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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X 가이드 진화기(feat.채널톡 ALF 도입 실패)

CX 인턴으로 살(아남)기 - 3. CX 인턴이 가이드를 담당하다.

by Pepper

B2B SaaS CX팀의 인턴으로 일하고 있어요. 매일 조금씩 기르는 능력치와 헛발질, 도합 0의 삶에서 느끼는 점들을 공유합니다.




zendesk 아티클에 따르면 이상적인 CX매니저에게는 10가지 스킬이 필요하다고 해요.

리더십, 문제 해결력, 적응력, 커뮤니케이션, 제품 이해도 등등.. 그런데 저는 여기에 한 가지 더, CX매니저에게는 에디터적인 면모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CX 매니저는 고객 경험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어야 하고, 동시에 그 경험을 단어와 문장으로 전달하는 사람이기도 하니까요.



오늘은 제가 지금까지 가이드를 작성하고 진화(?)시켜오면서 느낀 점들에 대해 소개해 보려고 해요.


zendesk - Customer experience manager: Role, skills, salary, and more




CX매니저가 하는 가이드 작성 업무란?


모든 서비스에서 사용자에게 명확하고 깔끔한 매뉴얼을 제공하는 것은 당연하면서도 그만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SaaS에서도 마찬가지로, 가이드는 고객이 우리 제품을 빠르게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너무나 기본적인 존재예요. 그와 동시에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묘하게 손이 많이 가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잘 작성한 가이드는 문의율을 낮추고 고객의 온보딩 속도를 높일 수 있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러한 상관관계를 말하며, 효용을 측정하기도 어려워요. 하지만 가이드에서 조금이라도 부족한 부분은 바로 눈에 보이는 마법 ㅜㅜ



채널톡 ALF와의 만남(과 너무 빠른 이별)

저는 가이드 업무를 맡으면서, 가이드 이사를 결심했습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깃북에서 채널톡 도큐먼트로 옮기게 되었던 것인데요. 이 결정에는 채널톡의 생성형 AI인 ALF 출시가 큰 역할을 했어요.

출처 - 채널톡


ALF 문의가 유입되면 가이드의 내용을 기반으로 답변하는 채널톡 전용 AI에요. 당시 고객 문의가 감당하기 벅찬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단순 기능 문의에 더 빨리, 정확한 답변을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ALF와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며, 채널톡 도큐먼트로 가이드를 작성하게 되었어요.



ALF의 답변 예시


처음에는 꽤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가이드에 나와있거나 FAQ로 등록한 질문에 대해서 잘 답변해주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모든 문의가 ALF로 먼저 연결되다 보니 발생한 문제점이 있었어요.

ALF는 한번 더 문의를 하거나, 고객이 '담당자 연결'이라고 입력해야 담당자인 저에게 연결이 되는 구조였는데요. 그렇다 보니, 고객이 담당자를 연결하지 않으면, 추가 답변이 필요함에도 해당 답변을 늦게 확인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했습니다.


또 기능 문의라고 하더라도, 각 고객사마다 사용하는 방식은 다른데요. ALF의 답변에서는 (당연한 것이지만) 정말 가이드에 나와있는 대로의 일차적인 답변만 가능했어요.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어요

문의를 응대하다 보면, 고객이 대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느껴지는 은은한 문제 상황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 기능이 안 돼요"라고 문의하는 고객 뒤에는 "사실 우리 팀이 이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요" 같은 숨겨진 니즈가 있을 수 있거든요. 지금 필요한 것은 들어온 문의를 빠르게 쳐내는 것이 아닌, 문의를 통해 고객이 어떻게 쓰고 있는지 파악하고, 말하지 않은 다른 문제는 없는지 확인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ALF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되었어요.



가이드에서의 새로운 실험들

ALF와 이별한 후, 가이드 자체를 더 효과적으로 만들기 위한 여러 시도를 해보았어요.


GIF로 보여주기

복잡한 과정을 단계별 스크린샷 대신 GIF로 만들어서 첨부해 보았어요.

단순 이미지의 나열로 설명하기 어려운 기능에 대해 직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요.

기본 gif를 삽입하는 것도 좋지만, jitter라는 툴을 사용하면, 기능을 더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요!





Interactive guide 도입

clickable한 guide를 보여주기 위해 arcade, supademo 같은 툴들을 사용해 보았어요. 이 툴로 interactive product demo를 진행할 수 있는데요. 특히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지를 간단하게+체험형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만족스러웠어요. 아래 이미지처럼 사용자는 클릭해 가면서 사용 방법을 쉽게 확인할 수 있어요.


GIF로 보여주기에는 과정이 길고, 동영상으로 보여주기에는 애매한 기능들을 설명하는 데에 있어서, 아주 유용하게 활용했답니다.

supademo 예시



그리고 이런 clickable guidef를 활용해서 맨 처음 시작하는 고객을 위한 '시작하기 가이드'를 만들어보기도 했어요. 우리 서비스는 CRM 서비스로, 처음 사용해 보는 고객은 각 개체들의 관계나 사용 방법에 대해 어려움을 느끼곤 했는데요. 기존에 기능별로 나뉘어 있던 가이드를, 실제 고객의 첫 사용 여정에 맞춰 재구성해서 작성해 보았어요.





앞으로 우리 가이드는 어떻게 될까요?

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해 느낀 건, 멈춰있는 가이드는 없고 또 완벽한 가이드 솔루션도 없다는 거예요.

작게는 제품의 기능 업데이트부터 시작해서, 고객이 어떻게 하면 우리 기능을 잘 이해할 수 있을까? 를 고민하며, 고객의 불편함을 들어가며 가이드는 계속 발전해 가야 해요.


각각의 가이드 솔루션 모두 장단점이 있기에, 우리 고객의 특성과 제품의 복잡도에 따라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앞으로는 이런 걸 더 해보고 싶어요.


영상 가이드

account consultant분들이 제품을 직접 설명하는 짧고 집중도 높은 영상 가이드들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특히 신규 사용자를 위한 온보딩 비디오는 텍스트 가이드보다 훨씬 효과적일 것 같거든요.


고객 피드백 루프 구축

가이드를 읽고 나서 "도움이 되었나요?" 같은 간단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도 만들어보려고 해요.

어떤 가이드가 정말 효과적인지, 해당 가이드가 정말로 도움이 되었는지 측정하고 개선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다음 과제인 듯 합니다.


고객 세그먼트별 가이드

최근 7일 내 로그인하지 않은 유료 고객, 가입 후 14일이 지난 고객, 고객의 특정 유즈케이스에 맞춘 기능 소개 등 특정 상황이나 조건 맞춤형으로 해당 가이드 기반으로 우리 제품을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가이드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어려움 없이 이 가이드만 따라 하면 기본 세팅은 끝이다! 하는 식으로요.





처음 맡게되었던 가이드 작성 업무! 가이드 하나에도 이렇게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가이드 업무는 어떻게 보면 단순히 매뉴얼을 작성하는 업무라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 고객이 우리 제품을 쉽게 이해하고 성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본질을 실현하는 액션인 것 같아요.


결국 CX 업무란 고객의 입장에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작은 불편함도 놓치지 않으려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이니까요. 앞으로도 더 나은 고객 경험을 만들기 위한 저만의 실험은 계속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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