를 넘어 하나의 브랜드로 각인되는 듯합니다. 브랜딩에 큰 노력을 기울이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받게 되었다.
아무리 맛있고 재밌는 아이스크림도 손에 쥐고 있으면 금세 녹아내려 사라져 버리고 만다. 사람들이 더 오랜 시간 스티키리키를 즐기고 좋아하면 좋겠는데, 녹아서 없어져버리는 것이 아이스크림의 당연한 속성인데도 못내 아쉬웠다. 사람들이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다른 어떤 것에서도 우리의 아이스크림의 느낌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랐다.
그래서 만들 수 있는 모든 것을 '스티키리키화'시켜 굿즈를 만들고 있다. 스티커든, 연필이든 티셔츠든 무엇이든. 우리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나니 우리가 상상하는 모든 것을 실현시킬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이다. 그렇게 그냥 좋아서 만들기 시작한 여러 굿즈 상품들이 단순한 아이스크림 가게를 넘어 하나의 브랜드로 각인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가게를 오픈할 때부터 원형의 로고타입과 아이스크림 콘로고 두 가지 타입의 스티커를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한 장에 100원 정도 하는 아이스크림 콘 스티커를 무료로 나눠주는 것이 비용상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그러나 누군가의 핸드폰에, 다이어리에, 랩탑에 혹은 어딘가에서 우리의 브랜드를 알려주고 있다는 점은 단순히 100원의 가치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두 가지 색깔의 연필도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연필은 단순히 내가 너무 좋아해서 만들게 되었다. 최소 제작수량이 색깔당 1,000개나 되었지만 우리만의 브랜드가 새겨진 연필을 갖는 것이 너무나도 신났기에 그야말로 내 용돈을 털어 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1,000원에 판매를 해보기도 했지만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나처럼 연필을 수집하는 이들이 많지 않기에 결국 무료로 나눠주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필'이 주는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어린이 손님들이 좋아한다는 점이 만족스럽다.
굿즈들이 꼭 브랜딩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료로 나눠주는 스티커와 연필 이외에 매 시즌 새로운 디자인으로 제작하는 티셔츠와 에코백은 부가적인 매출 창출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첫 시즌에는 스티키리키의 3가지 메인 컬러로 티셔츠를 제작했다. 3가지 색상을 합쳐 약 400장 가까이되는 티셔츠를 제작했는데 모두 완판을 했다.
티셔츠나 에코백 등 굿즈 제작이 결코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디자인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로고만 가지고 쉽게 제작을 할 수 있는 여러 웹사이트들이 있으며, 로고 파일만 있으면 쉽게 여러 가지 굿즈에 로고를 얹혀 디자인해볼 수 있다. 수량 또한 최소 1장부터 많은 수량까지 다양하게 제작이 가능하다. 우리는 주로 샘플로 작은 수량을 만들 때에는 마플이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제작을 했고, 100장이 넘는 티셔츠와 에코백을 제작을 할 때는 실크스크린을 하시는 지인분께 외주를 맡겨 작업을 했다.
첫 번째 시즌에 3가지 색깔의 티셔츠를 모두 판매하고 나서도 여러 손님들이 계속해서 티셔츠를 구매하고 싶다고 말씀을 주셨고, 두 번째 시즌에는 화이트와 그레이, 그리고 릭순이라는 세컨드 캐릭터를 활용한 티셔츠를 제작하게 되었다.
다양한 굿즈를 제작해서 나눠주기도 하고 판매하다 보니 추가적인 매출 이외에 고객들이 직접 입고 사용하며 올려주는 sns 후기를 통해 자연스레 스티키리키가 노출되는 점도 장점 중 하나이다. 한편으로는 나이키나 아디다스 같은 브랜드도 아니고 작은 아이스크림 가게 브랜드의 티셔츠일 뿐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주고 입고 다니기도 하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시즌이 끝나고 방학 때가 되면 다음 시즌엔 또 어떤 굿즈를 선보일까 하는 고민도 하게 된다.
손님분들이 스티키리키 티셔츠나 가방을 구매해서 입고 들고 다니시는 것처럼, 나와 짝도 평소 일을 하거나 여행을 가거나 할 때에는 꼭 스티키리키 티셔츠를 입고, 모자를 쓰고, 가방을 메고 다니게 된다. 여행지에서 어떤 가게들을 방문하거나 하면, 우리 역시도 아이스크림 가게를 운영하고 있기에 금방 친밀감이 생기게된다. 또한 여행지에서 만나게 되는 여러 사람들에게도 스티키리키를 자연스레 소개할 수도 있다.
소비자에게 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심어 가는 과정을 브랜딩이라 일컫고, 단순한 판촉물을 넘어 세련된 굿즈를 통해 마케팅을 부스트 하는 동시에 브랜딩 측면에서도 강력한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다고 믿는다. 배달앱인 '배달의 민족'이 키치 한 여러 가지 문구 제품들을 통해 배민스러움을 경험하게 하듯이, 금방 녹아 없어져 버리는 아이스크림을 대신해 스티키리키스러움을 고객이 긍정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재밌는 굿즈들은 계속해서 만들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