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에 내재된 차별과 그에 대한 저항에 관하여.
23. 마지막 느낀 점
나에게는 ‘사람은 이용의 수단이 아니’라는 것과 함께, ‘우리는 모두 동등한 인간이다’라는 이성적 사고가 확고하다. 그렇기에 특정한 무엇으로 타 문화권 사람들의 우열을 가리는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렇다, 단순한 차이일 뿐이지 이것이 차별로 발전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다만, 어쩔 수 없이 모든 동물, 특히 인간은 차이에 관해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진화한 것이라고 어디서 읽었다. 그렇게 차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차별하는 게 진화학적으로는 생존에 유리하게 설계됐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차이에서 오는 경계심은 어쩔 수는 없다지만, 우리는 이에 저항할 이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모두 선입견에 둘러싸여 있다. 인간인 이상 어쩔 수 없을 테고, 나도 특정 선입견에 갇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떤 점들은 그러면 안 된다고 내적으로 저항하면서도, 어떤 것들은 그냥 받아들인다. 그 편이 편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인지도 하지 못하고 있는 선입견도 있다. 그렇지만 나에겐 역시 이 선입견을 깨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좋아하는 책들도 ‘총, 균, 쇠’와 같은 그런 부류의 책들이며,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도 그런 이유이다. 그런 편견을 깰 때마다 세상을 보는 눈이 더 넓어지며, 성장하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특히, 여행하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문화와 환경을 접하게 된다. 나도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차별적인 시선이나 선입견을 조금 거두려고 노력하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인도 여행을 하면서도 다 사람 사는 곳이고 이들에게는 일상이며, 문화라고 생각하며 보내보니 또 금방 적응이 됐다. 내가 뭐라고 이들을 판단하고 차별하는가, 무슨 기준으로? 문화와 환경이 다를 뿐이지 우리는 동등한 인간인데? 같은 생각이랄까.
주변을 잘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백인들이 아시아인들을 차별하는 것을 보면 분노하면서, 어느 유색 인종은 더럽고 냄새난다면서 차별한다. 흔히 인도에 대해서는 위생 관련한 차별이 많은 것 같다. 물론, 내가 글에 썼듯이 전반적인 환경이 청결하지 않다는 생각은 많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봤을 때 인도인들이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손을 더 많이 씻는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들의 어떤 면을 보고 더럽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것일까. 내가 좋은 곳만 다녔다고 할 것인가? 그러면 반대로 차별의 원인이 되는 그 모습은 외지가 아닌가? 우리나라에도 위생적으로 열악한 곳이 없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더욱이 위생적으로 좋지 않다고 해서 우리가 그들보다 우월하다는 주장은 무엇인가?
실제로 내가 각각 다른 비행기에서 인도인도 옆에 앉았었고, 한국 사람도 앉았었다. 인도 사람이 옆에 앉았을 때는 불편한 점이 없었는데, 오히려 한국 사람이 연초를 피우고 왔던 건지 그 사람이 내 옆에 앉자마자 냄새 때문에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럼 내가 이 한국인이 인도인보다 미개하다고 하면 그것은 옳은 판단인가? 거리가 더러우면 미개한 것인가? 그렇다면 새벽의 지저분한 홍대거리는 우리가 미개하다는 뜻인가? 아니 애초에 내가 무슨 자격으로 그들을 판단하고 미개하다는 개념을 들이미는가?
위생적으로 비교적 열위하다고 미개한 것이면, 현시대보다 위생적으로 부족했을 우리 과거의 선조들은 전부 미개한 존재였던 것인가? 우리의 부모, 조부모 세대들은 미개한 과거를 거쳐서 문명인이 됐다고 말할 것인가? 과거와의 비교는 안 된다고 할 것인가? 그렇다면 그런 변화가 문화적 정치적 환경적 상황으로 인해 나라마다 개선 시점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은 왜 고려되지 않는 것인가? 과거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대륙을 미개하다며 식민지배하고 노예제를 만들고 인종 학살을 서슴지 않던 유럽 침략자들의 사고와 다를 것이 무엇인가?
이 시대의 빠른 변화가 이 시대의 Norm이기에 당연히 그런 기준에 따라와야 하며 우리가 가진 높은 수준으로 모두를 평준화해야 하는가? 우리보다 더 선진국의 사람들이 우리에게 미개하고 더럽다고 한다면 그것은 괜찮은가? 그들의 선입견이 자신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에 욕하는 사람을 비난할 것인가? 그렇다면 우리가 비난하는 그들도 같은 생각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런 생각 등을 하게 된 여행이었다.
이렇게 말을 하고, 비판하지만 내가 이런 것을 언급하는 것조차 기본적으로 내가 차별한다는 것이고, 이성적으로 차별하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것뿐이다. 나는 아직 부족한 인간이라, 내 안에 주입된 혹은 내재한 차별의 시선을 완벽히 제거하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나는 사고를 하는 인간이기 때문에, 이성적으로 차별을 거두려 노력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성급한 일반화를 이성적으로 피하려고 한다. ‘이 나라 사람들은’이라기보다는, ‘이 사람은’이라고 생각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만약 ‘아니, 그래도 ~인은 ~해서 안 돼’라고 생각한다면 스스로가 정의한 차별의 안락함에 갇혀 발전이 없지 않을까.
말은 이렇게 해도, 나는 종종 속으로 자연스레 인종차별을 하거나 수긍할 때가 있다. 그리고 내가 이러고 있는 것을 자각하면, 스스로에게 짜증이 치밀 때가 있다. 다음엔 네가 뭔데 이들을 차별하냐는 이성적 사고 과정이 따라온다. 때로는 이렇게 자각하지 못할 정도로 어떤 차별을 하면서 정당화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은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차별에 대한 자각 및 이성적 사고 자체를 하지 않고, 타인을 차별 없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다. 아마 본능이라는 것이 있어 평생을 갈고닦아도 이룰 수는 없겠지만, 노력이야 할 수는 있겠지.
애초에 나는 인도에 가기 전에도 위생 이슈로 인해 많은 걱정을 했었고, 인도인은 어떻다는 둥, 걱정한 차별적 인간이다. 그래서 더욱 나 자신의 차별적인 면모를 많이 시험하게 되고 생각하게 된 순간이다. 비겁한 거짓말로 그런 차별의 시선이 완전히 사라졌다고는 말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나 자신의 부족한 면을 다시 돌아보고, 조금은 성장하게 된 여행. 차별적 시선은 거두고 그저 그들 속에 녹아들었던 여행이라고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