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유럽 여행 갔을 당시, 정작 디저트의 천국인 프랑스에서는 길거리 슈와 크레페만 먹어서 고급스럽고 맛있는 디저트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지금처럼 에스프레소도 즐길 줄 알고 디저트에 애정이 있었더라면 온갖 곳을 탐닉하고 다녔을 거다. 여하튼- 옆나라 독일로 넘어가서는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달콤하고 맛있는 무언가는 먹고 말 테다! 하는 결심을 하게 됐다. 하지만 소도시였던 까닭인지 특별히 눈에 띄는 가게가 없었고 그것보다는 관광지에 매료되어 신나게 새로운 것들을 흡수하는데 바빴다.
노을이 지고 하늘이 어둑어둑하게 저녁을 향해 가는 무렵까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반짝 불빛이 새어 나오는 곳에 시선이 닿았다. 동화같이 알록달록한 색감의 집들로 이루어진 동네는 길바닥까지 울퉁불퉁 네모난 돌로 채워져 걸어가는데 삐끗거리지 않게 조심해야 했다. 병풍같이 생긴 반쯤 열린 창문 아래로 젤라또 냉장고가 보였다. 비록 프랑스는 아니지만 유럽 젤라또를 맛봐야겠다는 마음에 일행과 하나씩 주문했다. 생각보다는 평범했던 맛에 아쉬웠지만 외국에서 맛보아서 그런지 이국적인 경험으로 기억에 남았다.
이제는 한국에도 훌륭한 젤라또 집들이 많이 생겼다. 연남, 망원, 합정, 서울숲, 한남 등 지역마다 맛있는 곳 하나씩은 있는 모양새다. 계절별로 달라지는 라인업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여름에는 수박이나 참외 같은 과일로 셔벗을 준비하기도 한다. 레몬과 초코, 쌀과 와인 등 극과 극으로 골라도 혀가 즐겁다. 고수, 소금우유, 와인 같은 특별한 맛들도 있다. 젤라또는 아이스크림보다 공기의 함량이 적어 더 쫀득한 식감이 특징이다. 자그마한 컵에 담겨 나오는 젤라또가 다소 비싸다고 느껴지기도 하지만 쫀쫀하고 진한 맛을 보면 그럴만하다 싶다. 차갑게 녹아 사라지는 매력이 중독적이다. 게다가 깔끔하고 간단한 후식으로 그만이라 배부를 때면 어김없이 입가심용으로 찾게 된다. 젤라또를 다 먹는 순간까지 저절로 대화가 멈춘다. 마지막 한 입을 먹고 나면 내가 맛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가 불현듯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