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길 위에서

미국 서부 로드트립 3 - L.A

타코 투어와 레코드 디깅

by Sentimental Vagabond

샌프란시스코에서 태평양 Route 1을 달리고 달려 드디어 L.A에 도착했다.


L.A 서부 쪽으로 들어오자마자 곧장 Amoeba Record에 가서 디깅을 시작했다. 할리우드 쪽에 위치한 Amoeba Record는 세계 최대 규모의 독립 레코드샵인데,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대략 코스트코 정도라고 하면 될까? 나는 작년 회사 워크숍으로 L.A에 왔을 때 이미 와본 적이 있었으나, 짝꿍은 처음 와본 것이라 넋을 잃고 디깅을 시작했다.



한창 디깅을 마치고 레코드 몇 개를 구매하여 숙소로 향했다. 디깅을 하는 동안 어느덧 어둠이 내려앉았다. 여행에 오기 전 이글 락 지역에 있는 에어비앤비를 3박 4일 예약해두었는데, 짝꿍의 가장 친한 친구의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곳이다.


숙소에 짐을 풀고 있는 동안 퇴근 후 돌아온 친구가 숙소로 왔다. 오랜만에 보는 둘은 오랜만의 재회에 눈물이 핑 도는 듯했다.


감격적인 재회를 마치고 배가 고파진 우리는 본격적으로 타코 투어를 시작했다. 멕시코 이민자들이 많은 L.A이다 보니 자연스레 멕시코 음식이 발달해있다. 미식가인 친구 덕분에 친구의 비밀 타코 스폿들을 하나 둘 도장깨기를 시작했다.


첫 번째는 작년 L.A여행 때도 왔었던 게릴라 타코 스탠드이다. 이름도 딱히 없고,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이곳에 공장들이 모여있는 한적한 도로 한편에 밤마다 타코 스탠드가 펼쳐진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경쾌한 음악에 맛있는 냄새에 춤이 절로 나올 것 같았다.




그리고 다시 2차 타코 스탠드로 옮겼다. 나이 드신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좌판을 깔아 두고 하는 타코 스탠드였는데, 야간 일을 마친 분들이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서 맛있게 타코를 드시고 계셨다. 우리도 옆 의자에 함께 앉았다. 나는 포크 벨리에 그린 소스가 얹어진 Chicarron verde를 시켰다.


전 세계에서 타코의 고향인 멕시코시티 다음으로 타코로 유명한 도시는 바로 L.A이다. L.A에서 100명의 사람들에게 가장 맛있는 타코 집이 어디냐 물어보면, 100개의 다른 타코 집을 알려주고, 그 100개의 타코 집이 모두 다 최고의 타코 집일 것이라는 친구의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길 모퉁이 모퉁이마다 있는 타코 스탠드의 타코는 모두 다 특색이 다르고, 하나같이 최고로 맛있었다.



L.A 첫날밤 마지막 타코는 이글 락 지역에 있는 타코 트럭을 찾았다. 배가 불러 더 많은 타코를 먹지 못한다는 게 한이 될 정도로 모두 다 너무 맛있었다. 친구의 말이 맞았다. L.A의 모든 타코 스탠드를 다 맛보고 싶을 정도로 먹어본 모든 타코 집이 다 최고의 타코였다.



이렇게 3군데 타코 스폿 투어를 마치고, 하이랜드파크로 향했다. 하이랜드파크는 소위 우범지대로 불렸던 곳이지만, 2000년대 이후 아티스트들이 많이 몰려들면서 빈티지 샵, 갤러리, 바 등이 많이 생긴 동네이다. LA에서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친구 덕분에 하이랜드파크의 재밌는 곳들을 많이 구경할 수 있었다. 1900년대 양식의 오래된 건물들에 새로운 활기가 불어넣어지고 있다.



하이랜드파크에 있는 Gold Line bar에 왔다. stone throw records에서 운영하는 레코드 바인데, DJ 공연을 볼 수도 있는 곳이다. 작년에도 왔었던 이곳은 L.A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 중 하나이다. 나란히 바 자리에 앉아서 올드패션을 시켜놓고, 그간 쌓인 얘기들을 나눴다.



칵테일 몇 잔에 한참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늦어, 동네로 돌아와 L.A에서 첫날밤을 마무리했다.


어젯밤 타코 투어를 했음에도, 눈을 뜨자마자 멕시칸 브렉퍼스트를 먹으러 갔다. LA에 온 것인지, 멕시코에 온 것인지. 간단한 브렉퍼스트 요리였지만 생각보다 너무 맛있었다.



동네를 좀 산책하다가 '컴쾃'이라고 하는 괜찮아 보이는 카페가 들어갔는데, 신기하게도 사장님이 한국분이셨다. 근처에 칼리지가 있어서인지 학생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저마다 열심히 뭔가에 열중하고 있었다.


Comquat Cafe


L.A는 2월임에도 낮동안 내내 나른하고 따스한 햇빛이 계속해서 내리쬐었다. 커피 한잔을 하고 하이랜드파크 쪽을 산책 겸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얼마 전 L.A 레이커스 코비 브라이언트가 헬기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지라, L.A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코비를 추모하는 모습을 만나볼 수 있었다.



마리화나가 합법인 캘리포니아 주


요가를 좋아하다 보니 동네 요가원도 들러보고, 괜찮은 웨딩드레스가 없는지 빈티지샵도 이곳저곳 둘러보고, 레코드 가게도 3군데나 들러 디깅을 하다 보니 어느새 해가 질 때가 다되었다.



노을이 지는 시간에 맞춰 라라 랜드 배경으로도 유명한 그리피스 천문대로 올라왔다. 오렌지빛으로 물들고 있는 L.A에 노을을 한참 바라보았다.



노을 지는 것을 한참 바라보다 보니 배가 고파졌다. 친구가 요즘 L.A에서 가장 맛있는 버거집 중 하나라고 소개해준 '버거 네버 다이'에서 만나 함께 버거를 먹고, 70-80년 분위기의 바를 찾아 어제 못다 한 얘기를 한참 나눴다.



놀다가 집에 들어가는 길 집 앞 타깃 마트 주차장 앞에 세워진 타코 스탠드에서 인생 타코를 만났다. 초리조 타코를 먹었는데 고기의 부드러운 텍스처가 먹어본 초리조 중 가장 맛있었다. L.A는 정말이지 타코 천국이었다. 숙소에 돌아와서도 짝꿍과 타코가 얼마나 맛있었는지 한참을 얘기하다 잠이 들었다.



L.A 셋째 날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저녁 늦게 할리우드 쪽에서 다른 친구 부부를 만날 예정이라, 낮에도 할리우드 쪽에서 일정을 보내기로 했다.



쥬이시 델리 랭거스에서 파스트라미 샌드위치를 테이크 아웃하기로 해서 피크닉을 즐기기로 했다. 1947년에 오픈한 랭거스는 LA 현지인들에게 정말 유명한 맛집 중 하나인 곳인데,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여전히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다.



샌드위치를 테이크 아웃해서 할리우드 사인과 그리피스가 보이는 홀리 혹 하우스에서 샌드위치 먹으며 피크닉 즐기고, 사람들을 구경하고 요가도 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아직 결혼한 지 4년이 됐지만 아직 결혼식을 하지 않아서, 빈티지샵에서 괜찮은 웨딩드레스를 찾고 싶어 피크닉을 마치고 할리우드에 있는 몇몇 빈티지샵에 들러 웨딩드레스를 열심히 찾아보았다. 딱히 맘에 드는 것들이 없어 아쉬운 마음을 달랜 채 남편이 젤 좋아하는 영화관도 들르고, 다운타운 쪽으로 가서 <블레이드 러너>, <500일의 서머> 등 유명한 영화들의 배경이 된 브래드버리 빌딩과 '더 라스트 북스토어'도 들러 책과 레코드를 구경했다.



저녁 약속 시간이 되어 친구 부부네 들러 얘길 나누다가,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할리우드 밤거리를 산책하는 것으로 셋째 날을 마무리했다.




넷째 날은 LA 외곽에 있는 게티센터와 베니스 비치 쪽을 둘러보기로 했다. 게티센터로 가는 길에 애플 팬 들르기로 했다. 애플 팬은 1927년부터 한 자리를 지키며 운영되고 있는 햄버거와 애플파이로 유명한 곳이다. 1947년부터 지금까지 같은 주인분이 운영을 하고 있는 곳이다. 지난번 LA 여행 때 왔던 곳이었는데, 백 년 가까이 운영하며 모든 메뉴를 손으로 직접 쓰고, 올드스쿨 캐셔를 사용하는 것이 너무 인상적이었기에 짝꿍을 꼭 데려오고 싶었다. 스티키리키를 함께 운영하며 이렇게 오래 한자리를 지키며 가게를 운영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기에


기분 좋게 햄버거와 애플파이를 먹고, 게티센터로 향했다.


예술을 사랑했던 석유왕 폴 게티의 작품들이 모여있는 게티센터는, 그 웅장한 건축과 건축에 어우러진 정원, 어마한 컬렉션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이다. 약 3만 평 대지에 L.A 전경이 내려다 보이는 이 아름다운 미술관이 무료인 것도 신기했다.



게티센터를 한참 돌아보며 웅장한 건축과 소장품들도 너무 좋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손잡고 나들이 온 노부부들과 게티센터 개관부터 볼런티어를 하신 쥴 아저씨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게티센터를 나와 베니스 비치를 향했다. 커피 한잔을 마시고 천천히 해변가를 산책했다. 농구를 하는 사람들,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사람들, 다양한 거리의 예술가들. 겨울 시즌이었음에도 해변은 자유로움과 활기가 넘쳤다.







퇴근시간을 피해 베니스 비치를 떠나 코리아타운으로 향했고, 친구와 만나서 BCD순두부를 먹고 LA에서의 넷째 날을 정리했다.


내일은 L.A를 떠나 샌디에이고로 가서 또 다른 친구를 만나고, 조슈아트리 파크를 가기로 한 날이다. 길 위에서 또 어떤 풍경을 마주하게 될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