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을 캡쳐하게 되는 순간

by Peppone



웃겨서 캡처했다.

정확히 말하면,

웃기지 않으면 설명이 안 되는 화면이라서.


실시간으로

‘지지도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기사가 올라온다.

사진은 단정하고, 제목은 또렷하다.

그 아래엔 댓글이 거의 없다.

분노 이모지 하나가 떠 있고,

조금 더 내려가면

전혀 다른 광고가 시작된다.


이 장면은 과장도 아니고 편집도 아니다.

그냥 지금, 이 시간에,

뉴스 피드에 그대로 떠 있는 화면이다.


나는 기사를 비판하려고

이 캡처를 한 게 아니다.

찬성도 반대도 아니다.

다만 이 조합이 너무 정직해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지지도는 숫자로 오르는데

관심은 댓글창에서 보이지 않는다.

의견은 말 대신 이모지로 접히고,

화면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음 광고로 넘어간다.


이 화면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따라온다.

사람들은 정말 이 사람을 지지하고 있는 걸까.

이재명이라는 이름이

숫자로 오르고 있다는 이 장면이

과연 마음의 방향까지 말해 주고 있는 걸까.


지지라는 말은 보통

말이 많을 때 성립한다.

변호가 나오고, 반박이 튀어나오고,

싸움이 붙고,

피로해질 때까지 의견이 오간다.


그런데 이 화면에는

그 과정이 없다.

숫자는 움직이는데

말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건

강한 지지라기보다

지쳐서 미뤄진 선택,

혹은 다른 질문을 할 여력이 사라진 상태에

더 가깝다.


누군가를 좋아해서라기보다

지금 이 상황에서

굳이 더 많은 감정을 들이지 않기 위한 선택.

지지는 여기서

열광이 아니라

잔존값처럼 남아 있다.


이 장면이 웃긴 이유는

지지율이 올라서가 아니라,

그 지지를 설명해 줄 표정과 말이

화면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캡처를 한다.

해석을 붙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상태가 존재했다는 걸

남기기 위해서.


금동에서 뉴스를 본다는 건

이제 기사를 읽는 일이 아니라

이런 화면의 배열을

목격하는 일에 더 가깝다.


말보다 먼저

배치가 말하고 있으니까.

매거진의 이전글또 왜 이런 고문을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