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 길은 풍경이 아니라 압력이다.

by Peppone

길은 누구의 것인가


나는 구도심에 산다.

출입문은 도로와 맞닿아 있고, 정지선은 생활의 경계선처럼 놓여 있다.

차가 멈추면 그 소리는 벽을 통과해 실내로 들어온다.

이곳에서 길은 풍경이 아니라 압력이다.


나는 거대한 변화를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속도의 기준을 묻는다.

길의 설계가 차량의 효율을 우선할 때,

보행은 언제나 가장자리로 밀려난다.

도시는 그렇게 중심을 잃는다.


철도를 깔고 노선을 연결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도시의 품질은 지상에서 결정된다.

차선 폭 30센티미터, 정지선 몇 미터,

속도 제한 10킬로의 차이.

이 작은 수치들이 하루의 안전과 피로를 좌우한다.


구도심은 이미 조건을 갖추고 있다.

골목은 좁고 건물은 낮으며,

사람의 눈높이가 아직 남아 있다.

여기에 필요한 것은 확장이 아니라 조정이다.

차로를 조금 줄이고 보도를 넓히는 일,

교차로를 작게 만들고 속도를 낮추는 일.

거창한 공사보다 먼저 가능한 변화들이다.


차량 중심 도시는 흐름을 말한다.

그러나 인간 중심 도시는 체류를 허용한다.

멈출 수 있을 때 상점은 보이고,

천천히 걸을 수 있을 때 관계는 생긴다.

속도가 줄어들수록 도시는 오히려 단단해진다.


나는 누구를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것을 빼앗고 싶지도 않다.

다만 길의 균형을 회복하자는 제안이다.

출입문 앞에서 차량과 눈을 마주치는 대신

사람의 얼굴을 먼저 보고 싶다.


길은 통과의 장치가 아니다.

그 위에서 하루가 이루어지는 표면이다.

도시는 속도가 아니라 존재의 밀도로 완성된다.


나는 조용히 살고 싶다.

그래서 이 말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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