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교환학생의 도시 여행기 5

LA

by 루카스

지난 2.18부터 2.21까지 나는 학기 중의 Reading Week(중간고사 이후 1주일간의 휴식 기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를 이용하여 한국인 교환학생 친구들과 함께 LA 여행을 다녀왔다. 밴쿠버에서 LA까지는 비행기로 약 3~4시간 가량이 소요된다.


LA의 첫인상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넓다'는 것이었다. LA의 건물들은 다운타운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높이가 매우 낮았으며, 그러한 단층 건물들이 LA 전역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건물들 사이로는 널찍한 도로가 나 있고, 퇴근 시간이 되면 도시를 가로지르는 고속도로는 퇴근 차량들로 마비된다.


LA라는 도시는 매우 넓을 뿐 아니라 주요 관광지들이 도시 전역에 흩어져 있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해 여행하기 상당히 어렵다. 나는 LA에 도착하여 지하철 역에서 US 25불을 지불하고 Tap Card(LA 메트로를 이용할 수 있는 교통카드) 1주일권을 구입했지만, 실제로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것 같다(이는 일정과 동행의 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각자의 여행 일정에 맞춰 고려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래서 LA 여행 계획을 짤 때에는 반드시 동선을 효율적으로 짠 후 움직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관광지로 이동하기 위해 2시간 동안 지하철을 타거나 2~30 달러를 지불하고 우버를 타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나의 경우 일행의 수가 4명이었기 때문에 우버를 타는 것이 더욱 경제적이었다. 이처럼 일행이 3~4명 정도라면 차량을 렌트하거나 우버를 타는 것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보다 더 낫다.


gg.PNG tap card(출처: https://www.taptogo.net/articles/en_US/Website_content/about-tap)


내가 LA에 도착하여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바로 미 서부의 유명 햄버거 프랜차이즈 식당인 '인 앤 아웃 버거(In-N-Out Burger)'였다. 인 앤 아웃 버거는 LA 공항에 막 도착하거나, 혹은 다른 도시로 이동하기 위해 LA 공항을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한 번쯤은 들르게 되는 곳으로, 동부의 쉐이크쉑 버거(Shakeshack Burger), 그리고 파이브가이즈(Five Guys)와 함께 미국 삼대 버거 중 하나로 꼽힌다. 개인적으로는 인 앤 아웃 버거가 쉐이크쉑 버거에 비해 더 저렴하고 맛있었다.


B612_20190219_151921_686.jpg 인 앤 아웃 버거 매장 풍경(출처: 필자 )


fnlskdfn.jpg 인 앤 아웃 버거(출처: https://www.thrillist.com)


첫날에는 오후 늦게 숙소에 들어갔기 때문에 저녁시간을 이용하여 파머스 마켓(Farmers Market)과 할리우드(Hollywood)만을 구경했다. 미국의 도시들에는 대체로 로컬 식료품과 간단한 길거리 음식들을 파는 재래시장인 파머스 마켓이 있다. 하지만 한국의 재래시장처럼 옛날 느낌을 간직하고 있지는 않으며, 상당 부분 현대화되어 지역의 관광지로서 기능하고 있다. 파머스 마켓에서 샌드위치로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한 후, 세계 영화산업의 중심지인 할리우드로 향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밤이 깊어 관광객들도 거의 없었고 상점들도 많이 문을 닫은 상태였다. 그래서 몇몇 기념품 상점들만을 둘러본 후 숙소에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B612_20190219_193407_959.jpg 파머스 마켓(출처: 필자)


할리우드 거리의 마이클 잭슨 블록(출처: 필자)
할리우드 거리(필자)



숙소에 돌아오면서 지하철을 이용했는데, LA에서 밤에 지하철을 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내가 탔던 지하철 칸에는 마약을 한 것처럼 보이는 한 남성이 있었는데, 계속해서 주변에 앉은 사람들에게 위협적으로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고, 심지어 내 옆에 앉았던 친구는 그 주먹에 거의 맞을 뻔했다. 지하철뿐만 아니라 LA 다운타운 곳곳에서 그런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LA의 다운타운은 낮에는 상업 공간으로 사용되지만 밤에는 사람들이 빠져나가 노숙자들과 마약쟁이들의 은신처가 되는 전형적인 고스트타운(Ghost Town)이다. 이는 강남과 같은 한국의 도심과는 매우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미국의 도심 낙후 현상과 상당한 관련이 있다. 미국의 대도시들은 대체로 형성된 지 100년이 넘었기 때문에 그 시설이 노후화된 곳들이 많다. 따라서 1950년대를 기점으로 도시재생 운동(Urban Renewal Movement)이 북미 전역에서 발생했는데, 이 과정에서 도심의 주거기능은 교외지역(Suburban Area)으로 이전되고, 다운타운에는 상업적 기능만 남게 되었다. 그 결과 미국의 도심들은 유령도시적인 특성을 갖게 되었다.


B612_20190220_095157_819.jpg 낙후된 LA 다운타운(출처: 필자)


여행 2일 차에는 시타델 아웃렛(Citadel Outlets)과 디즈니랜드를 방문했다. 내가 묵고 있던 코리아타운 근방 숙소로부터 시타델 아웃렛까지는 대중교통으로 한 시간 반 가량이 소요되었다. 시타델 아웃렛은 그렇게 규모가 큰 아웃렛은 아니었지만 웬만한 유명 중저가 브랜드는 대부분 입점해 있었기 때문에 잘 살펴본다면 마음에 드는 아이템들을 건질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우리 일행은 아이쇼핑에 집중했기 때문에 아무것도 사지 않고 그냥 나왔다...


B612_20190220_104410_201.jpg 시타델 아웃렛 입구(출처: 필자)


시타델 아웃렛에서 디즈니랜드까지는 우버를 타고 이동했다. 대략 30분 가량이 소요되었는데, 우버 기사님이 디즈니랜드 입구를 몰라 상당히 애를 먹었다. 내가 우버 앱에 찍어놨던 포인트가 입구가 아니었기 때문에 다른 입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기사님도 초행길이라 서로 당황하며 헤맸던 것 같다. 겨우 다운타운 디즈니 주차장을 찾아 차를 세운 다음 조금 걸어 디즈니랜드로 입장할 수 있었다.


우리는 다운타운 디즈니 방면 입구로 들어갔기 때문에 다운타운 디즈니를 통과하여 디즈니랜드 파크로 입장해야 했다. 다운타운 디즈니에서 디즈니랜드 파크로 들어가는 미키마우스 열차(?) 비슷한 것이 있었는데 타지 않았고, 그냥 걸어서 갔다. 디즈니랜드 파크의 첫인상은 매우 강렬했다. 건물들이 정말 아기자기하고 예뻐서 동화 속의 세상에 들어와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우선 들어가자마자 스타벅스를 찾아 간단히 점심을 해결했는데, 스타벅스 초창기의 로고를 사용하고 있었고, 직원들이 모두 하녀복을 착용하고 있었던 점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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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랜드(출처: 필자)



B612_20190220_142943_432.jpg 디즈니랜드에 위치한 스타벅스의 내부(출처: 필자)


디즈니랜드 파크는 중앙의 월터 디즈니 동상을 중심으로 사방에 어드밴쳐 랜드(Adventure land), 판타지 랜드(Fantasy land), 투머로우 랜드(Tomorrow land), 프런티어 랜드(Frontier land) 등 각자 다른 테마를 가진 테마파크들이 자리 잡고 있다. 생각보다 규모가 크지 않아서 모든 테마파크를 한 바퀴 도는데 한나절이면 충분했다. 각각의 테마파크에는 몇 가지 종류의 어트랙션들이 있었는데 , 대체로 아이들을 위해 제작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무서운 놀이기구는 없었던 것 같다.


sfb.PNG 디즈니랜드 지도(출처: https://www.tripsavvy.com/maps-of-disneyland-resort-3266298)


디즈니랜드 파크는 놀이기구를 타러 가는 곳이라기보다는 어렸을 적 봤던 캐릭터들을 만나보고 관련 기념품들을 사는 곳이라고 생각된다. 실제로 디즈니랜드에는 어트랙션보다 기념품샵의 수가 더 많으며, 고객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귀여운 기념품들이 많다. 나는 디즈니의 열렬한 팬은 아니기 때문에 기념품을 살 생각이 없었지만, 결국 30불짜리 텀블러 하나를 구매했다. 그리고 디즈니 영화 속의 캐릭터 분장을 한 사람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는데, 겨울왕국의 엘사 복장을 한 모델 분이 앤 해서웨이를 닮아서 깜짝 놀란 기억도 있다.


야간에는 메인 거리에서 불꽃놀이 혹은 EDM 파티 등이 벌어진다. 우리가 갔던 날에는 EDM 파티가 벌어졌는데, 전혀 예상하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당황스러웠지만 굉장히 재밌게 즐겼던 것 같다.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한데 어우러져 춤을 추는 광경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겨울왕국 OST인 "Let it Go"가 EDM 버전으로 편곡되어 나왔을 때는 모두가 떼창을 하는 진귀한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디즈니랜드는 그야말로 디즈니라고 하는 거대한 콘텐츠 기업의 세계관을 현실에 유사하게 구현해놓고, 그 콘텐츠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사람들을 불러 모아 그 콘텐츠를 소비하게 하는 하나의 '가상현실'이었다. 사람들은 디즈니랜드에 입장하는 순간부터 현실과는 동떨어진 가상현실에 들어서게 되고, 그곳을 나오는 순간 다시 현실로 들어오면서 가상과 현실과의 괴리를 느끼게 된다. 프랑스의 철학자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는 디즈니랜드를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이미지를 뜻하는 '시뮬라르크'로 이루어진 세계인 '시뮬라시옹'의 전형으로 소개한다. 예컨대 디즈니랜드 안에 있는 엘사 공주는 실제 엘사가 아니지만 아이들은 그것을 마치 실제인 것처럼 믿는다. 그러한 믿음은 다시 그 콘텐츠들을 소비하고자 하는 욕구로 이어지고 이는 디즈니라는 하나의 콘텐츠 세계를 지탱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dvsfc.PNG 관광객들은 디즈니랜드의 성과 캐릭터들이 마치 실제인 것처럼 착각하고 그것들을 소비한다(출처: https://www.zoomzoomtour.com)


3일 차에는 산타모니카 해변과 그리피스 천문대를 방문했다. 산타모니카 해변은 LA를 방문하는 관광객이라면 반드시 가 보아야 할 관광지 중 하나이다. 해변으로 내려가기 전에 언덕에 서서 보는 산타모니카 해변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우리 일행은 산타모니카 해변에 들르기 전 Philz Coffee라는 카페에 들러 커피 한 잔을 사 마시고 해변으로 향했다. 해변의 광경은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우리는 황급히 사진 몇 장을 찍고 해변으로 내려갔다. 날이 아직 추워서 그런지 해변에는 사람이 많이 없었다. 우리는 해변을 잠시 걸은 후 여러 음식점과 놀이기구, 상점 등이 입점해 있는 산타모니카 피어(Santa Monica Pier)로 올라갔다. 산타모니카 피어에는 Route 66 End of the Trail(66호 선로의 종점)이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는데, 마치 이 곳이 미국 서부 개척의 종착역임을 표시하는 상징 같아서 나에게는 매우 특별하게 여겨졌다. 이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뒤늦은 점심을 먹고 그리피스 천문대로 이동했다.


B612_20190221_123122_026.jpg 산타모니카 해변의 전경(출처: 필자)
B612_20190221_123718_346.jpg 산타모니카 해변의 전경(출처: 필자)
B612_20190221_125651_211.jpg 산타모니카 피어(출처: 필자)


산타모니카 해변에서 그리피스 천문대까지는 우버로 이동했다. 상당히 먼 거리였기 때문에 거의 1시간 이상 소요되었고, LA의 극심한 교통정체를 체감할 수 있었다. LA는 길이 매우 널찍하고, 시내외를 연결하는 고속도로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음에도 출퇴근 시간이면 항상 정체가 계속되는 도시이다(영화 "라라랜드"의 도입부에서 남자 주인공이 LA의 극심한 교통정체에 짜증 내던 장면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주거공간과 업무공간의 명확한 분리,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고는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어려운 도시의 구조 때문에 LA의 교통체증은 어쩌면 필연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피스 천문대(Griffith Observatory)는 영화 "라라랜드"의 촬영지 중 한 곳으로도 한국인들에게 매우 익숙한 관광지이다. 그냥 천문대라고만 들으면 별만 보는 곳으로 생각할 수도 있으나, 사실 그리피스 천문대는 LA의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로 더욱 유명한 곳이다. 우리 일행은 해 질 녘에 천문대에 도착했는데, 빨갛게 물든 석양과 그 붉은빛에 잠긴 LA의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정말 잊기 힘든 순간이었다. 우리는 LA의 석양은 잠시 감상한 후 천문대 안으로 들어가 완전히 어두워질 때까지 천문대 안을 구경했다. 그곳에는 다양한 천문 관측 장비들과 유명한 천문학자들의 초상화 등이 전시되어 있었고, 당연히 기념품 샵도 있었다. 야경을 보기 위해 천문대 밖으로 나오자 또 다른 LA의 모습이 펼쳐졌다. 반듯한 격자형 도로를 가득 메운 차와 가로등이 뿜어내는 불빛은 정말로 압권이었다. LA에는 고층 빌딩이 많지 않은데, 그 때문에 오히려 LA의 야경이 더욱 새롭게 느껴졌다. 나중에 반드시 소중한 누군가와 함께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야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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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피스 천문대의 석양(출처: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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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의 야경(출처: 필자)


LA 여행의 마지막 일정은 LA의 유명한 부촌인 비벌리힐즈(Beverly Hills)였다. 비벌리힐즈는 1900년대 초반 백인만의 독자적인 거주공간을 확보하길 희망했던 백인 부유층들이 거주하기 시작하면서 부촌으로 성장했다. 이후 1920년대 영화산업의 발전으로 인해 유명 연예인들이 비벌리힐즈로 이주하기 시작했고, 여기에 신흥 부자들이 모여들어 지금과 같은 모습을 형성하게 되었다. 동시에 유명 연예인들을 보기 위해 몰려든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쇼핑거리가 형성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로데오 드라이브(Rodeo Drive)다. 이곳에는 각종 명품샵들과 고급 레스토랑, 카페 등이 밀집되어 있어 전 세계의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우리 일행은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로데오 드라이브를 대충 한 바퀴 훑어보고 비벌리힐즈를 잠시 둘러본 뒤 바로 공항으로 향했다.


B612_20190222_132627_124.jpg 비벌리힐즈 간판(출처: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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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데오 드라이브(좌)와 비벌리힐즈의 한 저택(우), 출처: 필자


비벌리힐즈는 1992년 LA 폭동 당시 미국 경찰에 의해 철저하게 보호되던 구역이었다. 흑인들은 경찰들이 지키고 있는 비벌리힐즈에 진입하기 어렵자, 또 다른 공격 대상이었던 한인들이 모여 사는 코리아타운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한인들은 흑인들의 공격에 대항하여 방위대를 조직하고 엽총, 소총 등으로 무장했다. 결국 캘리포니아 주방위군의 출동으로 폭동은 서서히 무력화되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한인과 흑인 사이의 갈등도 완화되었다. 경찰에 의해 안전하게 보호되었던 백인들의 비벌리힐즈, 그리고 스스로 무장하여 자신들을 보호해야 했던 한인들의 코리아타운은 미국이라는 국가의 인종적 위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두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나의 LA 여행은 여기에서 끝났다. 나는 밴쿠버로 돌아와 이틀간의 짧은 휴식을 취한 뒤 다시 학교로 향했다. 나를 기다리던 것은 무수한 리딩과 리포트였고, 중간에 빅토리아를 방문했던 것 외에는 특별한 일 없이 3월을 보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브리티쉬 콜롬비아 주의 주도(主都)인 빅토리아(Victoria) 여행에 대해 써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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