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민원이 들어와서 확인하러 갑니다.”
무슨 민원인지 말해주지 않는다.
무엇이 위반인지도 말해주지 않는다.
다만 그날 집에 있으라고 한다.
들어가 보겠다고.
최근, 내가 받은 통지가 그랬다.
‘건축법 위반 여부 확인을 위한 현장조사 알림.’
위반은 특정되지 않았다.
어떤 민원인지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조사 범위는 1층부터 4층, 옥상 전체였다.
출입, 촬영, 측량이 가능하다고 했다.
나는 그 문장을 읽으며 질문이 하나 떠올랐다.
보겠다고 하면,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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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반은 없고, 조사는 있다
행정조사는 원래 이런 구조여야 한다고 알고 있다.
무엇을 보겠는지 말해주고,
왜 필요한지 설명하고,
어디까지 볼 것인지 밝히는 것.
하지만 이번 통지에는 그중 어느 것도 없었다.
“위법건축물 신고 민원이 접수되었다”는 한 줄만 있었다.
위반은 없는데,
조사는 예정되어 있었다.
이건 단순한 행정 편의다.
그리고 편의는 권한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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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 일을 하고 있는가
더 이상했던 건,
이 모든 과정이 한 사람에게서만 나왔다는 점이다.
정보공개 이의신청에 대한 답변도,
현장조사 통지도,
조사 일정 조율도,
조사원으로 직접 출입하겠다는 통지도.
모두 같은 이름이었다.
그 사람의 직급은 ‘서기보’였다.
최하위 실무 직급.
물론 문제는 개인이 아니다.
문제는 구조다.
이 정도 범위의 조사가
한 실무자의 판단으로 이루어질 수는 없다.
그렇다면 누군가의 승인, 누군가의 결정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책임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밖으로 나온 것은 오직 실무자 한 명뿐이다.
책임은 위에 있는데,
응답은 아래만 한다.
이 구조는 늘 이렇게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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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사를 거부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 글을 읽고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괜히 예민한 것 아니냐고.”
아니다.
나는 조사를 거부하지 않는다.
다만 설명 없는 출입에 응하지 않을 뿐이다.
무엇을 보겠는지,
왜 필요한지,
누가 책임지는지.
그 세 가지가 제시된다면
협조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하지만 아무것도 말하지 않은 채
“그날 집에 있으라”고 하는 요구에
응해야 할 의무는 없다.
그건 법의 문제가 아니라
상식의 문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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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
이 일을 겪으며 알게 된 건 하나다.
행정은 기록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나간다.
하지만 기록되면
누군가는 읽어야 하고,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서 나는 이 일을 민원으로 남겼고,
이제 글로도 남긴다.
이건 싸움이 아니다.
항의도 아니다.
그저 묻는 것이다.
보겠다고 하면,
정말 봐도 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