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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벌꿀 Jul 15. 2020

완두콩에는 양파

완두콩만 잔뜩 한접시

완두콩이라면 어렸을 적 짜장면에 너댓개 올라가 있던 것과, 지금 떠올려보면 아마도 통조림이지 않았을까 싶은 식빵에 콕콕 박혀있던 완두콩식빵의 추억이 있는 재료다. 그때는 옥수수의 단맛과는 영 딴판인 완두콩을 일일이 골라내곤 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서도 완두콩을 찾아먹는 일도, 어떻게 먹는지도 별 관심은 없었다. 


봄이 제철인 완두콩은 이탈리아에서는 피셀리 Piselli 라고 부른다. 마트의 냉동코너에 가면 한무더기 종류별로 있는 완두콩들은 알이 좀 큰것 부터 아주 작은 것까지 다양하다. 병이나 통조림들도 있지만 완두콩 만큼은 냉동된 것으로 요리하는 것이 원하는 식감대로 조리할 수 있어 더 선호되는 것 같다.


내가 완두콩을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한 것은 리타의 계란 프리타타 이후다. 점심으로 간단하게 프리타타나 먹자는 리타는 금방 요리를 시작했다. 이탈리아식 오믈렛, 계란요리라고 알려진 프리타타 Frittata 는 원하는 재료를 넣고 계란을 넣어 프라이팬에 부치면 되는 간단한 음식이다. 


계란이 익는 자글자글한 소리와 팬의 뚜껑을 덮는 소리가 나고 얼마나 지났을까, 오일에 계란이 익는 냄새가 집안 가득해지자 그녀는 접시 두개를 가져와 테이블에 놓았다. 그리고 가져온 프리타타를 보고 나는 뭐라고 해야할까, 입이 다물어질만큼 한가득 들어간 완두콩에 적잖이 놀랐다. 프리타타의 9할이 완두콩처럼 보였다. 


간단한 점심은 나에게는 간단하지 않은 점심이 되었다. 먹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나는 태어나서 완두콩을 한번에 이렇게 많이 먹어본 적이 없었다. 짜장면에 들어있던 다섯알을 먹어본 게 내 완두콩 경험의 최대지, 전부였다. 맘 속으로는 갈팡질팡 해대며 비명을 질러댔지만 어쨋든 나는 접시에 올려진 프리타타를 크게 한조각 잘라 포크로 쿡 찍어 한입에 다물어 먹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맛은 나쁘지 않았다. 예상외로 엄청 맛있는 맛도 아니였지만. 


그날을 기점으로 나는 완두콩을 요리의 주재료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완두콩 크림수프, 완두콩과 판체타 (베이컨) 볶음, 완두콩과 계란 오븐구이, 완두콩 리소토, 완두콩 파스타, 완두콩 오징어 스튜 등등 다양한 완두콩 요리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레시피는 양파와 피셀리를 같이 프라이팬에 볶은 것이다 (Piselli con cipolle in padella).


양파는 색감을 위해 흰색을 쓰고 올리브오일과 완두콩, 소금만 있으면 된다. 취향 껏 붉은 양파를 써도되고 파슬리를 다져서 넣기도 하고 후추를 첨가하기도 한다. 양파와 완두콩이 익으면서 점점 달아지는 맛이 꽤나 괜찮다. 


완두콩을 볼때마다 한국의 친구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상상을 하곤한다. 만약 내가 완두콩만 한가득 한 접시를 내준다면... 


다들 의외로 괜찮다고 하지 않을까.


사진출처 : Photo by Mikołaj Idziak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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