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HY Jun 24. 2024

0623 수박

2024년 여름일기

2024.06.3.(일) 맑음


여름이 온 걸 느끼게 해주는 것 중에 하나는 역시 수박.     

수박을 엄청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여름에 한 번은 수박을 맛봐야 여름 과일을 먹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수박이 덩치가 커서 한 번에 먹기 힘들고, 남은 걸 보관하기 위해 냉장고 자리도 많이 필요하고, 껍질의 양이 많아 뒤처리가 신경 쓰이기도 해서 마음먹고 사야 하는 과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오늘 선생님댁에서 기쁘게도 수박을 먹을 수 있었다. 점심으로 불고기, 미역국, 오이지, 열무김치, 브로콜리 청포묵을 먹고 정리하는데, 식탁에 후식용 수박이 보였다! 얼마 전 마트에 갔을 때 수박이 먹고 싶긴 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사지 않았는데, 오늘 수박을 먹을 수 있는 기회다 싶어 살짝 두근거렸다. 정리를 마치고 식탁에 앉아 삼각형으로 이쁘게 잘려있는 수박을 보았다. 그리고 제대로 먹기로 마음먹었다.


맛있어 보이는 수박하나를 골라 입에 넣었다.

해면처럼 얼기설기 얽힌 조직에 가득 품은 물기, 힘주지 않아도 스르륵 씹히는 식감, 냉장고의 냉기가 전해지는 듯한 시원함, 그리고 적당한 단맛과 시원한 향!     


수박이었다!


평소라면 2조각 정도 먹고 멈췄을 테지만 오늘은 5조각 정도를 먹었다. 나중에라도 또 먹을걸 하지 않게 후회 없이 시식을 했다. 다른 과일이라면 평소보다 많이 못 먹었겠지만, 수박은 거의 물로 되어 있어 ‘괜찮아. 물이니까’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며 많이 먹을 수 있다는 거. 그렇게 오늘 만족스러운 수박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든 생각. 수박뿐만 아니라 집에서 다양한 음식을 먹기 힘든 이들에게 이렇게 외부에서 음식을 먹는 건 좋은 기회겠구나란 생각. 그래서 그렇게 음식을 준비하고 간식을 챙겨주려 하시나 보다란 생각. 음식을 준비하고 챙겨주기는 일이 누군가를 위한 귀한 행위일 수 있구나란 생각.

이렇게 음식과 간식을 준비해 주신 분들의 지난 모습이 떠오르며 그 안에 숨겨진 귀한 마음이 느껴졌다. 어떤 행위나 마음이 진짜라면, 그때는 다들 모를지라도 시간이 흐르면 드러남을 오늘 다시금 보았다.


감사한 수박 시간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0622 쇼핑몰 여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