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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ntimental Vagabond Mar 16. 2019

5. 겨울방학이 있는 가게 vol.1

첫 번째 겨울방학 이야기 - 아이스크림 학교와 두 번째 마켓 리서치 여행

많은 외식업 자영업자들에게 겨울은 혹독하다. 특히나 아이스크림의 경우 계절성이 짙은 디저트이다 보니 겨울 매출은 특히나 더 혹독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미국의 많은 아이스크림가게들은 3월부터 10월까지만 영업을 하고 11월부터 2월까지는 가게 문을 닫고 휴가를 떠나는 곳들이 많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시즌제로 운영을 하는 것이다. 봄, 여름, 가을 시즌 동안 1년 전체의 매출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매출이 저조한 겨울 시즌엔 고정비용(임대료 등)을 제외하곤 비용을 줄이는 것이 더 현명할 수도 있는 판단이다.


스티키리키도 매년 겨울 방학을 하기로 했다. 겨울방학이 가능했던 이유는 가게 월세가 상대적으로 저렴했고, 가게 오픈 후 1년 반 정도는 짝꿍은 대학교 강의를 병행하며 운영을 하고, 나는 지금까지도 회사를 다니면서 서포트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방학을 마냥 쉬는 시간이 아닌 오픈전 마켓 리서치 여행 때처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새로운 시즌을 위해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계속해서 공부하고 성장하고 새로워지지 않으면 브랜드가 도태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17년 5월 가게를 오픈하고 처음으로 겨울이 찾아왔다. 첫 번째 겨울방학의 목표는 확실했다.


1. 미국 펜실베니아 아이스크림 학교에서 아이스크림에 대해 더 심도 있게 배우기

2. 미국 동부지역 아이스크림 브랜드 리서치


겨울방학 포스터를 SNS통해 공지


경제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이직 직후라 휴가를 내는 것이 쉽지 않아 짝꿍 혼자 다녀오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었으나, 정말 운이 좋게도 겨울방학시기와 맞물려 회사 뉴욕 출장이 생겨 아이스크림 가게 리서치는 함께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리서치 여행을 통해 꼭 가보고 싶었던 아이스크림 가게는 총 3군데. 필라델피아의 Weckerly's Ice CreamLittle Baby's Ice Cream 그리고 뉴욕의 Ample Hills Creamery 였다. 여러 아이스크림 브랜드들을 보며 현재의 우리를 돌아보고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다시 한번 더 점검해보기 위함이었다.




큰 인기에도 불구하고 필라델피아에 피쉬타운쪽에 매장 한 곳 만을 운영 중인 웨컬리 아이스크림(Weckerly's Ice Cream)은 36마일 떨어진 근교의 캠프힐 빌리지 농장(Camphill Village Dairy)에서 오가닉 우유만으로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곳이다.


우리도 언젠가는 젖소농장을 운영하여 생산한 유제품으로 아이스크림을 만들거나 혹은 농장과 협력하여 산지직송(Direct from Farm) 유제품으로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꿈을 꾸고 있기에 꼭 한번 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웨컬리는 유기농 재료와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홈메이드 스타일' 아이스크림을 지향하고, 필라델피아에서 시작한 브랜드이지만 필라델피아 베이스가 아닌 계란이 포함된 프렌츠 스타일(커스터드)의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곳이기도 하다.



가게를 오픈하기 전의 리서치 여행과는 달리 가게를 운영하면서 겪었던 어려움과 더 나아지기 위한 질문들을 가득 안고 하는 리서치 여행은 좀 더 생산적이었다. 특히 스티키리키의 명함과 스티커 등을 건네주면서 우리는 서울에서 아이스크림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를 하니 더욱더 반갑게 맞아주고 깊은 대화를 나눌 수가 있었다.  





두 번째 아이스크림 브랜드는 기괴한 아이스크림 유튜브 영상으로 유명해진 리틀 베이비(Little Baby's) 아이스크림이다.


출처: 리틀베이비 아이스크림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미디어가 다양해짐에 따라 배스킨라빈스 같은 TV광고가 아니어도 브랜드들은 다양한 콘텐츠들을 만들어 자신들을 알릴 수 있게 됐다. 그런 미디어를 가장 잘 활용한 곳이 바로 리틀 베이비 아이스크림이다. 밝고 귀여운 이미지의 브랜드나 가게 콘셉트와 달리 너무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한 아이스크림 영상을 통해 천만뷰가 넘는 조회를 달성하며 그야말로 '입소문'이 퍼지게 된 곳이다. 그 입소문을 타고 작은 1개의 가게로 시작한 리틀베이비는 현재 필라델피아에 3군데 매장과 볼티모어에 2군데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스티키리키'라는 브랜드를 통해 짝꿍이 아이스크림으로 사람들과 소통을 한다면, 나는 다양한 '아이스크림 콘텐츠', 아이스크림 여행기를 담은 유튜브 영상이나 책, 쿡북, 머천다이즈(MD)등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싶기에 리틀 베이비가 늘 궁금했었다.


1,000만뷰를 넘게 기록한 Little Baby's Ice Cream "This is a Special Time"


60만뷰를 기록한 Little Baby's Ice Cream -- Eyes Scream 영상


기괴한 영상만큼이나 통통 튀고 기발하고 Geek 한 느낌이 가득한 리틀베이비 아이스크림에서 가장 재밌었던 것은 누들박스 모양의 파인트 아이스크림 용기였다. 모든 브랜드들이 둥근 파인트를 만들 때 네모난 누들박스의 파인트를 만든 리틀 베이비.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 "Think outside of the box" 정해진 틀을 벗어나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되었다.





마지막 브랜드는 우리에게 가장 많은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용기를 준 'Ample Hills Cremery' 이다.

2011년 브라이언 스미스(Brian Smith)와 그의 아내 '재키 카스쿠나(Jacke Cascuna)가 만든 앰플힐즈는 우리와 시작이 굉장히 비슷했다.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며 두 아이를 키우고 있던 부부. 아이스크림을 좋아했던 남편 브라이언은 아이들을 위해 집에서 아이스크림을 만들다가 아이스크림 가게를 오픈해 보기로 했다. TV 사이파이 쇼 작가였던 브라이언은 가게가 안정될 때까지 두 개의 일을 병했했고, 브랜드가 커질 때까지 부인 재키는 선생님일을 계속해서 하면서 앰플힐즈와 브라이언을 서포트했다. 지금은 미국 전역 뉴욕,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등에 14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특히 디즈니랜드 내 입점과 스타워즈와 콜라보 한 아이스크림까지 만들고 있다.


아이들에게 만들어주던 아이스크림을 이웃과 나눠 먹고 싶어 가게를 오픈하게 됐고 그들의 겸손한 희망(humble hope)이 앰플힐즈라는 브랜드의 진정성의 근원인 것이다.


출처 : Amplee Hills Cremery Website
출처 : Amplee Hills Cremery Website
아이스크림 가게들의 교과서와도 같은 Ample Hills 쿡북


뉴욕에서 두 개의 매장을 오픈하고 운영 중일 때,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디즈니 CEO 로버트 아이거가 그들의 아이스크림을 맛보고 메일을 보내 디즈니가 도울 수 있는 게 있다면 어떤 것이든 도와주겠다고 해서 시작한 디즈니랜드 매장과 스타워즈 콜라보는 아주 유명한 일화이다.



14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큰 브랜드가 된 뒤에도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일'과 '아이들을 돌보고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의 균형을 잡으며 하루하루를 보낸다는 브라이언과 재키 부부는 브랜드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삶에서도 너무나도 닮고 싶은 부부이다.


첫 번째 겨울방학 리서치 여행을 통해 우리는 세 가지 가능성을 엿보았다.


1. 농장 직송의 유제품을 활용한 아이스크림 만들기를 가깝고도 먼 미래에 현실화시킬 수 있을 것

2. 아이스크림 브랜드도 '유튜브 채널' 뿐 아니라 다양한 채널을 통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볼 수 있다는 것

3. 가족과 진정성을 기반으로 한 스토리텔링과 그것의 힘, 그리고 일과 개인적인 삶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




출장을 핑계 삼은 아이스크림 리서치 여행을 끝내고 나는 한국으로 돌아오고 짝꿍은 펜실베니아에 아이스크림 학교 수업을 시작했다. 가게를 운영하고 아이스크림을 만들며 궁금했었던 질문들을 모아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기에 미국의 아이스크림 전문가들에게 받는 수업은 너무나도 값진 시간이었다.



리서치 여행과 아이스크림 학교 수업을 마치고 3월 1일 새로운 시즌을 오픈했다. 더 큰 가능성을 발견하고 더 맛있는 아이스크림과 더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 보낸 겨울방학은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이었다. 또한, 겨울방학 동안 스티키리키를 기다려주고 겨울방학을 통해 업그레이드된 부분들을 알아차려주는 손님들이 있다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그렇게 두 번째 겨울방학을 맞이 할 때쯤엔 손님들이 먼저 묻기 시작했다. '이번 겨울방학은 어떻게 보내실 계획인가요?' '겨울 동안 못 와서 아쉽지만 3월 1일에 또 새로운 모습으로 만나요' 라며 겨울방학을 기대하고 응원해주기 시작했다. 아직까지도 가게를 오픈하지 않는 겨울 동안 경제적인 불안감과 봄이 되면 사람들이 다시 찾아와 줄까라는 불안감을 완전히 떨쳐낼 순 없지만 두 번의 겨울방학을 거치며 조금씩 자신감과 확신이 생겨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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