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사고의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
이 사고를 설명하는 데 가장 많이 사용된 말은 ‘불가항력’이었다.
기상, 상황, 순간 판단, 우연.
그러나 사고조사 결과가 가리키는 지점은 전혀 다르다.
“콘크리트 둔덕이 없었다면 전원 생존 가능.”
이 문장은 사고의 성격을 바꾼다.
이제 질문은
‘어떻게 사고가 났는가’가 아니라
**‘왜 죽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죽었는가’**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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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차 책임 ― 기준을 만든 곳
공항 활주로 종단부에 무엇을 설치할 수 있는지,
그 구조물이 항공기와 충돌했을 때 어떤 결과를 낳는지에 대한 기준은
개별 공항이나 항공사가 정하지 않는다.
이 기준을 만들고 승인하고 유지하는 권한은
**국토교통부**에 있다.
콘크리트 둔덕은 현장의 임기응변이 아니라
중앙 행정이 허용한 설계 기준의 결과물이다.
사고조사위가 내린
“둔덕이 없었으면 전원 생존 가능”이라는 결론은
사실상 다음과 같이 번역된다.
그 구조를 허용한 기준이 잘못되었다.
이 지점에서 사고는 더 이상 조종사의 영역이 아니다.
책임은 조종석을 떠나
설계도와 승인 서류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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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차 책임 ― 위험을 보고도 유지한 곳
그러나 기준이 잘못되었다고 해서
현장의 책임이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무안국제공항을 직접 운영·관리하는 주체는
**한국공항공사**다.
운영 주체는 다음을
알고 있었거나, 최소한 알 수 있었어야 한다.
•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할 경우
• 해당 구조물이 감속 장치가 아니라 치명적 충돌물이 된다는 점
그럼에도 구조물은 유지되었고,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책임은
‘사고를 일으킨 책임’이 아니라
위험을 인지하고도 방치한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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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차 책임 ― 알면서 말하지 않은 시간
사고조사 결과는 2025년 8월에 도출되었다.
그 결론은 단순한 기술 보고서가 아니라,
행정 책임의 방향을 분명히 가리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 결론은 즉시 공개되지 않았다.
조사를 수행한 주체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지만,
그 결과를 공개하고 설명할 권한과 책임은
결국 국토교통부에 있다.
이 침묵의 시간 동안
• 유가족은 ‘어쩔 수 없었다’는 설명을 들었을 가능성이 크고
• 제도 개선 논의는 핵심 원인을 제외한 채 진행되었으며
• 책임은 분산되고 흐려졌다.
이 단계의 책임은 사고 책임이 아니다.
진실을 지연시킨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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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이 사고의 책임은 한 사람에게 있지 않다.
그러나 방향은 분명하다.
• 기준을 만든 곳
• 위험을 유지한 곳
• 결론을 알고도 말하지 않은 곳
이 세 지점은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모두 같은 구조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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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구조는 세 가지 질문으로 이어진다
1. 왜 국토부는 이 결론을 즉시 공개할 수 없었는가
2. 사고조사위의 독립성은 실제로 어디까지인가
3. 이 침묵은 국가배상 책임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
이 질문들은 분노를 위한 것이 아니다.
책임을 사라지지 않게 하기 위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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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 사고를 부르는 가장 정확한 이름은 이것이다.
예방 가능성이 확인되었음에도, 구조적으로 방치된 사망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