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0명이라는 숫자 앞에서, 지도는 펼쳐졌는가

by Peppone


신입생 0명이라는 숫자 앞에서, 지도는 펼쳐졌는가


광주 도심에 자리한 중앙초등학교가

올해 신입생 0명을 기록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119년 전통, 개교 이후 처음이라는 문장이 반복된다.

안타깝다, 충격이다, 저출산이다.

익숙한 말들이 빠르게 지나간다.


그러나 이 기사에는

가장 먼저 있었어야 할 것이 없다.

지도다.


중앙초등학교는 금남로 인근,

광주 도심의 핵심축 한가운데에 있다.

이 위치는 설명이 필요 없다.

이곳이 주거지인지, 통과 공간인지는

지도를 한 번만 봐도 분명해진다.


사람이 걸어 다니는 곳과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곳은 다르다.

금남로 일대는 생활권이 아니라

업무·상업·이동을 위한 공간이다.

오피스텔 몇 동이 들어섰다고 해서

아이의 생활이 형성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기사에서는 이 상황을

‘구도심 인구 감소’와 ‘저출산’이라는 말로 정리한다.

이 말은 설명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질문을 지운다.


아이들은 정말 사라졌을까.


중앙초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양동 일대와 그 앞쪽으로

수천 세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이어져 있다.

취학 아동이 없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은 그쪽에 모여 있다.


그렇다면 물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왜 그 아이들은 중앙초로 오지 못했는가.


기사에는 이런 질문이 없다.

대신 “다른 학교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는 문장만 있다.

그러나 아이에게 학교 선택은

보행로, 횡단보도, 대로, 차량 속도, 신호 체계 같은

아주 구체적인 조건의 문제다.

걸어올 수 없는 학교는 선택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중앙초의 문제는 교육의 문제가 아니다.

도시 설계의 문제다.

아이를 차에 태워야만 접근 가능한 학교를 만들어 놓고

그 결과를 ‘저출산’이라는 말로 설명하는 것은

책임 있는 서술이 아니다.


이 사안을 다룬 매체가

동아일보라는 점은

그래서 더 눈에 걸린다.


이 기사는 광주를 취재한 기사라기보다

광주를 숫자로 처리한 기사에 가깝다.

현장은 없고, 지도는 없고,

생활권에 대한 인식도 없다.

전국 어디에나 그대로 붙일 수 있는 문장들만 있다.


교육청의 발언 역시 비슷하다.

“안타깝다”

“불가피한 흐름”

“대응책을 마련하겠다”


이 말들에는

왜 아이들이 오지 못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지도 위에서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도 없이 말하면

원인은 늘 추상이 된다.


학교는 결과다.

아이의 부재는 원인이 아니다.

아이와 함께 살 수 없는 도시를 만들어 온 시간이

이제 숫자로 드러났을 뿐이다.


신입생 0명이라는 숫자는

슬픔의 대상이 아니라

응답을 요구하는 상태다.


이제 묻지 않으면 안 된다.

아이들은 어디에 있고,

그 아이들이 걸어올 길은

왜 끝내 만들어지지 않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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