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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머넌트바이올렛 Nov 10. 2022

커피 브루잉

첫 시작은 믹스커피.

다 아는 바로 그 노란 패키지의 커피에 과자를 퐁당.

거부할 수 없는 꿀맛이어서 그랬을까?

첫 시작이 좋았던 나는 여전히 커피를 사랑한다.


내가 다니던 중학교는 매점이 없고 오직 자판기만 있었다. 체육시간이 끝나면 그렇게 레쓰비를 뽑아 먹었다. 의외로 고등학교에 가서는 거의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음미할 시간이 없었다고 본다. 본격적으로 커피를 마신 것은 대학생이 되고 나서부터다. 미대 특성상 밤을 새우는 것이 일상이었고, 다음 날 아침 9시 반 수업이면 커피 없이는 버티기 힘들었다. 가끔 교수님이 아메리카노를 팩째 사와 나눠준 적도 있다. 아직 아메리카노를 즐기지 않던 시절, 사약처럼 들이켜는 동기들의 모습이 종종 생각난다.


20대 중반까지는 밤에 커피를 마시면 잠이 안 와서 저녁 7시 이전까지만 커피를 마셨다. 당시 제일 좋아했던 것은 바닐라 라떼, 달달함과 카페인이라니 최고의 조합 아닌가. 30대가 되고 어느 순간부터 커피를 마셔도 잠을 자는데 문제가 없어졌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신나서 더 많이 마시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더 많이 먹을 수 있다 보니 다양한 커피를 찾게 되더라.


그렇게 나는 스페셜티 커피에 눈을 뜨게 되었다. 커피 맛에 집중하게 되니 자연스럽게 원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내리는 방법에 따라서 맛이 아주 많이 달라진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나도 스스로 맛있는 커피를 먹고 싶다는 욕망이 불타 올랐다. 프로 시작러인 나는 그렇게 바로 회사 근처에 있는 커피 클래스를 찾기 시작했다. 에스프레소부터 배워야 하나 했는데, 집에서도 연습하고 맛있게 내려먹으려면 브루잉을 배워야겠다 싶었다.


총 5주간의 브루잉 수업은 정말 흥미진진했다. 그냥 볼 때는 너무 간단해 보였는데, 브루잉의 시작은 향을 맡는 것부터 시작했다. 어떤 향을 맡고 그에 따라 생각나는 바를 적는 것인데, 내가 아는 단어가 이렇게나 없을 줄 몰랐다. 향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이 어찌나 힘들었는지… 그 와중에 보편적인 향은 잘 못 맞추고, 아무도 못 맞추는 향을 맞춘다며 칭찬을 해주시는 선생님… 역시 가르치는 건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그리고 이어진 원두 이론 교육. 원두란 무엇인가부터 시작하는 이 교육은 정말 오랜만에 학습의 열의를 불태우게 해 주었다. 그리고 대망의 브루잉 실습으로 3주를 하고 교육을 마쳤다.


브루잉 수업을 하는 동안 원두를 사서, 그라인더에 분쇄해서, 매일 아침 동료들에게 커피를 내려주었다. 회사라는 공간이 주는 제약이 있었지만 또 그에 맞게 내가 산 원두를 가장 맛있게 내리려고 애쓰는 과정이 너무 즐거웠다. 에스프레소는 기계가 있어야 하다 보니 집에서도 커피 브루잉은 떼려야 뗄 수 없다. 어디서든 간단히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는 취미로 자리 잡아가는 중이다. 약간의 단점 아닌 단점이 있다면, 장비 발을 좀 받는 취미이다 보니 자꾸 장비가 사고 싶어 진다는 정도랄까.


요즘도 나는 여행을 가거나 새로운 카페에 가게 되면 늘 원두를 둘러보고 하나씩 사와서 집에서 내려먹는다.

커피를 좋아한다면! 내가 픽한 원두는 과연 무슨 맛일까 기대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너무 신나는 취미,

커피 브루잉에 도전해 보길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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