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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만들기 vs 캐릭터 만들기

(2) 캐릭터 만들기 : 어떻게 하는 건데?

미움받는 캐릭터


연재 중인 웹툰 <남의 소리>에서 달성하지 못한 과제가 하나 있다면, '매력적인 스토리와 캐릭터 만들기'일 것이다. 더 자세히는 '사랑받는 캐릭터로 독자들을 행복하게 하는 스토리 만들기'. 오슨 스콧 카드 작가의 작법서 <캐릭터 공작소 Elements of fiction writing -  Characters and Viewpoint>에 따르면 소설(이야기)은 믿음을 주고, 정서적 공감을 자아내고, 이해가 되도록 써야 한다고 서술되어 있다.


믿음 : 당신의 이야기가 얼마나 진실되고 중요한 지 납득시킴

정서적 공감 : 독자를 당신의 세계로 끌어들이고, 독자의 눈높이에서 이야기가 생생하게 펼쳐지도록 이끔.

이해 :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확실히 (명확히) 전달


3가지 요소로 전작 <남의 소리>를 살펴봤다.


믿음 : 이야기 전반에 걸쳐 진행되는 설득의 과정이기에 평가가 어렵다.

이해 : 어느 정도 성공. 댓글에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라는 반응은 없었으니까.

정서적 공감 : .....?? 수많은 욕 댓글?!


작품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주로 댓글로 확인한다. 700여 개의 댓글 중 200개 정도는 분노와 짜증의 표현이었다. 독자들은 주인공에 대해 충분히 공감한 것처럼 보인다. 다만 잔뜩 화나는 기분을 공감하게 해서 그렇지... 독자들의 분노는 15만 조회수 대비 저조한 댓글과 중도 이탈로 돌아왔다.


봐주셔서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어쩌다가 나는 천덕꾸러기를 낳았을까? 


그렇다면 나는 어쩌다가 미움받는 이야기와 캐릭터를 창작하게 되었을까? 창작의 배경은 <남의 소리>를 기획할 때인 2018년으로 돌아간다.


당시의 나는 데뷔작 <애니멀 히어로 : 닥터 슈바이처>를 완결한 뒤였다. 야심 차게 준비한 데뷔작은 생각했던 것만큼의 성공을 이루지 못했다. 차기작은 더 잘 되게 만들고 싶었고, 힘이 과하게 들어간 기획안들은 번번이 거절당했다. 기획사로부터 5번 이상의 거절을 겪은 뒤 나온 것이 <남의 소리>의 기획안이었다. 초안은 SF 스릴러 장르로 기획되었지만, 로맨스 드라마 장르가 흥행에 유리하다고 판단되어 변환을 해야 했다.


문제는 내가 로맨스에 무지한 작가였다는 것이다. 장르에 대한 불안감에 스토리에 대한 자기 확신은 점차 사라지기 일수였고, PD에게 좋은 평가받아내기에만 급급했다. 게다가 당시의 연애 상대도 나의 능력에 대해 의심하기를 멈추지 못했다.


"미래에 대해 별다른 계획이 없는 사람 같아."

"자신만의 방법이 있는 건 아는데.. (그 방법이 틀린 거 아냐?)"


자신을 증명해내고 싶은 욕구에 조바심은 점점 심해졌다. 기대치에 못 미치는 자기 자신에 대한 비난이 매일마다 이어졌던 날들이었다.


이미지 출처 @brut - unsplash


왜 캐릭터 만들기와 상관도 없어 보이는 내 이야기를 주절주절 말하는가 하면, <남의 소리>의 주인공 남승호가 그때의 나를 심하게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옳은지 분간 못하고, 자기 확신 없이 우유부단하며, 자신을 비난하는 내면의 소리를 계속해서 곱씹는 인물. 남승호는 곧 나였다. 캐릭터는 작가의 분신이라더니..


 

나의 행복 = 매력적인 캐릭터


최근 어떤 웹소설 작가의 사전 창작과정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그 작가는 작품을 쓰기 전에 자신을 최고로 행복한 상태로 둔다고 했다. 가장 좋아하는 단골 카페의 커피와 맛 좋은 점심. 작업을 끝낸 뒤에 가질 작은 쾌락까지 정해놓을 정도로 말이다. '왜 그렇게까지?'라고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내가 행복한 상태라야 글에도 그것이 묻어 나와. 어떤 희비극을 쓰든 간에. 작품을 보는 독자들 역시 행복하기를 원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돼."


깨달음이 왔다. 매력적인 콘텐츠는 행복한 사람에게서 나오는 거구나. 나의 상처 치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들의 감정까지를 헤아렸어야 했다. 그러자 생각이 정리되었고 결심하게 되었다. 행복해지자고.  


최근 운동과의 밸런스를 맞추는 데에는 심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지만, 요즘의 나는 어느 정도 마음에 든다. 운동은 하면 할수록 몸을 더 사랑하게 만든다. 나아가 꾸준히 지속한다면? 자신이 대견해지는 효과까지 있다. 좋아지는 몸에는 자신감이 깃들고, 더 나은 목표와 계획을 세우게 한다. 나는 그것이 좋은 거였다. 내가 나를 행복하게 하는 과정에 올라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제는 어느 정도 나를 아끼는 방법에 길이 들어가는 것 같으니, 사랑받는 캐릭터를 만들 몸과 마음의 준비가 된 듯싶다. 남은 과제는 이 둘과의 밸런스다. 내 몸만 아낀다고 캐릭터 양육시간을 아까워 할 순 없으니까! 그리하여 헤르미온느급 시간 사용법에 대해 연구를 하기 시작하는데...


늘어나라 시간 시간!


- (3)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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