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브 어 나이스 데이

by Peppone



중국 애니메이션 **해브 어 나이스 데이**를 보다가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재미있지도, 그렇다고 힘들지도 않은데

기분이 계속 어긋났다.


이 애니는 친절하지 않다.

누가 옳은지 설명하지 않고,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도 정리해 주지 않는다.

그냥 사람들이 움직이고, 엇갈리고, 망가진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소소한 욕망만 갖고 있다.

큰 정의도, 거창한 악도 없다.

돈 조금, 도망칠 구멍 하나,

체면을 지킬 마지막 말 한마디 정도.


그런데 그 사소한 것들이

서로 얽히는 순간

폭력이 되고, 배신이 되고,

아무 설명 없는 죽음이 된다.


이 애니가 묘한 이유는

잔인한 장면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 담담해서다.


사람이 다치고, 사라지고, 실패해도

카메라는 멀찍이서 보고만 있다.

슬픔을 강조하지 않고

음악으로 감정을 끌어올리지도 않는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이건 비극이 아니라,

그냥 이런 세계라고.


배경은 특정 도시 같지만

어디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불편하다.

어느 나라 이야기 같으면서도

지금 내가 사는 곳과 닮아 있어서.


질서는 이미 무너졌고,

법과 정의는 형식만 남아 있다.

사람들은 그 안에서

최소한의 이익을 챙기며

서로를 스치듯 해친다.


누구도 괴물이 아닌데

결과는 항상 괴물 같다.


제목은 ‘해브 어 나이스 데이’.

이보다 잔인한 농담이 있을까.

작품 속 누구도

좋은 하루를 보내지 못한다.


그런데도 인사말은 반복된다.

마치 시스템이 말하는 것처럼.

“문제 없어. 괜찮아.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


이 애니는 위로하지 않는다.

분노하라고도 하지 않는다.

대신 한 가지 상태만 남긴다.


말로 설명되지 않는 불편함.

이미 익숙해져 버린 세계에 대한

늦은 자각.


보고 나서 한동안

기분이 맑아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이 애니가

제대로 작동했다는 증거 같았다.


좋은 하루를 보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해브 어 나이스 데이”라고 말하는 세계.

우리는 이미 그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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