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들렌은 아주 작은 조개 모양의 스펀지케이크이다. 폭신하고 달콤한 이 한주먹짜리 케이크는 빵 같기도 하고 식후 입가심용 디저트 같기도 하다.
마들렌이라는 어느 여자의 이름을 따와 동일하게 불려졌다고 하는데 왠지 생김새가 그려진다. 다정하고 유연한 미소 짓는 얼굴이 말이다.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마들렌을 굳이 사 먹고 다니지는 않았다. 밀가루, 계란, 버터가 들어가는 제누와즈와 비슷한 맛일 텐데 차라리 약간의 비용을 추가로 지불해 더욱 화려하고 다양한 식감의 타르트나 케이크를 선택했다. 또 체인점 카페에서 먹은 기름진 마들렌의 첫인상이 썩 좋지 않아서 그렇게 된 까닭도 있다.
그러다가 커피만 마시기 아쉬워 사이드 메뉴처럼 시키기도 하고 마들렌 전문 매장에서 최상의 레벨을 맛보기도 하면서 편견이 점차 사라졌다. 디저트 매장에서도 구움과자 카테고리가 확고해지고 커지면서 다양한 종류의 마들렌을 접했다.
집에서 종종 마들렌을 굽고는 하는데, 빵빵한 배꼽과 또렷한 조개 문양이 잘 나올수록 자부심을 얻는다. 버터, 설탕, 계란, 밀가루를 같은 비율로 잡고 입맛에 따라 수정하는데 변수가 다양해 어느새 마카롱처럼 까다로운 디저트로 자리 잡았다. 재료나 공정이 비교적 간단해 만만하게 봤는데 계란 거품을 올리는 것, 휘퍼로 글루텐을 만드는 것, 마지막 투입하는 버터의 온도, 휴지 시간, 마들렌 틀, 오븐의 종류 등 엄청난 변수가 존재했다. 어느 날은 정말 마음에 들게 구웠지만 또 다른 날은 이유를 모르게 실패할 때도 있었다. 적당한 단계에서 멈춰야 하고 알맞은 단계에서 정확히 작업해야 한다니 꽤나 예민한 디저트라는 걸 떨쳐버릴 수가 없다.
그래서 가끔씩은 사 먹는 게 속이 편하다.
요즘에는 완성한 제품에 글라세를 얇게 바르거나 가나슈, 잼을 필링으로 채워 넣는 등 혀가 재밌는 마들렌이 많이 나왔다. 앞니 두 개로 중앙 부분을 크게 베어 물고 목이 막힐 즈음에 차 한 모금 마시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마들렌은 마음을 표현하기 좋은 선물이라고 느낀다. 일단 부피가 크지 않아서 받는 사람도 부담스럽지 않다. 또 맛별로 고르면 그중에 하나는 취향에 맞게 되어있다. 그리고 보관도 이동도 용이해 냉장 온도를 맞추는 등의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딱히 없다. 무엇보다 알록달록 채워져 있는 박스를 한 아름 받으면 괜스레 마음까지 보드라워지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