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쓰고, 나눈다 …
퇴사 후,
책이나 좀 읽어볼까 하는 마음으로 집 근처에서 운영 중인 수필 수업 강좌를 신청했다.
그때부터 시작된 소소한 글쓰기.
마음을 글로 옮겨 본 게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던 나는 한 글자, 한 글자가 어려웠다.
투박하고 어리숙하다.
하지만 쓰다 보니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고 나에게 솔직해지는 이 시간이 좋아진다.
나의 수필 수업 이야기를 적어보았다.
글을 읽는다.
마음이 허전해서 읽는다. 일상에 무언가 필요해서 읽는다. 갈증이 있을 때마다 일단 책 한 권을 펼쳐 읽는다. 글 속에 빠져들어 읽는다. 또는 글자를 따라 눈은 움직이고 있으나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한 채 지나쳐진다. 개의치 않고 읽다 보면 나의 마음을 달래주는 한 구절이 보인다. 눈에 띄는 그 구절이 가슴에 와서 콕 박힌다. 정확히 내 마음 구멍에 딱 맞는 모양새로 말이다. 마치 나를 잘 아는 누군가가 써놓은 글귀 같다. 이렇게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큰 위로가 된다. 오늘도 생각지 못한 그 한 줄, 삶에 대한 목마른 갈증을 해소해 줄 그 한 줄을 찾는다.
글은 위로다.
글을 쓴다.
머리가 복잡해 글을 쓰기 시작한다. 무언가 말하고 싶은 것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수북이 쌓여있다. 스쳐가는 수많은 이야기들. 머릿속 연상은 유창하나 막상 글로 옮기기 시작하면 그 새 하려던 말들은 달아나 버린다. 나의 마음 상태의 한 단어를 적고 왜 이런 생각이 떠올랐는지 써내려 간다. 과거에 대한 후회, 현재의 답답함, 미래에 대한 막막함을 쓴다. 과거의 어렴풋한 행복, 현재의 여유로운 일상,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쓴다. 쓰다 보면 복잡했던 마음과 머릿속이 정돈된다. 쏟아내고 싶었던 것들이 정제되고 엉켜있던 감정의 뭉텅이는 조금씩 풀어진다. 해결하지 못할 일도 없고 추스르지 못할 마음도 없는 것을 깨닫는다.
글은 삶의 실타래를 풀어준다.
글을 나눈다.
평소 기억해 두고 싶었던 글귀에 줄을 치고 메모를 해둔다. 줄을 그어두지 않으면 그때의 감동은 어디론가 날아가버려 잊힌다. 가끔 들춰가며 예전의 메모를 읽어보면 공허했던 마음이 차오른다. 글에도 취향이 있다. 어제 밑줄 친 글귀도, 10년 전 밑줄 친 글귀도 다시 읽어보면 마음에 꼭 든다. 함께 수업을 듣는 이의 한 줄도 듣는다. 미처 생각지 못했던 시선과 생각이다. 세상을 나와는 다른 각도로 볼 수 있고 이해하는 것을 알게된다. 나누는 것으로 자그마한 감동이 일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나의 것도 풀어본다. 나의 이야기에 끄덕여 주는 타인의 모습에 고맙고 더없이 기쁘다. 공감만으로 가까워지고 친구가 된다.
글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다.
그렇게 글과 조금씩 친해지고 있다.
글은 치유의 힘이 있고 나의 마음을 정갈하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