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이돌 뮤직이나 [고등 래퍼], [쇼미 더 머니] 힙합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최신 음악을 찾아서 즐기려 애쓰는 편이다. 문화를 통해 세대 간 관심을 이어가고자 하는 것은, 사고의 경직을 차단하고 스스로가 진부 해지는 것을 예방하고자 하는 나만의 작은 노력 같은 것이다. 늙는다는 것은 그들과 감성이 통하지 못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에 문화 콘텐츠들 중에서 그나마 진입 장벽이 낮은 음악을 통해 연결을 시도하는 것이다. 최소한 나에게는 현재까지 음악이 그 역할을 충분히 해 주는 것 같다.
국내 가수나 아이돌 그룹이 월드스타가 되고, 팝의 주류시장인 미국의 빌보드에서 1위를 하는 것은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전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다. 한국의 대표 보이그룹 [BTS]는 온라인이나 SNS를 통해 전 세계 10대들과 소통하며 커뮤니티를 형성하였고, 글로벌 사회 문제에 대해 UN에서 발언하였다. 심지어 그들의 팬클럽인 [아미]들은 [BTS]의 언행에 능동적으로 반응하고 사회적 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내는 놀라운 선순환의 사례를 만들었다. 이것은 대한민국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가능성과 공익에 미치는 영향이 잘 드러난 일례로 볼 수 있다. 거대한 머니게임과 사회적 책임이 공존하는 사업으로서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그 파급력이 과거와 크게 달라지고 있는 것이고, 그만큼 스타들의 가치는 더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업계 대형 스타들의 개인 수익은 나날이 커져가는 영향력만큼 이제 웬만한 사업체를 능가한다. 언론에서 국민 MC 유재석의 회당 출연료가 2500만 원이라는 소식을 접한 적이 있다. 각종 출연 프로그램과 부가 수입을 합계 추산하여 그의 연봉이 세후 60억 정도가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는데, 그 수입액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의 재무적 가치는 사관학교 같은 대형 기획사에서 훈련과 교육을 받은 영향을 무시할 수 없겠지만, 간과할 수 없는 것이 타고난 개인의 재능과 열정 그리고 성공을 향한 의지도 중요했을 것이다. 고생과 노력 없이 최고의 자리에 이르는 자가 있겠는가. 그런 자들에게 행운도 깃드는 법이다. 세상의 모든 성공한 이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아이유는 가수인가?
"지안..이제 평안함에 이르렀나?.."
2018년 tvN에서 방연한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마지막 대사이다. 대한민국 직장을 배경으로 해서였을까 스토리의 흡입력이 좋았고, 각자의 트라우마를 극복하여 가는 배역들의 상호 케미도 좋았다. 특히 배우 이지은(여주인공 이지안 역)은 거친 세상의 부조리에 입은 깊은 상처와 저속한 어른들에 대한 반항심으로 마음을 닫은 채 말수마저 거의 없는 설정의 배역을 맡았는데, 적은 대사만큼 내면 심리 연기를 섬세하게 표현해야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래서 쉽지 않은 촬영이었다는 그녀의 회고 인터뷰가 기억난다.
"아이유는 가수인가?"
모두가 알듯이 배우 "이지은"은 가수 IU(아이유)와 동일인이다. 그녀는 가수로 데뷔하였지만, 이제 연기자로서도 매우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 가고 있다. 세대를 넘어선 폭넓은 팬층이 증명하듯이, 명실공히 “시대의 아이콘”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다. 많은 저작권료 수입이 증명하듯이 작곡/작사가로서도 좋은 활약과 재능을 꽃피우고 있으니, 인기와 인지도 상승만큼 각종 광고 모델로도 러브콜이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걸그룹 [소녀시대] 출신의 윤아는 어떤가. 한때 한국 대표 걸그룹의 부동의 센터로 활동했던 그녀가 현재는 배우로 더 많은 이들에게 각인되고 있다. 국내나 중국 드라마를 섭렵하고, 영화 속에서도 주연으로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되돌아보면 연습생 시절부터 노래와 춤, 연기, 모델까지 통합 훈련을 받아온 것으로 그녀의 현재는 이미 예고된 것일지 모른다. 활동 무대가 넓은 만큼 그들의 수입도 더 늘어날 것이다.
아이유와 윤아.. 과연 그녀들의 직업은 가수라고 말할 수 있는가. 더 많은 수입을 만들어 내는 것이 성공이라고 가정한다면, 그들은 확실히 일반인과 다른 프레임 속에서 일을 하고 있다. 가수, 배우, 모델, 라디오 DJ, 작곡가, 프로듀서.. 어느 하나로 단정할 수 없는 폭넓은 활동 영역이 그것이다. 다양한 직업을 동시에 운영한다는 것은, 결국 일반인과 다른 수익의 기회가 계속 재생산된다는 것이고, 이러한 기회는 그들을 성공의 접점으로 견인한다.(물론 성공의 접점이 곧 최종 성공으로 반드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손에 잡힌 기회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결과는 달라지는 법이다.)
하나로 규정되지 않는 다양한 활동.
2016년 어느 봄날, 과거 외국계 회사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중에 딜러 총회 차 본사를 방문한 지방 대리점 사장님들과 점심을 같이 한 적이 있다. 자칫 성토의 장으로만 끝날 수도 있던 험악한 분위기의 총회 속에서, 본사와 대리점간 업무적 문제점과 개선안까지 종합적으로 조율하고 수습하시는 한 중년 대리점 사장님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거제 지역 대리점 사장이었다. 이어지는 식사 자리에서 나는 그와 이야기를 더 나눌 기회가 생겼다. 그는 자신을 소개하며 총 6장의 명함을 나에게 건네었는데, 대리점 사장부터 한정식 식당 대표, 그리고 원룸 임대사업까지 그 활동 영역도 다양하였다. 총 6개의 다른 직업을 보여주는 그의 명함을 들여다보며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한 전율이 느껴졌다.
"60세 나이에 이 많은 일을 다 할 수 있는 것인가?"
K 사장은 50세 초반에 직장을 퇴직하기 전부터 독립을 준비하였고, 대리점을 운영하는 본업 외 5개의 사업체를 하나씩 단계적으로 론칭하며 작은 부자가 되어 있었다. 그의 일에 대한 전문성과 넘치는 열정이 느껴지는 대화 속에서, 하루하루 살기 위해 일하는, 지쳐있는 나 자신이 투영되었다. 우리의 차이가 어디서부터 오는 것인지.. 왜 나는 그처럼 될 수 없는 것인지. 그에게 노동의 고단함은 삶의 보람을 주었고, 나에게는 삶의 피폐함을 주었다.
단, 한 번도 이 회사와 소속된 직장인이라는 프레임을 벗어난, 다른 객체로서 자신의 사업을 꿈꿔보거나 다른 방식으로 성장을 만들어 본 경험이 없던 나에게 K 사장의 이야기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생각의 차이가 행동의 차이를 만드는 법이다. 이후 나는 부자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사는지를 더 주의 깊게 듣고자 애를 썼다. 주변의 작은 성공을 실천하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접하는 기회를 계속 만들었고, 내가 경험한 성공한 이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활동 영역이다.
작은 부자들은 어느 하나의 직업에만 단순하게 안주하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대표 직업이, 가수일 수도 있고, 대리점 사장이나, A기업의 과/차장일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일부일 뿐 그들의 전부가 되지는 못하였다. 하나도 잘하기 힘든 세상에 이도 저도 안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의문을 가져보지만, 사람의 재능과 역량이 하나로 규정되지 않는데 이러한 자아 통제는 어디서 나온 것인가. 우리는 왜 하나의 업에 길들여져 안주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는 것은 그래서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부자가 되기 위해 일과 자신에 대한 개념을 다시 정립할 필요가 있지는 않을까. 활동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만큼 수익 채널도 다양하게 활성화될 수 있다. 예능인들처럼 말이다.
리스크 여부는 부자에게 매우 중요한 관리 사항이다. 그래서 활동의 portfolio를 잘 구성해야 한다. 물질적 안정을 제공하는 수단으로서 대표 직업을 둘 필요가 있다. 변동성이 적고 장기간 지속 가능한 수입원일수록 대표 직업으로 최적일 것이다. 이 대표 직업을 소홀히 관리하여 전체 운영 리스크가 커진다면 이는 적절하지 못하다. 결국 고민은 어떻게 대표 직업을 잘 영위하면서, 동시에 사업 영역을 넓혀 가느냐는 것이다. 그것이 성공으로 가까이 다가서는 길이다.
"하나의 직업만으로 자신의 한계에 이미 도달하는가..아니면 더 나아갈 여력을 가지고 있는가 "
우리가 관리해야 하는 대상은, 직업의 수가 아니다. 여러 사업을 동시에 운영하는 방식을 터득하고, 운영 안정성을 저해하는 변수들을 어떻게 통제하는가.. 그것이 관리 대상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