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포식 — 먹이, 서로의 결핍을 삼키다

by Peppone

먹는 것을 좋아하던 그를

애잔하게 바라본 적이 있다.

어릴 적 어떤 결핍 때문이라고 말했다.


나는 공복으로 배가 아플 때를 제외하면

먹는 행위 자체를 귀찮게 여긴다.


그는 늘 밥을 차렸다.

일본 솥에 밥을 짓고,

무겁고 비싼 식기에 담아

반려 물고기 노랑이를 바라보며

음식을 내 앞에 놓았다.


꽃다발 대신 마늘을 건네는 사람.

사랑을 식재료로 번역하는 사람.


나는 그 대접을

애정이라고 믿었다.


입에 맞지 않던 밥을

남기지 않으려 애썼다.

그의 정성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


그는 먹는 사람이었고

나는 먹임을 받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소화되는 쪽은 나였다.


그의 결핍을 이해하려 했고

그의 식욕을 연민으로 해석했고

그의 방식에 적응했다.


포식은

굶주린 사람이 아니라

정성을 베푸는 사람의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그 집을 떠나며

나는 빈 우유껍질에 시를 적었다.


김수영의 「性」.


그 시 속에서 나는

황홀이 아니라 연민을 보았다.

속이는 사람이 아니라

속고 있는 자신을 자각하는 순간.


사랑은

함께 먹는 일이 아니라

누가 누구의 결핍을 대신 삼키는가의 문제였다.


나는 밥을 받은 사람이었지만

결국 그의 결핍을 삼키고 있었다.


그가 차린 식탁은

따뜻했지만

그 온기 속에서

나는 점점 작아졌다.


포식은

배부른 얼굴을 남기지 않는다.

사라진 쪽을 남긴다.


사라진 자리를 기록하려는

희미한 압력.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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