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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만들기 vs 캐릭터 만들기

(1) 나 만들기 :숨 막히는 시간 배분에 관하여

웹툰 <남의 소리>의 스토리 콘티 완결을 끝낸 지 약 한 달 정도 되었다. 사실상 백수나 다름없는 나는 여전히 바쁘다. 마감도 안 하는데 바쁠 이유가 있냐고? 이유는 요즘 들어 시작한 새로운 활동들이 하루 일정에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활동이란 요가와 홈 트레이닝. 그리고 한달어스 플랫폼을 통한 자유 글쓰기를 말한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 역시도 포함이다. 


요가


완결을 향해 달리던 4월. 가끔의 밤샘과 잦은 야식을 동반하다 보니 살이 쪘다. 65kg에서 67kg으로 2kg 정도 늘었는데 앉아 일하는 직업 특성상 죄다 배와 엉덩이로 갔다. 주 2~3회 가던 클라이밍은 약간의 근육을 주는 대신 많은 식욕을 부산물로 얻어다 주었기에 확찐자가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었다. 그래서 망가진 외관을 다듬어 줄 운동을 찾게 되었고, 요가 센터를 등록하게 되었다. 


주 3회씩 이제 3주 차가 된 요가 초보인 나. 지금까지는 아주 재밌다. 그동안 클라이밍, 크로스핏 등 잔뜩 힘을 주어 당기고 미는 활동을 주로 했던 내게, 뻗고 늘리고 이완하는 운동인 요가는 그야말로 신개념이었다. 몸의 안 쓰던 부분을 새로이 발견하는 희한한 재미도 있고, 굽었던 등, 가슴과 거북목이 펴지는 기적 역시 경험 중이다. 왜 이제야 요가를 알았을까. 뻣뻣하게 굳은 나의 몸에 참회의 마음을 담아 정말 열심히 따라 했더니, 엊그제 요가 선생님이 나를 불러 말했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신 것 치고는 정말 잘하고 계세요." 


내 입장에선 요가의 신이나 다름없는 지도자님이 격려를 내려 주셨으니, 강습이 있는 날은 매번 기다려졌다. 기다리다 못해 요가 매트도 괜찮은 걸로 주문했다. 요가책도 샀다. 장비빨(?)은 언제나 중요하니까. 등록한 4개월을 일단 꾸준히 지속할 생각이다. 



홈 트레이닝과 눔 코치


다만 요가만으론 운동량이 부족하다고 느껴서 매일 아침, 유튜브 영상을 보며 홈트레이닝을 추가로 하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RAccZlMzT8

Shredded(파쇄) 단어 뜻처럼 하고 나면 몸 여기저기가 부서진 느낌이 든다


주로 클로이 팅 Chloe Ting의 영상을 보며 따라 하는데, 길이는 15분~20분 남짓이고 다양한 테마(Fat burn, Arms & Abs, Upper Body & Core)가 있어서 지루하지 않아서 택하게 되었다. 꽤나 고강도라서 영상 후반부에는 언제나 매트에 땀이 비 오듯 떨어진다.  '어? 이러다 살 금방 빼겠는데?' 하는 생각에 신이 나서 식단 관리도 하려고 눔 코치 어플을 깔았다. 매번 내가 먹은 칼로리와 운동으로 태운 칼로리를 기록하는 재미도 나름 쏠쏠하다. 운동에 효과를 더해준다고 해서 아르기닌과 마카 영양제도 해외 직구로 주문했다. 인바디 체중계가 매일 체성분을 기록해주고 손목에 찬 미밴드가 오늘 걸은 걸음수와 운동으로 소비한 칼로리를 나타내 준다. 바야흐로 우리는 현재, 운동하기에 가장 재미난 시대에 살고 있다. 


좀 더 먹었다 싶으면 운동으로 죄책감을 줄인다



순삭 되는 시간 :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문제는 이런 활동들이 나의 생활에 첨가되면서 시간 운용에 여럿 변동이 생겨버렸다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체중 재고 홈트, 아침 식사까지 마치면 오전이 훌쩍 지난다. 씻고 작업실 오면 해는 어느새 중천에. 그럼 또 점심을 먹어야 하네? 자 맛점도 했고 작업실에 왔으니 차기작 주인공을 짜 보려 책상에 앉는다. 작법서와 메모 점검으로 구상을 시작했는데, 어느새 쿠팡에서 헤드밴드를 검색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이게 다 땀 많은 내 몸 탓이다) 아차차, 오늘 브런치글(지금 쓰고 있는 이 글)을 써서 한달어스 단톡방에 인증해야 한다. 매일 글 쓰기가 아직 몸에 배지 않아서인지 시간이 오래 소요된다. 그러다 보면 벌써 저녁 먹을 시간이네? 식사하고 나면 금세 요가 갈 시간이다. 후두리찹찹 폭풍 글을 쓰고 마지막 타임인 9시 수업에 참석한다. 수업이 끝나면 피곤하다.. 집에 가면 11시. 씻고 누우면 12시다. 누워서 폰 보는 건 국룰이니까 좀 봐주면 새벽  1~2시다. 그렇게 다음 날 기상이 늦어지고 내일 스케줄은 한두 시간씩 밀린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빠져나갈 수 없는 개미지옥 같은 시간 삭제의 굴레 속에서, 만들어져야 할 나의 캐릭터들은 외면받고 있었다. 본업이 작가인데.. 캐릭터 만들고 스토리 짜서 연재해야 먹고사는데! 하루는 똑같이 24시간인데 왜 운용을 못하니! 김첨지의 설렁탕처럼 보다 만 작법서들이 책상에 덩그러니 남아 울고 있다. 하라는 캐릭터는 안 만들고 나 만들기에 빠져 본업을 팽개친 5월의 나... 과연 '나'는 다이어터 놀이에 빠진 '나'를 데리고 캐릭터를 만들 시간을 확보해 낼 수 있을까? 


미안하다 설렁책들아...


- (2)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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