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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페 Mar 27. 2022

이별한 사람은 듣지 마세요

8. Giveon - Heartbreak Anniversary

Video by Givēon


주변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음악 추천을 하지만, 이별한 사람에게는 추천을 하지 않는 몇몇 곡들이 있어요.

때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가급적이면 멜로디나 가사가 슬픈 노래는 추천하지 않으려고 하죠.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슬픔의 종류 중, 가장 빠르고 쉽게 공감하고 또 전이시킬 수 있는 건 이별의 슬픔인 것 같아요. 단순한 친구와의 이별부터 시작해서, 연인과 이별, 그리고 누군가의 죽음으로 인한 영원한 이별 등 세상을 혼자 살지 않는 이상, 이별은 필연적으로 겪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니까요.


일반화 할 수는 없지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이별의 아픔을 느끼는 가장 빠른 경험은 연인과의 이별에 대한 아픔이 아닐까 싶어요. 그렇기에 특히 많은 노래들이 이러한 이별의 아픔을 주제로 담고 있지요. 개인적으로는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만큼 빠르게 빠지고, 또 빠르게 질려버리는 음악이 이러한 음악들인 것 같아요.


아무튼 수~많은 이별 노래 중, 오늘 제가 가져온 노래는 바로 Giveon의 Heartbreak Anniversary 라는 곡이에요. 이전에 '처음이라는 만큼 아련한 단어가 있을까' 라는 포스팅에서 틱스의 First time 이라는 곡을 소개하면서도 언급하였던 그 기브온(기베온/기비온) 의 가장 유명한 곡인데, 저음 보이스에서 오는 호소력이 아주 끝장이 나요. 조금은 호불호를 탈 수 있는 보이스를 가지고 있다고도 생각이 들지만, 듣다보면 나도 모르게 무한 반복 하게 되는, 그리고 비가 오는 날 혹은 새벽에 더 좋은 그런 노래입니다.
*정말로 불호가 있다면 용서하지 않겠어..


Giveon


기브온은 2020년 'Like I Want You' 라는 곡으로 데뷔한, 신성이라면 신성이라고 부를 수 있을 알앤비 소울 싱어에요. 데뷔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보니 엄청나게 많은 노래가 있는건 아닌데, 지금까지 발매한 곡들이 대부분 비슷한 느낌을 띄고 있습니다. 이번에 포스팅하는 Heartbreak Anniversary 처럼 이별에 대한 아픔, 그리고 그 아픔에서 오는 고뇌 등이 주가 되는 노래들이 꽤 많지요.


그렇지만 분명히 이야기 하고 싶은 건, 비슷하다고 해서 별로라는 의미는 아니에요. 별로는 무슨 각 노래마다 풍기는 또 다른 감성이 있지요. 추후에 또 소개해 드리겠지만, Stuck on you, Like I Want You 등 오늘 추천드리는 곡이 마음에 든다면 미리 들어보셔도 후회 없을거에요.


기브온에 대해서 열심히 검색을 하다보면, 기베온, 기비온 아주 다양하게 Giveon을 지칭하곤 합니다. 어차피 외국어명이기에 어느정도는 마음대로 부를 수 있기야 하겠지만,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는(Give) 사람이 되라는 의미에서 어머니가 지어주신 이름이라는 히스토리를 알게 된 후로는 저는 그냥 기브온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아! 그리고 기브온의 노래를 듣고 '뭔가 익숙한 목소린데?' 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을거에요. 기브온 노래는 못들어봤을지라도, 저스틴 비버의 'Peaches' 라는 곡은 들어봤을테죠. 피치스의 피쳐링으로 다니엘 시저와, 기브온이 함께 했었다는 사실, 그리고 이 사실을 알고 피치스를 다시 들어보면 또 새롭게 느껴지실거에요.


아무튼, 다시 노래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조금은 모순적인 제목을 가지고 있는 Heartbreak Anniversary 라는 곡은 비오는 날에 참 듣기 좋은 곡이에요. 아마 제가 이 곡을 비오는 날에 처음 들었기 때문일 지 모르겠어요. 비가 많이 내리던 어느 날, 버스에서 이 곡을 들으면서 창 밖을 보는데 방금 이별한 사람인 줄 알았다니까요? 없는 이별도 방금 경험한 것 같이 만들어 주는 그런 노래랄까요.


가사에서도 이야기 하는 것 처럼, 이별 후에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들이 꼭 있어요. 선물 받았던 물품이라던가, 특정한 장소, 아니면 만났던 날 혹은 이별한 날과 같은 기념일 같은 것들이 문득 문득 그 사람을 떠올리게 하죠.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별 후 선물 받은 편지와 물건들을 모두 버리고, 사진을 삭제하고, 쌓아왔던 모든 추억들을 부정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이별을 극복하는 방법은 각자 다르기에 옳고 그름이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최근에 읽은 박준 시인의 계절 산문에 이런 구절이 있는데 참 공감이 가더라구요.

"어떤 괴로움이든 그것을 충분히 다 괴로워한 후에야 비로소 끝이 나는 것일 테니까요" 

아마 이별이란 슬픔도 그런게 아닐까요? 잊으려고 한다고 잊혀지는 것이 아닌, 알게 모르게 충분히 다 괴로워해야 잊혀지는 그런 슬픔 말이에요.


기브온은 이 노래에 대해서, '그냥 가슴 아픈 것을 기념하는 날' 이라고 코멘트 했더라구요. 잊고 싶지만 잊을 수 없는 가슴 아픈 일들, 그것이 이별이 되었든 무언가가 되었든 간에 때로는 직시하고 괴로워 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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