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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담이 아빠 Jun 08. 2017

우리의 마음은 슬픈 봄비였다.

비오는 비에이와 오타루를 거닐다.

미리 사둔 기차표 시간에 맞추어 기상을 했다. 밝은 느낌이 들어서 오늘 여행은 즐거울 수 있겠구나 싶었다.

아내는 커튼을 거두며, '비 와' 이 짧은 한마디를 건냈다. 오늘 가기로 한 곳은 많이 걸어야 하는 코스인데. 비가 온다는 그 말이 원망스러웠다. 비를 내리게 하는 아내를 실망스러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 시선을 아랑곳 하지 않고, 여행 준비를 하는 씩씩한 아내였다. 나도 기차 시간에 맞추어 빠진 것은 없는지 다시 한번 확인을 하고 호텔을 나섰다. 다행히 우산은 호텔에서 빌릴 수 있어서, 걱정 하나를 덜었다. 아침을 먹지 않은 우리는 근처 편의점에서 도시락과 커피를 사서, 기차에 올랐다. 기차의 낭만은 풍경을 바라보며 먹는 도시락이 아닐까 싶다. 정말 별 것 아닌 경험임에도 불구하고, 기차에 타면 이렇게 하고 싶다. 사람은 각자 자기만이 생각하는 로망을 하나쯤은 갖고 사는 것 같다. 나에게도 그런 로망이 몇가지가 있다면 기차에서 도시락을 먹는 것이 하나의 로망이다. 덜컹거리는 기차 안에서 식사와 디저트까지 즐기고, 조용히 잠이 들었다.


아사히카와역에서 환승을 해서 비에이까지 가야했다. 앙증맞은 로컬열차를 타고, 느린 속도로 비에이로 향했다. 비가 올 듯 안 올 듯 하는 이 하늘이 마치 밀당을 하는 듯 보였다. 가는 도중에 비가 세차게 퍼붓는다. 아내는 걱정스런 모습으로 도착하면 무엇을 할 건지를 물었다. 가면 비가 그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괜찮을꺼야를 연달아 반복해서 말했다. 비에이역에 도착한 하늘은 무심하게도 비를 계속 내리게 했다. 잠시 역 앞에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칠 가망은 없어 보였다. 작은 이 기차역이 유명한 건 라벤더 밭과 풍경 등이 아름답다고 해서였다. 그 건 맑을 때 이야기이고, 지금은 어떻게 일정을 즐겨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기차역 앞은 아무 것도 없는 텅빈 작은 읍내 같았다. 걷고 있으니 사람도 다니지도 않았다. 차로 이동하는 몇몇 사람들은 눈에 들어왔으나, 걸어서 이동하는 이는 우리 뿐이었다. 목적지도 없이 걷고 있으니 아내는 이내 짜증이 난 듯 했다. 비도 오는데 걷게 해서인지 지쳐보였다. 여기서의 일정은 대충 마무리하고 후라노라도 가보자고 이야기했다.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관광 안내센터를 찾아 들어갔다. 투어 버스 시간은 1시부터 시작이라고 했으나. 현재 시간이 오전 11시라 딱히 할 일이 없어 이마저도 포기,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을 확인하니 가까운 관광지도 걸어서 40여분을 가야 한다고 하니 이마저도 포기했다. 렌트카를 빌려볼까 고민도 해보았지만, 국제 운전 면허증을 안 만든 것을 뒤늦게 후회했다. 전기 자전거를 빌려볼까 생각할 때 소나기가 내려 이마저도 포기했다.

여행은 많은 돌발 상황을 만들어 내곤 한다. 가끔은 이런 돌발 상황을 즐기기도 하지만 이번만은 그렇지 못했다. 계획했던 것들에 차질이 일어나니 할 말도 없이 무심한 하늘만을 바라보았다. 갈 곳을 잃은 우리는 어디를 가야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했다. 아내는 관광 안내서를 읽어보곤 후라노에 가보자 했다. 여기는 후라노 공방이나 라벤더 밭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기차에 몸을 실었다. 장소를 옮기니 비가 한층 수그러 들었다. 그저 나오는 건 쓴웃음뿐이었다. 창 밖에 풍경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비가 얼마나 오는지만 가는 내내 바라 보았다. 조그만 후라노역에도 미친듯이 비가 내렸다. 이정표를 따라 라벤더 밭이라도 보려갈라는 차에 광풍과 함께 비가 세차게 몰아쳤다. 탄식과 함께 젖어든 내 옷자락만이 지금의 이 상황을 대변하는 듯 했다. 오들오들 몸을 떠는 아내와 갑자기 축축해진 몸을 데우기 위해 근처 편의점에서 캔커피를 한잔씩 했다. 아내는 실망한 표정을...나는 이번 여행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다음주에 오면 더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그리고 그렇게 빗 속을 헤치고, 텀이 긴 열차를 기다리며하늘만 쳐다보았다. 텅빈 기차역 안에는 하나둘씩 관광객이 모여들었고, 다들 젖은 옷을 털어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우산이 없어 비를 맞은 사람, 그래도  관광지는 보고 온 사람, 우리처럼 갔다가 돌아온 사람들이 모여, 열차를 기다린다.

어제의 비는 그쳤기를 바랬다. 마지막까지 비가 오면 기분이 좀 안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비는 잦아들 줄 모른채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아내 효과를 이번에도 어김없이 체험하고 있었다. 짐을 맡겨둔 채 마지막 여정을 시작했다. 가는 내내 비가 조금은 그치길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일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역은 한산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래야 관광객 뿐이었다. 기차 안에서 먹을 아침을 챙겨 객차 안에서 가벼이 시작했다.

도착하자 마자 방문하고자 했던 곳이 오타루였다. 야경도 보고 싶었고, 유명 관광지였기에 일정을 시작하려 했으나 시간이 여의치 않아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오게 되었다. 유명 관광지에는 늘 사람이 몰렸고 우리와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듯 했다.

역은 평범한 작은 역이었으나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로 북적북적했다. 아내의 기지로 관광 안내소에서 우산을 빌려 오타루에 첫발을 내딛었다.

아직은 이른 아침이라 상가들이 문을 열지 않았다. 한산한 거리에서 조용히 운하쪽으로 내려갔다. 말로만 듣던 오타루 운하에서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아직도 배가 다니는 듯 한 넓지막한 운하였다. 국내에서 볼 수 없는 이국적인 풍경이라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이번 여행에서 그래도 제대로 본 관광지였기에 더 집중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아직도 옛건물과 현대적인 건물을 아우르는 모습들이 이채로웠다. 보존도 잘 해 놓았고, 관리도 잘 되어있었다. 이런 관광지를 볼 때면 부럽기도 하고, 우리도 이런 관광구역이 하나쯤 있다면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걷고 있는 내내 신기한 것들을 감상하고, 일본에서 비싸다는 유바리 메론도 먹어 보았다. 이 메론은 일본에서도 사치품에 속한다. 메론 하나 가격이 80만원을 호가할 정도니 맛에 대한 사치다. 한입 베어 물었을 때 메론의 향이 걷잡을 수 없이 입 안에 가득찼다. 아내와 먹고 있는 동안 연신 미소를 지었다. 걷고 있으니 주변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가 오르골당이라고 직감적으로 알아챌 수 있었다. 안에는 오르골 음악들이 하모니를 이루었다. 여러 사람들이 오르골을 돌려보고 있어서 그런지 오르골 소리가 합주를 하듯 들렸다. 우리도 몇번을 돌려본 뒤에야 맘에 드는 작은 오르골 하나를 구입했다. 오르골 디자인이 작고 아담해서 구매하고 싶었지만 일본의 물가는 무시할 수가 없었다.

시간을 보니 이제 비행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돌아갈 시간이 된 것이다.

굉장히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날씨가 조금만 더 좋았더라면 즐겁게 여행을 할 수도 있었는데 하는 마음 뿐이었다. 기대했던 일본 여행이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공항을 가는 동안에도 아내에게 같은 말을 했다, 날씨가 조금 더 좋았더라면 더 즐겁지 않았을까? 하고....

더 시간을 내서 방문을 하고 싶은 여행지었다. 아직 보지 못한 것들 해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무척 컸다.

이런 기회가 다시 있을지 글쎄...잘 모르겠다.

돌아오는 비행기에 하늘은 왜이리 맑은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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