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고 굽고 튀기는 오로지 본질만을 위한 조리법이 있는가 하면 찌개나 반찬의 부재료로 위상이 바뀌기도 한다. 다른 재료를 첨가하여 식감을 달리 한 뇨끼, 감자전, 샐러드도 있다.
뇨끼와 감자전은 감자 특유의 쫀득거리는 식감과 기름에 튀긴 듯한 바삭한 식감을 동시에 맛볼 수 있어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감자요리 라인업이다. 여기에 미리 준비해놓고 있었지만 애써 그렇지 않은 척, 와인과 막걸리를 다소곳이 내어놓으면 씨익 올라가는 입꼬리를 숨길 수 없다.
그러던 중, 서울의 한 꼬치집에서 하는 감자 요리가 눈에 밟혔다.
요즘 골목마다 야키토리 가게들이 들어서고 있다. 야키토리는 닭고기를 작은 조각으로 잘라 꼬치에 꿰어 구워 먹는 음식이다. 매장들이 보통 일본풍의 아기자기한 분위기라 들어서면서부터 마음이 설레고 작디작은 테이블과 식기류에 벌써 행복해지기 시작한다.
그냥 닭꼬치 아니야?라고 만만하게 봤다가는 야키토리를 먹어볼 생각을 하지 못한 과거의 나에게 서운할 맛이다. 짭조름한 맛소금, 알싸한 통후추를 바로 갈아 숯불 위로 구워 은은한 향이 배어 나오는 꼬치는 육즙으로 가득한 천국의 맛이다. 기름기에 반들반들해진 속은 시원한 생맥주로 달래주면 그만이다.
그러다가 중간에 곁들어줘야 하는 친구가 이 요리다. 바로 '감자사라다'이다.
그렇다. 우리가 알고 있는, 누구나 먹어봤음직한 감자사라다. 그럼에도 이 감자요리가 계속 맴돌았다. 그 이유는 잘게 썰어 올려준 쪽파와 핑크페퍼와의 조합이 너무나도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입 안에 넣었을 때 식감과 맛만큼 큰 역할을 하는 게 향이라고 생각한다. 지극히 평범한 으깬 감자가 핑크페퍼를 만난 것은 낯설면서 기분 좋게 품을 수 있는 조합이었다. 허브같이 시원한 향도 났다가 향신료처럼 확 터지는 향도 난다. 기대하지 못한 곳에서 얻는 깜짝 선물은 입맛을 더 돋워주었다. 감자는 변해도 된다. 너는 변해도 된다.
그날은 여러 종류의 닭꼬치, 돼지고기조림, 감자사라다에 술을 곁들이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먹었던 저녁으로 기억에 남았다. 막차를 놓쳐 택시를 타고 귀가했을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