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반을 특정하지 않은 채, 집에 들어오겠다고 통지받은 일에 대하여
행정은 보통 조용히 작동한다.
그래서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조용함은 종종 “아무 일도 없었다”는 상태로 둔갑한다.
나는 그 둔갑을 막기 위해 기록한다.
최근 광주광역시 동구청 건축과로부터
「건축법 위반 여부 확인을 위한 현장조사 알림」을 받았다.
대상 건물은 금동 45-1.
문제는 그 통지서 어디에도 어떤 위반이 있는지는 적혀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위반 유형도,
조사 개시 사유도,
민원의 내용도 없었다.
다만
“위법건축물 신고 민원이 접수되었으니
1층부터 4층, 옥상까지 출입·촬영·측량을 하겠다”는 통지만 있었다.
나는 행정조사를 거부하지 않는다.
다만 행정조사는
무엇을 보겠다는 것인지를 먼저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위반을 특정하지 않은 채
사유재산 전체에 대한 출입을 예정하는 방식은
조사가 아니라 권한의 선언에 가깝다.
이 과정에서 더 이상했던 점이 있다.
정보공개 이의신청에 대한 답변,
현장조사 통지 발송,
조사 일정 조정,
조사 집행 예정까지
모든 외부 접점이 동일한 실무자 1인에게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그 담당자의 직급은 서기보였다.
판단과 통지, 집행이
하나의 이름으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상급자의 결재와 책임은 보이지 않았다.
행정 절차는 존재하지만
책임의 위치는 흐릿해지는 방식이었다.
나는 이 사안을
동구청 내부에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보지 않았다.
그래서 국민권익위원회에
“이런 경우, 국민에게 무조건적인 협조 의무가 성립하는가”
“위반 특정 없는 현장조사가 적법한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권익위는 말을 하지 않는 기관이다.
하지만 말을 하지 않는 동안
기록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 글은 항의문도 아니고
고발문도 아니다.
다만 나에게 일어난 일을
시간과 순서, 문장으로 고정해 두는 기록이다.
행정은
“보겠다고 하면 응해야 하는 권한”이 아니다.
조사는 절차이고,
절차는 설명을 전제로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적는다.
기록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나가버릴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