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현지인'으로 산다는 것

세계의 구석구석에서 발견하는 집

by 페리플럼

어느 도시에서 '거의 현지인'이 된다는 건 생각보다 복잡한 예술이다. 지하철 노선도를 마스터했다고 뿌듯해하는 관광객 수준을 넘어, 어느 동네 빵집에서 가장 맛있는 바게트를 파는지, 어느 산책로에서 도시 전경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지까지 자기만의 의견이 생기는 단계. 낯선 이방인의 시선과 익숙한 일상의 리듬 사이, 그 미묘한 지점에서 도시를 바라보는 감각이랄까.


한 가지 고백하자면, 지금까지 한 도시에 5년 이상 머물러 본 적이 없다. 캐나다의 작은 섬부터 시작해 시애틀에 이르기까지, 도중에 십여 개의 도시들을 거치면서 마치 누군가 엽서를 모으듯 도시들을 수집해왔다. 그 도시가 내 것이라 느낄 만큼 충분히 오래 머무르되, 그곳의 매력이 일상에 묻히지 않을 만큼은 짧게.


지금 시애틀의 퀸 앤 동네 카페에 앉아 이 글을 쓰며 퇴근길 테크 회사 직원들과 트레이더 조스에서 장을 본 동네 주민들의 일상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시애틀이 이전에 살았던 샌프란시스코 사우스베이나 LA처럼 편안하게 느껴진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아마 그게 핵심인지도 모른다. 집이란 단순한 위치가 아니라 그곳을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관한 것. 일요일 아침을 특별하게 만드는 베이글 가게를 발견하고, 일몰이 가장 아름다운 공원 벤치를 찾아내고, 비 오는 날 더욱 생기 넘치는 도시의 구석구석을 알아가는 과정.


페리플럼은 바로 그런 이야기들을 담는 공간이다. 그리스어 '페리플루스(지구를 항해하다)'와 시인 에즈라 파운드의 일상 속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시선에서 영감을 얻은 이름으로, 관광 가이드나 필수 코스 목록이 아닌 직접 경험하고 느낀 장소와 순간들에 관한 기록.


이 공간에서는 이런 이야기들을 나눌 예정이다:

일상의 고고학: 어느 도시의 평범한 하루가 품은 작은 의미들

경계인의 시선: 한국과 미국, 동양과 서양 사이에서 바라본 문화적 관찰

도시의 맛과 향: 카페, 베이커리, 주말장, 수제맥주양조장, 칵테일바 등에서 발견한 그 도시의 진짜 맛

우연한 발견들: 길을 잃었을 때 만난 예상치 못한 아름다움들


이 글들은 장소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결국 그 장소를 경험하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매일 지나치는 거리, 습관처럼 찾는 카페, 계절마다 달라지는 공원의 풍경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그 공간의 일부가 되어가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견하는 작은 기쁨과 아름다움들.


여행자의 호기심과 현지인의 친밀함 사이, 그 미묘한 균형점에서 바라본 세상을 함께 나누고 싶다. 낯선 곳에서도 집을 찾아가는 여정, 그리고 익숙한 곳에서도 새로움을 발견하는 시선. 그것이 페리플럼이 전하고 싶은 이야기다.



세계의 구석구석에서 집을 찾아가는 중,

페리플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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