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남김을 허용하지 않았다.
내가 멈추면
그가 이어받았다.
내 몫으로 놓였던 것들이
끝까지 사라지는 것을
그는 조용히 지켜봤다.
나는 더 이상
멈춘 자리에 머물 수 없었다.
그가 마무리해버린 자리에서는
남길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부족함도,
거절도,
미완도.
그는 언제나
정리를 끝낸 표정이었다.
나는 언제나
설명하지 못한 쪽이었다.
사람이 줄어드는 방식은
큰 소리로 오지 않는다.
어디까지가 내 몫인지
구분할 수 없게 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그는 채웠고
나는 비워졌다.
내가 비워졌다는 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지나갔다.
남은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폭력은
상처를 남기지 않는다.
폭력은
경계를 남기지 않는다.
내가 멈춘 자리에
그의 손이 닿는 동안
나는 점점 작아졌다.
사라짐은
한 번에 오지 않는다.
조용히,
끝까지 정리된다.
그리고
정리가 끝난 뒤에는
항상 한 사람만 남는다.
마지막까지
남기지 못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