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와 풀

채집된 이후

by Peppone

채집된 이후


풀은 꺾이는 순간부터 다른 존재가 된다.

뿌리를 떠난 풀은 더 이상 자라지 않지만, 바로 죽지도 않는다.

손에 쥐어진 채로 한동안은 부드럽고, 윤기가 남아 있고,

마치 아직 자연에 속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이 상태를 오래 바라본다.

살아 있는 것과 끝난 것의 경계가

가장 솔직하게 드러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언제부터 잘못되었는지,

어디서부터 틀어졌는지.

하지만 대부분의 일은 꺾이는 순간이 아니라

꺾인 뒤에도 한동안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보이는

그 시간 때문에 더 깊이 손상된다.


이미 끝났는데,

끝나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는 상태.

회복처럼 오해되는 잔여 시간.


나는 그 시간을 여러 번 통과해왔다.

관계에서도, 삶에서도,

그리고 어떤 선택들 이후에도.


사랑이 특히 그렇다.

사랑은 끝나는 순간보다

끝난 뒤에도 여전히 손에 남아 있는 촉감 때문에

사람을 더 오래 붙잡는다.

이미 뿌리에서 떨어졌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 풀은 아름답다.

하지만 이 아름다움은 지속의 징후가 아니라

지연된 소멸의 표정이다.


나는 이제

자라는 것보다

언제 채집되었는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

그리고 지금 내 손에 들린 것이

여전히 살아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땅에 심으려 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돌아갈 수 없게 된 뒤에도

한동안은 그럴듯하다.


그래서 나는

이 상태를 정확히 부른다.

살아 있음이 아니라,

채집된 이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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