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의 공격엔 거뜬없다

이빨 없이 잇몸으로 하는 모두다까기

by Peppone



비장하게 쓸 필요는 없다.

이쯤의 공격에

나는 거뜬없다.


물론 힘들다.

짜증나고, 지치고,

어떤 날은 정말 환장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 감정까지 부정할 생각은 없다.


다만 그것들이

나를 무너뜨리지는 못한다.



나는 그동안 신고하지 않았다.

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하지 않기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집 앞에는 늘 오토바이가 있다.

한두 대가 아니다.

흡연을 하고, 꽁초를 버리고, 소변을 보고, 불법 주차를 한다.

그 장면은 예외가 아니라 일상이다.


이걸 다 신고하려면

나는 생활인이 아니라 신고자가 된다.

그래서 참았다.

조용히 살았다.

그게 나 혼자 감당하면 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행정이 내 재산에 과태료를 물렸다.


그 과정에서 나는 알게 됐다.

참는 쪽은 보호받지 않는다는 것을.

조용히 사는 사람은

언제든 기준 밖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것을.



그 시작은 계고장이었다.

계고장은 잘못된 주소 표기로 발송되었고,

나는 그 사실을 제때 알 수 없었다.

정정이나 확인 없이 절차는 그대로 진행됐고,

결과는 과태료였다.


이 일은 2023년에 끝나지 않았다.

2025년에도 같은 방식으로 반복되었고,

이번에는 오류의 범위가 더 커졌다.

단순한 착오를 넘어

지자체 자체의 판단과 절차에서

중대한 하자가 드러났다.



이후에는 더 기묘한 일이 벌어졌다.

나와 전혀 무관한 담벼락 붕괴 사고로

피해를 본 차량이 있었고,

그 차량이 제기해야 할 구상권은

동구청을 향해야 했다.


그런데 그 청구는

나에게 들어왔다.


나는 그 담벼락의 소유자도,

관리 주체도,

사고와 관련된 사람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책임은

아무 설명 없이 나에게로 넘어왔다.


그 과정에서

동구청은 내 주소와 개인정보를 광범위하게 조회했고,

그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했다.

사전 고지도, 동의도 없었다.


행정의 편의가

개인의 권리를 가볍게 넘는 순간이었다.



한편,

앞집에서 슈퍼마켓 편의점을 운영하는 사람은

내가 없는 자리에서,

다른 손님들이 듣고 있는 앞에서

이런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혼자인데 뭘 하겠느냐.

우리는 숫자가 여럿이다.”


이 말은

내가 직접 들은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사람의 전언으로 알게 됐다.


그 말을 듣고

분노보다 먼저

이 방식의 정체가 보였다.



이제서야

그 사람이 사용하는 방식이 분명해졌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

힘을 행사하는 언어,

숫자를 앞세우는 판단.


이건 감정의 문제가 아니다.

관계의 문제도 아니다.

행동 양식에 대한 판단이 끝났다는 뜻이다.



사전에 이미

충분히 기척은 줬다고 생각했다.

그 정도면 멈출 줄 알았고,

함부로 건드릴 대상은 아니라는 판단쯤은

하고 있을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건 나의 과신도 아니고

경고의 부족도 아니다.

단지 상대가

상황을 읽지 못했을 뿐이다.



나는 악성 민원을 넣지 않는다.

소음을 키우지도 않고,

사람을 상대로 작당하지도 않는다.


대신

기록으로 남기고,

절차로 묻고,

정확한 언어로 되돌려줄 뿐이다.


내가 참았던 건

몰라서가 아니었다.

할 수 없어서도 아니었다.


그럴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뿐이다.

그리고 이제는

필요가 생겼다.



모두다까기 태세로

그냥 돌진해버릴까 하는 유혹을

숱하게 겪었다.


다 물어뜯어버릴까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그런데

이빨이 성치 않다.


그래서

물어뜯지 않았다.



궁금하지도 않았는데

그들의 실명을 알게 되어버린 일도 있었다.

득인지 실인지 따질 생각은 없다.

어차피

결코 부르지 않을 이름들이니까.



요즘 손가락 관절이 좋지 않다.

루마티즘 이야기도 듣고,

관절염 이야기도 듣는다.

이 손으로 글을 쓰고,

이 손으로 생활을 정리하고 있다.


그래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에서는

전설을 찍었다.


손가락이 아파도

조준은 아직 흔들리지 않는다.


치킨 먹는 건 이제 좀 지겹다.

치킨 먹는 건 너무 쉽다.


오늘은

한남동 한방통닭을 먹었다.

위로용 치킨이 아니라,

정리 끝내고 먹는 치킨이었다.


이미 먹었고,

이미 정리했고,

이미 알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정도만 남긴다.


나는 조준을 잘한다.

요란하게 쏘지 않고,

쓸데없는 탄을 낭비하지 않는다.


오래 버틴 사람은

언제 방아쇠를 당겨야 하는지 안다.

그래서 아직 살아 있다.


노장은 죽지 않는다.

다만,

쏘는 방식을 바꿀 뿐이다.


이 와중에도 내가 유머를 잃지 않았다는 사실이,

문득 축복처럼 느껴진다. 아...ㅆ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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