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화난 기록
‘역대 최대 115만 개 노인일자리’라는 표현은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일자리가 아니라 숫자다.
이 일자리들은 생산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기술을 남기지도, 산업을 확장하지도, 다음 세대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단기·저임금·공공재정 의존.
통계표에서만 의미를 갖는 자리다.
노인빈곤 완화라는 명분은 있다.
그러나 빈곤의 원인은 그대로 둔 채,
잠시 숨을 붙여주는 방식에 불과하다.
연금은 부족하고, 의료는 불안정하고, 주거는 방치된 상태에서
‘일’을 주었다고 말하는 것은 책임의 이월에 가깝다.
국가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다.
문제를 관리 가능한 크기로 유지했을 뿐이다.
이 일자리들은 대부분 행정의 말단에서 소모된다.
정리, 감시, 안내, 보조.
행정이 직접 떠안기엔 번거로운 마찰 비용을
노인의 노동으로 외주화한 구조다.
그 사이 청년의 자리는 줄어든다.
공공부문 예산은 한정돼 있고,
미래를 전제로 한 일자리는 늘지 않는다.
세대 간 갈등을 말하지만,
갈등을 만든 설계에 대한 언급은 없다.
결과적으로 국가는
사람을 고용한 것이 아니라
통계를 고용했다.
숫자는 늘었고,
구조는 그대로다.
그리고 이 ‘성과’는
다음 선거 전까지 유효하다.
이 기록은 분노의 언어를 쓰지 않는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미 충분히 조용하고,
충분히 폭력적인 정책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