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결과를 주장하지 않는다

by Peppone



나는 결과를 주장하지 않는다.

이건 체념이 아니라 선택이다.


결과를 말하는 순간,

그 말은 설명이 되고,

설명은 곧 설득이 된다.


나는 설득의 자리에

서지 않기로 했다.



이 절차 안에서

결과는 언제나 나중에 온다.

판결이 나고,

정리가 되고,

종결이라는 말이 붙은 뒤에야

비로소 말할 수 있는 것이 된다.


그 전에 결과를 말하는 건

사실을 말하는 일이 아니라

기대를 말하는 일이 된다.


나는 기대를 쓰지 않는다.



이미 충분히 응답했다.

요구된 서면은 제출했고,

조건은 이행했으며,

절차는 따라갔다.


그럼에도

상태는 복원되지 않았다.


이 지점에서

결과를 주장하는 건

상태를 설명하는 일이 아니라

판단을 앞당기는 일이 된다.



나는 판단을

앞당기지 않기로 했다.


이 사건에서 중요한 건

누가 이길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이 끝나지 않은 채로

유지되고 있는가다.


결과는

그 유지의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결과를 말하면

사람들은 묻는다.


“그래서 결국

어떻게 될 거냐.”


그러나 그 질문은

현재를 지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

이미 응답을 마친 상태,

그럼에도 분리가

유지되는 상태는

결과로 요약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결과 대신

과정의 밀도를 남긴다.


언제 응답했고,

무엇을 이행했으며,

그 이후 어떤 상태가

유지되었는지.


이 기록은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판단이 도착하기 전까지

상태를 훼손하지 않기 위한

장치다.



결과는

나의 언어가 아니다.


그 언어는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응답은

자발적인 선택이 아니라

강요된 조건이었다.


불가능에 가까운 응답이었지만,

나는 끝까지

피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 언어를

대신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글은

결론으로 끝나지 않는다.


다만 이렇게 남는다.


결과를 주장하지 않음으로써,

나는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를

보존한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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