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은 소문일 뿐이다

겁내지 않기로 선택한 사람의 기록

by Peppone



최현숙의 『두려움은 소문일 뿐이다』는 용기를 말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이 다루는 것은 두려움을 이겨낸 사람이 아니라, 두려움과 함께 살아온 사람의 태도다.


이 책에서 두려움은 극복의 대상이 아니다.

없애야 할 감정도, 넘어야 할 장애물도 아니다. 저자는 두려움을 부정하지 않고, 확대하지도 않는다. 다만 그것을 소문처럼 취급한다. 들리지만 확인되지 않았고, 계속 떠돌지만 실체가 불분명한 것. 그래서 함부로 믿지 않아도 되는 것.


최현숙의 문장은 단정하지만 과시적이지 않다.

자신의 삶을 증명하려 들지 않고, 경험을 교훈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대신 오래 반복된 노동, 나이 듦, 몸의 변화, 여성으로서 살아온 시간들이 그대로의 무게로 놓여 있다. 이 책의 힘은 바로 그 지점에서 나온다. 설명하지 않으려는 태도, 설득하지 않으려는 문장.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감동보다는 신뢰가 먼저 생긴다.

말을 아끼는 사람이 아니라, 말을 낭비하지 않은 사람의 문장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세상을 낙관하지도, 비관하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이 겪은 만큼만 말하고, 아는 만큼만 적는다. 그 태도가 이 책을 단단하게 만든다.


『두려움은 소문일 뿐이다』가 말하는 삶은 결코 가볍지 않다.

여기에는 실패도 있고, 가난도 있고, 외로움도 있다. 그러나 그것들은 비극으로 재현되지 않는다. 오히려 삶의 기본값처럼 놓인다. 그래서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며 용기를 얻기보다는, 불필요한 겁을 내려놓게 된다.


이 책이 건네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단순하다.

두려움은 실제보다 과장되어 떠돌고, 사람들은 그 소문에 먼저 주저앉는다는 것.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겁내지 말라고가 아니라, 확인되지 않은 말에 삶을 양보하지 말라고.


『두려움은 소문일 뿐이다』는 삶을 바꾸는 책은 아니다.

다만 삶을 대하는 자세를 조금 낮추고, 조금 단단하게 만든다. 큰 결심 대신 작은 지속을, 극적인 선택 대신 오래 버티는 태도를 남긴다.


조용하고, 꾸밈없고, 오래 읽히는 책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 읽고 나서도 말이 많아지지 않는 책이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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