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만들기-서론

참 근면한 한국인, 집단의 경험

by 루카스

⓵ 참 근면한 한국인

한국인은 매우 근면하다고들 말한다. 남이 시킨 일을 열심히 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일을 찾아서 더 하는 사람들도 많다. 한국의 평범한 직장인에게는 야근이 일상이며, 그 덕분에 도시의 술집과 포차들은 늘 새벽까지 영업할 수 있다.
기록상으로도 한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 일하는 사람들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2016년 기준) 노동시간은 2069시간으로 34개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2255시간)에 이어 2위다. OECD 평균(1763시간)보다 306시간(17.4%) 길고, 독일(1363시간)에 비해선 706시간(51.8%)이나 더 일한다. 주요 선진국인 덴마크(1410시간), 프랑스(1472시간), 영국(1673시간), 일본(1713시간), 미국(1783시간)보다도 300~600시간 길다. 이렇게 긴 근로시간의 원인을 두고 한국인들은 ‘노예근성’ 때문이라고 자조적으로 말하기도 한다. 한국인들의 몸에 노예근성이 배어 있기 때문에 일을 많이 시켜도 두말 않고 해낸다는 것이다. 도대체 한국인들은 왜 이런 습성을 갖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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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집단의 경험

한국인들이 처음부터 이렇게 일하기를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물론 지금도 좋아하지는 않는다) 고대의 한반도인들은 방만하였으며, 춤과 노래를 좋아했다고 전해진다. 또한 풍토가 농사를 짓기에 적합해, 주민들은 보릿고개와 같은 잠깐의 고비만 넘기면 대체로 먹고 사는 데 지장은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강력한 권력을 지닌 지배자가 등장하게 되면서 달라졌다.
이러한 지배자들은 대부분 종교 권력을 장악하고 있던 제사장 집단이거나, 중국이나 왜와의 무역을 통해 부를 축적한 상인들, 혹은 북방에서 더 살기 좋은 땅을 찾아 내려온 이주세력이었다. 이들은 각각 종교적 권위·부·무력 등을 앞세워 지역의 세력들을 통합해갔고, 소국으로 발전해나갔다. 이들 중 가장 강력했던 세 국가만이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는데 이들이 바로 고구려, 백제, 신라이다.
이들은 국가를 보전하기 위해 수백 년 동안 치열하게 싸웠고, 이따금씩 왕들은 자신의 위신을 세운다는 명목으로 어마어마한 크기의 궁궐과 절을 세웠다. 전쟁을 선포하고 궁궐을 짓는 것을 지시하는 사람은 왕이었지만, 실제로 전쟁에서 싸우고 궁궐을 짓는 데 필요한 돌을 나르는 사람은 일반 백성들이었다.(철제 무기가 보편화되지 않은 시점에서 전투는 전문적 무사 집단이 전담했지만 이후 전쟁의 규모가 확대되면서 일반 백성들도 전투에 동원되었다) 또한 이러한 사업들에 필요한 돈은 모두 백성들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중앙 정부의 마수가 지방으로 점점 뻗칠수록 백성들은 이전처럼 평화롭게 자급자족하며 살 수 없었다. 정부는 백성들에게 생산물과 노동력을 요구했다. 가족들이 먹고 살기에도 빠듯한 형편에서 세금을 바치고 나면 음식이 모자라 굶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러면 일이라도 열심히 해서 모자란 부분을 메워야 하는데 그럴 때마다 국가에서는 전쟁을 하겠다고, 혹은 궁궐을 짓겠다고 젊은 남성들을 차출해갔다.(물론 이들에게는 보수가 거의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면 자연스레 일손이 부족해져 농사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만약에 차출되어 끌려간 이들이 죽기라도 하면 더 큰 문제였다. 홀로 남은 여성이나 아이들은 살기 위해서 무엇이든지 해야 했고, 여의치 않으면 남의 종이 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다고 해서 반항을 하기도 쉽지 않았다. 세금을 납부하지 못하거나 군역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법적 처벌이 뒤따랐다. 조선의 경우에는 곤장을 때리거나 강제로 군대에 보내버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를 견디지 못한 백성들 중에는 도망을 가 유랑민이 되거나 도적이 되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도망자가 생기면 관에서는 그 이웃 주민들을 대신 징계하였다. 조선정부는 ‘오가작통법(五家作統法)’이라는 법을 이용해 다섯 가구를 하나의 통제 단위로 묶었다. 이 다섯 가구는 세금 징수나 부역의 동원 등 행정의 기준이 되었으며, 연대책임을 부여해 백성들이 서로를 감시하게끔 하였다. 조선 후기에는 천주교도를 적발하고 탄압하기 위한 상호규제의 제도로 이용되기도 했다.
이처럼 전근대 한반도의 중앙정부들은 백성들을 철저히 통제하고 집단적으로 동원하려 하였다. 그 목적은 주로 정권의 유지와 국가 내부의 질서 유지였다. 이를 위해 한반도의 국가들은 불교나 성리학 등의 이데올로기를 통해 백성을 국가에 스스로 복종하는 존재로 교화시키고, 법령을 통해 국가 질서에 저항하고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세력을 제거하려 했다. 즉 전근대 한반도의 국가들은 이데올로기와 법이라는 두 가지의 무기를 손에 쥐고 백성을 통치하려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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