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리해고 과정
'IMF 외환위기'는 나에게는 초등학생 시절의 이야기이다.
당시 '한스밴드'라는 세 자매로 이루어진 밴드가 인기를 끌었었는데, 대표곡으로 '오락실'이라는 노래가 있다.
출처: 유튜브 채널 '한스밴드'
성인이 되고 정리해고를 준비하는 입장이 되었을 때, 이 노래가 그 당시 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은 노래였는지 조금이나마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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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경영악화에 따라 희망퇴직까지 진행이 되었다면,
적지 않은 확률로 정리해고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간 1, 2편에서 설명했던 과정 외 권고사직, 임금동결, 연장근로 중단, 임직원 복지 중단 등의 액션도 있지만 별도로 다루지는 않았다.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다.
희망퇴직을 실시했음에도 회사의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신청했다거나 혹은 경영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회사는 다음 스텝으로 '정리해고'를 고려할 수 밖에 없다.
근로기준법 상 '해고'란 '근로자의 귀책사유로 인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계약을 해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정리해고'란 '기업의 긴급한 경영상 필요에 의하여 일정한 요건 아래 행하여지는 해고'를 의미한다.
근로자의 귀책사유가 아닌 셈이다.
이런 측면에서 근로기준법(제 24조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에 의하면, 정리해고를 하기 위해서는 아래 네 가지 요건 모두를 충족하여야 한다.
1번(필요성)은 정리해고의 배경, 2~4번(해고회피노력, 대상 선정, 성실한 협의)은 정리해고의 방법과 절차에 관한 건이다.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을 경우 부당 정리해고가 된다.
1.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
반드시 기업 도산을 회피하기 위한 것에 한정할 필요는 없고, 인원 삭감이 객관적으로 보아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될 때에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 (대법원 1991.12.10. 선고 91다8647 판결)
다만, '일시적 경영 위기만으로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있다고 할 수는 없음' (대법원 2014.11.13. 선고 2014다20875 판결)
2. 사전 해고회피의 노력
경영방침이나 작업방식의 합리화, 신규 채용 금지, 일시휴직 및 희망퇴직의 활용, 전근 등 사용자가 해고범위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는 것 (①, ②편 참고)
그 방법과 정도는 확정적,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당해 사용자의 경영위기 정도, 정리해고를 실시해야 하는 경영상 이유, 사업의 내용과 규모, 직급별 인원상황 등에 따라 달라지는 것 (대법원 2019.11.28. 선고 2018두44647 판결)
3. 합리적이고 공정한 대상자 선정
해고대상자 선정기준은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정해져 있는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에 따라야 하고, 기준이 사전에 정해져 있지 않다면 근로자의 건강상태, 부양의무 유무, 재취업 가능성 등 근로자 각자의 주관적 사정과 업무능력, 근무성적, 징계 전력, 임금 수준 등 사용자의 이익 측면을 적절히 조화시키되, 근로자에게 귀책사유가 없는 해고임을 감안해 사회적, 경제적 보호의 필요성이 높은 근로자들을 배려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을 설정해야 함 (대법원 2021.7.29. 선고 2016두64876 판결)
4. 50일 전 노동자 대표에게 통보 후 성실한 협의
협의내용: 해고회피 방법, 해고대상자 선정기준 및 해고예정 인원, 해고사유, 해고 후 우선 재고용 노력 의무에 대한 사항, 해고 일정, 퇴직/해고 조건(해고예고, 해고에 대한 보상, 재고용 특권 등)
위에서 판례와 함께 설명한 3번의 경우, 그 기준을 설정할 때 HR 부서 내부적으로도 상당한 이견이 오가는 지점이다. 근로자 각자의 상황과 사용자의 이익 측면을 '적절히' 조화시킨다는 것은 관점에 따라 상당히 이견이 발생할 수 있는 모호함이 있기 때문이다. 정리해고를 진행한 타사 사례에서도 그 기준은 다양하다.
정리해고 전, 나는 수습 직원들에게 우선고용안내서를 메일로 보내는 일을 맡았다.
어려운 회사사정을 감안하여 퇴직원을 제출할 경우, 사정이 나아질 때 우선재고용을 약속한다는 내용이었다.
메일을 작성하고서도 발송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망설이기를 반복했다. 굉장히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HR이라는 직무를 택한 나의 결정에 후회되는 순간이었다.
내가 보낸 메일은 얼마 지나지 않아 뉴스에 보도되었다.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회사가 지원금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확실시해지고, 더 이상 할 수 있는게 없다는 노동지청 사무관의 미안함 가득한 목소리에 수화기를 쉽사리 내려 놓지 못하고 눈물이 맴돌았다.
아마 HR 담당자로서 할 수 있는게 없다는 무기력함과 답답함에 나온 눈물이었을거다.
내가 속해 있던 조직은 2,000여 명이 조금 안 되는 규모였고, 약 600명을 정리해고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 역시 회사에 퇴직원을 제출했고 그만 두었다.
①, ②편에서 소개했던 내용들 그리고 정리해고가 진행되면,
근로자 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 함께 말할 수 없는 충격과 고통을 겪는다.
우리가 피고용자의 입장에서 계속 일을 한다면 언제라도 이런 일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지금 내가 속한 기업은 대기업이라서, 혹은 재무적으로 안정적이어서 괜찮아.'라는 말은 결코 워런티가 되지 않는 말이다.
절대 발생해서는 안 되는 일들이지만,
피고용자의 입장에서 일을 하는 상황이라면 한 번쯤은 인지하고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다.
짤막하게나마 3편의 글들을 통해서, 회사에서 원치 않게 이별을 '당하는' 과정을 다뤘다.
독자 분들에게 약간의 도움과 참고가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