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라는 구조, 그리고 20년의 운영

by Peppone



전세를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종종 한 가지를 빠뜨린다.


임대인은 현금을 쌓아두는 존재가 아니라,

시간 위에서 자금을 운영하는 주체라는 사실이다.


나는 깡통임대인이 아니다.

내가 운영하는 전세금의 총합은

건물 가액 대비 약 10% 수준이다.


이 비율에서는

시세 변동이 발생해도,

가격 조정이 와도

전세금 미반환이라는 위험은

구조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전세금을 모두 현금으로 들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전세는 언제나

계약–만료–재계약–신규 세입자 유입이라는

시간표 위에서 순환해 왔다.


그래서 전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금액이 아니라 약속의 시점이다.


계약서에 적힌 만료일,

그 날짜를 기준으로

다음 계약이 이어지고,

그 흐름이 유지될 때

전세는 작동한다.


나는 그 구조로

20년을 운영해 왔다.


문제가 생기면

새 세입자를 먼저 받았고,

자금 공백이 생기면 직접 운영했고,

필요하면 대출을 일으켜

약속된 날짜에 전세금을 반환했다.


그건 선의가 아니라

운영의 책임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일부 세입자들은

계약의 만료가 아니라

자기 편의의 시점을 기준으로

전세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합의 없이,

통보 없이,

계약이라는 질서를 건너뛰고

임대인을 몰아세우는 방식으로.


나는 그 분란을

여러 차례 그냥 넘겼다.

다투지 않았고,

문제 삼지 않았고,

운영으로 해결했다.


그렇게 쌓인 것은

하루 이틀의 갈등이 아니라

20년간 유지해 온 운영 전체가

의심의 대상이 되는 상태였다.


한편,

깡통전세와 전세사기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은 구분 가능한 위험이다.


조직적 갭투자,

명의 쪼개기,

동일 수법의 반복.


이건 패턴이 명확하고,

정부는 이미 가려냈다.


그럼에도

실패한 구조와 범죄는

같은 단어로 불렸고,

전세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임대인은

잠재적 가해자가 되었다.


문제는 전세 그 자체가 아니었다.

구분할 수 있었던 위험을

구분하지 않은 언어와 정책이었다.


나는 전세로 돈을 번 사람이 아니다.

나는 약속의 시간을 지키며

운영해 온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차이는

지금도 분명히

말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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