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 아나토미 - 헨리 그레이
해부학을 자세히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에 도서관에서 해부학 책을 검색해 보았다. 그중에 나왔던 책이 해부학자였다. 보랏빛으로 부드러운 표지가 맘에 들어 읽어보았다. 내가 생각했던 인체해부학에 대한 설명보다는 <그레이 아나토미>의 저자 헨리 그레이에 대한 궁금증으로 시작되었다.
읽다 보니 작가와 나의 공통관심사를 발견하게 되었다. 빌 헤이스는 피부가 없이 몇 가닥의 드러난 근육과 혈관 그림이 '어울리지 않게 아름답다'라고 느꼈다 하였다. 나도 유일하게 좋아하고 재밌게 본 애니메이션이 '진격의 거인'이다. 스토리도 좋지만 거인들의 근육의 묘사가 흥미롭고 눈길이 갔다. 이러한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하며 점점 커지는 기대로 책을 넘겼다.
빌 헤이스는 <그레이 아나토미>를 보며 "이 책을 쓴 사람은 도대체 누구일까?"라는 궁금증으로 책 한 권을 완성하게 되었다. 책을 쓰려면 관련 정보를 찾고 모아야 하는데 헨리 그레이의 기록은 쉽지 않았다고 한다. 남아있는 기록이 거의 없었고, 34살 젊은 나이에 단명한 그에 대한 정보는 극히 드물었다. 그래도 조금씩 주변인들의 기록 속에서 헨리 그레이를 찾아가며 책을 썼다. 실제로 빌 헤이스는 헨리 그레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해부학 강의에 참관하였다고 한다.
그리하여 중간중간 쏠쏠한 해부학 정보도 들어있었다.
해부학 강의에 사용되는 시신은 마치 화상환자처럼 손과 머리가 거즈로 감겨있다고 한다. 이는 두 가지 기능이 있는데 하나는 섬세한 부위가 오랜 기간 보존되도록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학생들을 보호하는 것이다.
우리는 사람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부위인 손이나 얼굴을 보게 되면 강렬한 인상을 받고 때론 그것이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한 사람의 직업, 건강, 나이 등을 얼굴이나 손을 보고 대강 가늠할 수 있다. 얼굴과 손을 단정하게 하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한 권을 다 읽지는 못하였다. 하루에 10페이지씩 두 달 동안 완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계속 책장을 넘기며 책의 기록을 남겨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