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란 막대 설탕을 챙겨 자리를 잡았다. 봉지 톡 뜯어 기울였더니 새하얀 설탕이 모래알처럼 우스스 쏟아져 진한 에스프레소 아래로 꼬르륵 잠겼다. 자그마한 잔을 우아하게 들고 마시는데 태어나서 에스프레소 먹는 사람을 실제로 처음 봐서 신기했다.
그로부터 수년이 지나 직접 에스프레소를 접하게 됐다. 첫 경험은 때때로 머리에 깊숙이 자리 잡는다.
마냥 쓰고 독할 줄만 알았던 에스프레소가 향긋하고 묵직한 게 농축된 커피의 맛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역시 사람은 직접 경험해야 해. 커피에서 인생을 또 배웠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생소했던 메뉴였는데 이제는 전문 숍이 심심치 않게 생긴다.
에스프레소 전용 매장에서는 다양한 에스프레소는 물론 특이한 시그니처 메뉴 또한 취급하기에 호기심을 자극한다. 대부분 산미는 적은 반면 다크한 초콜렛 향이 나는 원두를 많이 접했다. 아마 대중적인 입맛으로 정했겠지. 원두의 종류, 로스팅 방법, 첨가되는 재료에 따라 풍기는 맛과 향, 목넘김이 달라진다. 와인 못지않은 섬세한 친구다. 심지어는 한파나 습한 날씨에는 머신을 새로 세팅해야 하니 여긴 예민한 게 아니다.
문득 우리가 원두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은 여러 배경을 거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베이고 깎이고 다듬어진다. 평균 내릴 수 없는 경우의 수가 너무나도 다양하다. 좋은 환경, 좋은 사람을 주변에 두어야 한다는 말이 나이가 들수록 무슨 뜻인지 체감하게 된다.
각박한 세상 속에서 전 보다 나은 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우리 모두에게 잘하고 있다고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