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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아 Nov 25. 2021

여성이 정말 바라는 커리어

뭐가 성공인 걸까

 느낌표로 가득 찬 하루가 뭘까, 생각하다가 오늘 제 하루를 조금 돌이켜보게 됐어요. 요즘 전 물음표도, 느낌표도 없는 하루를 사는 것 같아요. 많은 것들을 겪어보기도 전에 예상하고, 그저 온점을 찍어버리는 것으로. 편안함이 늘어난 대신 이전의 열정도, 호기심도 전부 사라진 느낌이에요. 가끔은 광대가 아플 정도로 웃었던 날들이 그리워요.


 4호선 열차에 앉아 있어요. 출근시간이 훌쩍 지난 오후 12시의 지하철에는  빈자리가 가득해요. 커다란 백팩을  학생, 보따리에 뭔가를 가득   챙긴 어머니, 휴가 나온 듯한 군인, 등산 다녀오신 아저씨까지. 남들보다 조금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고 있을 사람들이 타고 있겠죠.  지하철을 타도, 이렇게 애매한 시간의 지하철도, 막차에도 이렇게  사람들이 있어요. 내가 정말 빠르다고 생각할 때에도, 늦었다고 생각할 때에도 이렇게 옆에 사람이 있다는  신기해요. 어쨌거나  순간 사람들은 각자의 역할을 하고 있어요. 일이 죽도록 하기 싫은 건 저 뿐인가봐요.

 

 어느새 저도 7  작가가 되었어요. 나름 짬이 좀 찼다고 이제는  팀을 리드할 수도 있게 되었고, 회의 시간에 당당히 목소리를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사고도 수습할  있게 됐죠. 최소한 1인분의 역할은    아는 사람이   같아요. 막내  뭐가 그렇게  어렵고 두려웠는지, 기억조차 안나는 순간이 허다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에 대한 고민은 끊이지가 않아요. 전문가의 세계에 가까워질수록 내 나이나 성별이 걸림돌이 된다는 생각도 자주 하게 되고요.


  방송국에선 PD 남자, 작가는 여자라던가 하는 직업적 관념이  자연스러웠어요. 작가는 프리랜서라 방송국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방송국에 남은 대부분의 결정권자는 남성인 경우가 많죠. 특히 그들은 언론고시를 통과하고 방송이라는 특수 대중 매체를 이끌어본, 성공과 권위가 익숙한 사람들이잖아요.  자리에 들어갈 때마다 저는 위아래로 훑어지는 시선을 참고, 똑똑한 여성은 건방지다는 이야기를 참아요. 처음 보는 PD님이 대뜸 '니네 (선배) 언니는 어딨어?'  때면 저는 제가 작가로서 이곳에   맞나, 하는 생각까지 들어요. 언젠가 제게 “나도 20 여자애한테  퍼줘 가면서 사귀어보고 싶다라고 말했던 제작사 대표님은  지내고 계신가 지금도 종종 생각이 고요. (이런 멘트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는 이야길 들었어요.)


 어제는 여성 커뮤니티를 운영하시는 h 기자님이 진행하는 북토크에 다녀왔어요. 일을 그만두고 커뮤니티를 만들게 된 사연, 책을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한 남성분이 "근데 여성 커뮤니티는 왜 이렇게 자꾸 생기는 거예요? 저는 남성 커뮤니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거든요." 하시더라고요. 기자님은 "여성형 커뮤니티가 생겨나는 건 일을 하는 여성들이 일에 대한 고민을 나눌 여성 사수가 많이 없어서인 경우가 많죠.”라고 대답했지만 전 좀 궁금해졌어요. 커리어를 고민하는 남성 커뮤니티가 생긴다면 그들은 무슨 이야기를 할까요? 남성도 ‘남성’이라는 이유로 커리어를 고민해야 했던 적이 있을까요?


 방송국의 메인 작가들은 대부분 결혼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어요. 결혼을 하더라도 대부분 아주 늦은 나이에 하더라고요. 처음 일을 시작할  모든 것들이 너무 멋있어 보였어요. 결혼을 하지 않는 , 심지어 만삭이 되어 배가 불러서도 출근을 하는 , 정말 과 사랑에 빠졌구나! 멋진 커리어우먼이다! 싶었죠. 그런데 요즘은,  모습이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요. 만삭에 가까워서까지 일을 하지 않기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음에도  때문에 결혼을 포기하지 않기를. 연인을 사랑하는  불안해지지 않기를.


 언니, 재택근무가 많아진 요즘 저는 가끔 이런 생각이 들어요. 이 일은 결혼해서도 할 수 있겠다, 애기를 보면서도 할 수 있는 일이겠다. 저도 모르게 '결혼을 하고 애기를 낳는'다는 가정을 하고 심지어 일에서 멀어지는 건 당연히 나겠지, 하는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던) 희생까지 감안하고 있는 모습에 스스로도 깜짝 놀라는 절 봐요. 여성의 커리어가 성공한 모습은 어떤 것일까요? 결혼은 덮어둔 채 일에만 매진하는 것? 아니면, 일과 삶을 적당히 타협해 중간을 지키는 것? 멋있게만 보였던 전자의 삶이, 정말로 내가 바라던 것인가- 하는 의문이 자꾸만 들어요. 여성이 행복한 커리어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언니는 혹시 찾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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