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동

가까워지는 힘

by Peppone

02. 파동 — 가까워지는 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일 때

이미 무언가는 이동하고 있다.


우리는 서로를 향해 걸어간 것이 아니라

각자의 궤도를 따라 움직였고

어느 순간 거리만 줄어들어 있었다.


의도는 없었다.

결심도 없었다.


단지

서로의 존재가

서로의 진폭 안으로 들어왔을 뿐이다.


처음에는 알아차리지 못한다.

파동은 형태가 없고

경계가 없다.


눈에 보이는 것은 여전히

각자의 고요뿐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미세한 흔들림이 반복된다.


말의 속도가 비슷해지고

침묵의 길이가 닮아 간다.

웃는 시점과 시선이 머무는 위치가

어긋난 채 겹쳐진다.


우리는 서로에게 가까워진 것이 아니라

서로의 리듬에 감염된다.


그래서 접촉보다 먼저

동조가 일어난다.


이름도 없고

증거도 없지만

돌이킬 수 없는 상태.


한 사람이 움직이면

다른 사람이 이유 없이 반응한다.

부재조차 영향을 남긴다.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물리적 결과에 가깝다.


두 개의 파동이 같은 공간을 통과할 때

서로를 밀어내거나

증폭시키는 것처럼.


우리는 서로를 이해한 것이 아니라

간섭했다.


가까워질수록

경계는 또렷해지는 대신

형태를 잃는다.


어디까지가 나이고

어디서부터 그인지

판별할 필요가 없다.


이미

구분이 의미 없는 상태.


이 단계에서는

아직 아무도 다치지 않는다.


파열은

충분히 겹친 이후에야 일어난다.


우리는 그것을

친밀함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그것은 친밀함이 아니라

거리의 소멸이다.


사라지는 것은 외로움이 아니라

분리된 상태 자체다.


그래서 함께 있을 때

이상할 정도로 안정된다.


두 개의 파동이

서로를 상쇄하거나

완전히 겹쳐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나는 그 상태를 오래 기억한다.


고요했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 정확했기 때문에.


마치

이미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어 왔던 것처럼.


그러나 모든 파동은

언젠가 다른 방향으로 흩어진다.


겹침은 지속되지 않는다.


그때까지 우리는

하나가 된 것이 아니라

분리되지 않은 상태에 머물러 있었을 뿐이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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