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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아 Dec 08. 2021

여성의 커리어를 위해서

희생과 양보를 당연시하지 말았으면

"여성 커뮤니티는 왜 이렇게 자꾸 생기는 거예요? 저는 남성 커뮤니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거든요."


저 사실 이 이야기에 웃음이 났어요. 수십 년간 '원래 그런 거니까, 그렇게 해왔으니까, 그게 맞으니까'라는 기준으로 아무 불편함 없이 마음껏 본인들의 의견을 표출해 온 그들에게 커뮤니티라는 게 필요할까요? 반면에 여성들은 조금만 강하게 의견을 내도 '기가 세다. 무섭다. 여자다운 맛이 없다. 남자친구가 고생하겠다.' 등, 의견보다는 성별에 포커싱 하며 ‘여자가 감히(?)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해?’라는 평가를 들어왔으니까 여성들끼리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 생겨날 수밖에요..


최근, 지인을 통해 한 영상을 보게 되었어요

https://youtu.be/iXAvkmaut5g​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낳는 사람은 이상한 겁니다.)


도아는 이 영상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저는 이런 이야기를 남성의 입에서 듣는다는 게 참 생소하고 신기했어요. 대한민국의 결혼/출생률이 낮아지는 건 단순히 결혼이 싫고 아이가 싫어서가 아니라, 여성들이 더 이상 누군가의 ‘무엇’이 아닌 내 삶의 ‘주체’가 되고자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주체가 되고자 하니, 결혼으로 인해 내 삶의 무언가 포기되어야 하는 상황은 생각하고 싶지 않을 거고요.


우리 부모님 세대까지만 해도 맞벌이 가정은 흔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맞벌이가 필수 조건이 되었잖아요? 하지만 오늘날에도 워킹맘과 기혼의 여성에게 “애는 어떻게 하고?”라는 질문이 붙는 걸 보면, 여성의 커리어에 대한 생각은 부모님 세대와 비교했을 때 단 1%도 나아지지 않았다고 느껴요. 그에 대한 결과로 결혼과 출산 그래프가 바닥을 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일례로,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법한 A 대표가 최근 경영이 어려워져 많은 투자사들을 만나고 있는데 그중  투자자가 카페에 거만하게 앉아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해요.


당신은 아직 애도 없는데, 애를 낳으면 일에 집중을    아닙니까? 그럼 지금보다  엉망이  텐데 내가 당신  믿고   금액을 투자해야 되는 겁니까?  설득해 볼래요?

A사 대표는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이 좋지 않다면 바꾸면 되고 임원이 잘못이라면 임원이 바뀌면 되는데 왜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질문을 하느냐고 답변했대요. 오히려 함께 갔던 동업자가 그 순간을 참고 못하고 자리를 뜨자 제안했고요. A사 대표는 왜 이런 이야기를 들어야 했을까요? 장담하건대 A사 대표가 남성이었다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거예요.


아직도 여느 예능에서는 아들을 이름으로 부르는 며느리를 못마땅하게 쳐다보고, 내 아들보다 능력이 좋아서 경제적 지위가 높은 며느리를 고까워하고, 둘 다 일을 하는데도 ‘내 아들 와이프한테 밥은 얻어먹고 다니니?’ 하는 장면을 너무 쉽게 볼 수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과 출산이 여성의 커리어와 연관이 없다고 말한다면, 그 사람에겐 욕을 한 움큼 쏟아부어 주고 싶네요. (남성이 가정에서 할 수 없는 일은 ‘출산’ 하나뿐인데!)


엄마는 결혼해서도 절대 일을 놓으면 안 된다고 말했지만, 저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결혼하면 여자가 양보하는 삶이 당연한 세상에서 살고 있잖아.’라는 말을 수도 없이 삼켜왔기 때문에 나의 커리어를 지키려면 결혼해선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제 생각이 바뀔 수 있도록 모두가 ‘여성의 커리어’를 존중하는 세상이 찾아오길 바라요. 그런 세상이 온다면 저도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으로만 가득 찬 결혼을 상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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