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문화전당은 결국 공간을 임대하는 곳이 되었나

by Peppone

광주에 사는 사람이라면 아시아문화전당이라는 이름 앞에서 한 번쯤은 기대를 품게 된다.

문화라는 말, 아시아라는 말, 전당이라는 말.

그 이름은 단순한 건물 하나가 아니라 어떤 공적 상상력의 총합처럼 들린다.


그런데 가끔은 그 거대한 이름 아래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전시도 공연도 아니라 “운영사업자 모집” 같은 공고라는 사실이 묘한 허탈감을 준다.

문화의 내용보다 공간의 운영이 먼저 보이고, 예술의 밀도보다 입점과 수익의 구조가 앞에 나오는 순간, 사람은 질문하게 된다.

이곳은 문화기관인가, 아니면 결국 잘 관리된 대형 상업공간인가.


물론 카페가 들어오는 일 자체가 문제라는 뜻은 아니다.

이제 대부분의 공공 문화시설은 카페와 굿즈숍과 편의시설을 함께 둔다.

방문객의 편의를 위해서도 그렇고, 운영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도 그렇다.

문제는 그것이 보조적인 장치인지, 아니면 공간의 성격을 바꾸는 중심 논리가 되었는지에 있다.


문화기관 안의 카페는 원래 문화의 곁에 있어야 한다.

전시를 보고 난 뒤 잠시 앉아 생각을 정리하게 하고, 공연을 기다리며 시간을 머물게 하고, 낯선 사람들 사이에 느슨한 체류를 만들어내는 장소여야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카페는 문화의 곁이 아니라 시설 운영의 핵심 단위처럼 보인다.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보다 무엇을 채워 넣을 것인가가 먼저 논의되는 구조.

사람을 불러 모으기 위한 문화가 아니라, 유동 인구를 수익으로 환산하기 위한 문화공간처럼 읽히는 구조.


그럴 때 아시아문화전당은 문화의 상징이라기보다, 거대한 공공 부동산을 효율적으로 굴리는 시스템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좋은 입지, 좋은 동선, 좋은 브랜드, 그리고 그 안에 들어올 운영자 모집.

이 모든 것이 너무 자연스럽게 이어질수록, 사람은 불안해진다.

문화가 공간을 만든 것이 아니라, 공간이 문화를 부속물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특히 광주 같은 도시에서는 이런 장면이 더 씁쓸하다.

이 도시에는 여전히 더 집요하고 더 절실한 문화적 질문들이 많다.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 무엇을 남길 것인가, 어떤 언어와 감각으로 이 지역의 시간을 품을 것인가.

그런데 정작 눈앞에 가장 선명하게 잡히는 것이 입점 공고와 운영 파트너 모집이라면, 시민은 허무를 느낄 수밖에 없다.

문화의 중심이 비어 있는 자리에 관리와 운영의 언어만 반듯하게 놓여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나는 아시아문화전당이 돈을 벌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적자를 감수하라는 말도 아니다.

다만 적어도 문화기관이라면, 수익 구조가 존재하더라도 그것이 전면에 서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그 공간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하는 것은 임대와 모집이 아니라, 어떤 전시와 어떤 장면과 어떤 감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문화기관이 자꾸 운영의 언어로 자신을 설명하기 시작할 때, 문화는 점점 얇아진다.

공간은 남지만 내용은 사라지고, 시설은 번듯하지만 기억은 남지 않는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사람들은 묻게 된다.

여기는 문화전당인가, 아니면 문화의 이름을 빌린 잘 정돈된 공간사업인가.


아시아문화전당이 정말 전당이라면,

그곳은 먼저 문화를 증명해야 한다.

임대할 수 있는 공간이 얼마나 좋은지보다,

왜 이 도시에서 이 공간이 꼭 문화여야 하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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